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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희원 Jan 26. 2024

뭔가 재밌고 신나는 일이 없을까

꿩 대신 닭, 현실 대신 상상



   카페에 왔다. 또!


   예전엔 카페를 자주 다니지 않았는데 2년 전 자취를 시작한 이후로 카페를 다니게 된 것 같다. 원했던 나만의 공간이 생겼지만 일주일에 한 번쯤은 바깥세상에 섞여있고픈 마음이란. 이 와중에 인싸 가족을 두어서 좋다는 생각을 한다. 가족들은 가끔 어디서 받은 기프티콘을 내게 나눔 한다. 그들이 성심껏 사회생활을 하는 덕에 나는 콩고물을 받아먹고 카페를 찾는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또 새로운 책을 빌려서 카페에 왔다. 내가 책을 읽는 공간은 집, 카페, 스터디카페 그리고 밭이다. 이것이 내 생활반경의 전부다. 오늘은 스터디카페와 카페 중 고민을 하다가 백색소음이 있는 카페로 향했다.


  

  근처 테이블에서 주식, mbti 얘기가 섞여 들려온다. 주식은 나도 할 말이 많지만 오늘 내 주식은 떨어졌기 때문에 듣고 싶지 않다. 엠비티아이  T, F 논쟁은 카페에 가면 꼭 듣는 주제다. 대화는 그만 엿듣기로 하고 무선이어폰을 꼈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없어서 신형으로 바꾸고 싶은 욕구가 솟는다. 책을 펼쳤다. 그런데 하필 빌려온 책도 주식 책이다.


  오늘따라 일상적인 일상이 쓸쓸하다. 뭔가 재밌고 신나는 일이 없을까? 가만~히 앉아있어도 굴러 들어와주면 땡큐인데.



   



  동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자기 지금 심심한데 생각거리 좀 던져달라고 한다. 나도 심심한데•• 요즘 내가 고민에 빠졌던 상상을 들려주었다.


   상상에선 지구 멸망을 앞두고 인류의 보전을 위해 노아의 방주가 만들어진다. 거기엔 동물, 각종 씨앗, 기록물, 그리고 최소한의 인류만이 탑승할 수 있다. 과연 나는 방주에서 탑승을 허락할만한 인물인가? 주식투자자는 지구 멸망을 앞두고 가치가 있을까? 종의 보존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있나?



 “동생아, 너는 방주에 탈 수 있을 것 같냐?”


“나는 타지.”


“왜?”


“나는 잘생겼으니깐. 유전자를 남겨야 할 거 아니야. “


“하•• 근데 미래엔 외모지상주의를 없애려고 해. 그래서 잘생긴 게 소용이 없어. 다양한 외모를 실을 테지만 꼭 네가 선택되리란 보장은 없는 거지. 그럼 앞으로 (방주에 탈 자격을 갖추기 위해) 어떻게 살아갈래?”


“가족들도 방주에 탔어? 나만 타는 거면 그냥 안 탈래.”





 대화는 이렇게 이어졌다.


 그나마의 희망은, 내가 방주에 탈 순 없을지라도 방주에 실을만한 기록물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다. 대한민국 인간의 일상 희로애락이 기록된, 브런치 데이터가 방주에 실릴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


<21세기 MZ 인간의 따분함 사례>로 이 글이 나대신 방주에 실릴지도 모르겠다.




덧.

새롭고 재미난 일이 고프다고 하여도

지구 멸망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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