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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한다

2020년 4월 28일

by 낮은 속삭임

함께 보았던 어느 밤의 별자리

보름달 가득했던 가을밤의 산책

네 집에 두고 왔다가 나중에 받은 영문판 어린 왕자

잠깐이지만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던

서울의 거리와 옛 궁궐

해당화 살짝 피었던 간월도 앞바다

흐린 하늘 아래 물이 빠져나가는 안면도 꽃지 해안

깊은 어둠 속 멀리서 소나기 소리를 내며

우르르 우르르 물이 들어오는 서해 바다

너무나도 자연스레 내밀어 내 손을 잡았던 네 손

따스했던 포옹과 마법 같았던 첫 키스

이미 오래된 일이라 가물거리는 추억이긴 하지만

그러나 여전히 나는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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