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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희원 Jan 25. 2024

게으르고 싶어서 돈을 많이 벌기로 했다

이상주의자의 현실주의

  

’게으르다?‘


  대학을 중퇴한 후 나는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했다. 오랜 기간 수입이 들쭉날쭉했다. 많을 때는 월 400만원, 적을 때는 100만원 이하로도 벌었다.


 적게 벌면 적은대로 시간이 많아 좋았다. 퇴근하는 가족을 기다릴 수 있다. 따뜻한 한낮에는 산책을 하거나 근처 시장에 가서 화분을 골라왔다. 보통 같으면 수입이 적을수록 바쁘게 일해야 할테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만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니까 사회적 관점에서의 '비생산적인' 활동을 게으르다는 표현을 빌려와 썼다. 나는 이 게으른 생활이 적성에 꽤 맞았다.






"너는 너무 이상주의야."


  직장 밖에서 살아가는 삶에 대해, 친구는 현실적으로 생각하라고 했다. 가치관이 다른 이의 걱정을 반복적으로 듣는 것은 불편했지만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다. 떨어지는 현실감각은 나의 취약점이고, 당시 친구와의 대화는 지나고보니 삶에 도움이 되었다.


  나름의 소비 및 저축 계획은 있었다. 수입이 끊길 것을 대비해서 생활비 300만 원은 늘 비상금으로 남겨두기. 어디서 본 프리랜서의 돈 관리법이다. 시간이 남을 때는(일이 너무 없을 때는) 아르바이트를 투잡하며 2~3년은 그렇게 보냈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만족하며 산다 한들, 주변 사람에겐 명확한 '직업'을 말할 수 없는 N잡러의 망상으로 보일 뿐이다.





'배부른 소리일까..'


  경제적 울타리가 보장되지 않는 점에 때론 고민에 잠겼다. 좋아하는 일과 너무 좋은 게으른 삶이지만 언젠가 이게 싫증이 나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다시 자리를 잡기까지 어떻게 할 것인가? 갑자기 아프면?  


  게다가 부모님 주변에는 엄친아를 둔 어른들이 많다. 우리 부모님도 자식 자랑 하고 싶으시지 않을까! 괜한 부모님이 걱정에 혹여 주변에서 딸 뭐하냐고 물어보거든 행복하게 산다고 하시라고, 뜬금없이 솔루션을 드리기도 했다. 부모님은 괜찮다셨지만, 자랑스러운 딸이 되는 것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은 나 스스로의 과제였다.


  나는 잘 살아야만 되었다. 좁디 좁은 내 우물 안에서 유일하게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적어도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선례로 남고 싶으니까.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했다.






"이상을 현실로 만들면 되지."


  가끔 이상주의라는 표현은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다. 그런 점이 '이상적'이라는 말을 듣곤 하는 나로썬 불편하다. 왜냐하면 무언가 꿈 꿈꾸는 일은, 내게 닥친 현재이기 때문이다. 이상을 부정하는 것은 나의 현재를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상은 죄가 없다. 이상을 현실로 만들면 현실이 된다. 이상적이냐, 현실적이냐는 상대적인 게 아닐까? 자유롭고 게으른 삶을 현실로 이루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마음에 쏙 들진 않지만, 해답은 '돈'이다. 나의 이상, 배우고 싶을 때 배우고, 여행 가고 싶을 때 떠나는 삶.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언가 주고 싶을 때, 주고 싶은 것을 주는 삶. 나의 꿈에는 시간과 돈이 많이 필요하다.


원하는 삶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나는 돈을 많이 벌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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