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근, 삼두근, 사두근...오두근도 있나요?
의학용어, 숫자를 표현하는 접두사들
왜 두발자전거(bicycle)는 혼자 설 수 없는지 아세요?
Because it is two tired
말로 해야 하는 미국식 농담이에요. '바퀴가 두 개'란 의미로' two tired' 랑 '지쳤다'란 의미의 'too tired'가 발음이 같은 것을 이용한 드립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짜증나는 아재개그를 영어로는 dad jokes라고 합니다. 우리 아들도 점차 자라면서 이런 드립을 정말 싫어했어요. 대체 아빠들이 뭔 잘못을 했다고... 슬프죠.
오늘은 숫자에 관한 이야기를 할께요. bicycle은 cycle(원, 바퀴)이 두 개(bi)있다고 해서 bicycle이예요.
1부터 6까지
bi~는 둘을 의미하는 접두사입니다. Tricycle은 세발자전거, unicycle은 외발자전거, 그럼 bi•cycle은 뭘까요? 예, 그냥 자전거입니다. 각각 tri, uni, bi가 3,1,2의 숫자를 의미하는 접두사들 입니다.
uni : 1
bi: 2
tri : 3
상완, 즉 팔의 앞부분, 팔꿈치를 구부리는 근육을 이두근(biceps brachii)이라고 합니다. bi는 둘을 의미하고, ceps는 머리를 뜻하는 말이에요. Brachii는 upper arm을 뜻합니다. 앞서 EEG가 무엇의 약자였는지 기억하세요? Electro + en + cephalo + gram입니다. 여기서 cep(halo)이 머리고 en은 안쪽을 의미했었지요. 바로 그 머리를 뜻하는 ceps예요. 그래서, bi· ceps, 즉 머리가 두 개인 근육이란 뜻이에요.
이두근의 반대편, 즉 팔 뒤쪽 근육을 삼두근(triceps brachii)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tri~는 3개의 숫자를 말합니다. 역시 머리가 세 개 있는 근육이란 뜻이죠.
이렇게 숫자가 근육 앞에 있는 경우는, 여러 개의 근육이 하나처럼 모여있는 근육을 말합니다. 보통 한쪽의 부착부(근육이 뼈에 붙은 부위, attachment라고 합니다)는 하나인데 반대쪽의 부착부는 여러 개로 이루어집니다. 아래 그림은 뒤쪽에서 팔을 본모습인데, 빨, 녹, 노가 삼두근의 세 개의 머리(ceps)입니다. 팔꿈치 쪽 부착부는 하나인데 어깨 쪽 부착부는 세 개가 됩니다. 왜 삼두근 triceps이라고 하시는지 눈에 보이시죠? 그런데, 외부에서 보면 근육이 두 개로 보이는데, 저 녹색 부분(medial head)이 다른 근육에 가려져 있어서 그렇습니다.
triceps brachii(left), quadricps femoris(right), Creative Commons Attribution-Share Alike 4.0 Intern이두, 삼두가 있으면 사두도 있겠지요. 넓적다리 앞쪽의 근육을 대퇴 사두근이라고 합니다. 머리가 4개인 근육인데 대퇴골(femur)에 있다는 말이에요. 삼두근도 원래 상완 brachii를 붙여서 상완 삼두근 triceps brachii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죠. 뼈 이름은 다음 장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게임에 있습니다. 바로 quadr(o)입니다. 더블킬, 트리플킬, 그 다음이 쿠아드라킬(quadra kill) 입니다. 자동차에도 쿠아드로가 있습니다. 아우디하면 사륜 구동이죠, 아우디 쿠아드로(Audi Quattro) 역시 4를 뜻하는 quadro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그래서, 사두근을 quadriceps라고 합니다. 머리가 4개 있다는 뜻이죠. 위의 오른쪽 그림에서 노랑, 초록, 빨강, 파랑색이 4개의 머리를 나타냅니다. 모두 허벅지의 앞 쪽에 있지요. 허벅지 앞 쪽의 근육을 quadroceps라고 외워 두세요. 파란색은 살짝 숨어있는데, 찾으셨죠?
bi (2) + ceps (heads) : 이두근
tri (3) + ceps (heads) : 삼두근
quadri (4) + ceps (heads) : 사두근
제가 어렸을 때는, 매일 아침 집 앞으로 유리병에 우유가 배달되어 왔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티브이에서 테트라팩이라고 종이, 플라스틱 용기에 우유를 팔기 시작했어요. 우유 업계에선 획기적인 일이라고 하더군요. 좁은 공간에 쌓아놓기 편해서였답니다. 저는 왜 이걸 주사위 모양의 육면체 hexahedron로 안 만들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왜 사면체가 육면체 보다 저장이 효율적인가요? 그냥 정육면체가 더 쌓기 쉽지 않나요? 아무튼 tetra는 4이고, hex는 6이에요. 그래서, 4면체는 tetrahedron이라고 하고, 저 우유팩은 tetrapack이라고 한 것입니다. 의학용어에서 tetra는 quadro와 함께 4를 의미합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항생제 tetracycline에 역시 4를 의미하는 tetra가 있습니다.
다섯은 펜타킬(pentakill), 예! 펜타(penta)라고 해요. 잘아시는 단어로 펜타곤(pentagon)이 있지요. 미국 국방부 건물이 오각형(pentagon)을 닮았다고 펜다곤이라고 부릅니다. 펜타클(pentacle)은 동그라미 안에 별이 있는 모양을 말합니다. 별이 꼭지점이 다섯개라고 pentacle이라고 합니다.
6은 뭘까요? '레전더리'라구요? 설마요...저는 제 아내가 게임하는 모습을 보고 반했는데요, 헥사라는 게임을 엄청 잘했어요 (캔디 크러쉬 같은 게임). 뒤에서 보고 있으면 초월 명상을 하는 느낌이 듭니다. 아내는, 대학생 때 오락실에 1등 이름을 새겨 넣곤 했던 학생이었다고 하더군요. 오락실 여신이랄까. 그 헥사 게임이, 정 6면체의 블락을 쌓아서 없애는 게임입니다. 어때요? 여러분들이 “이미 죽어 있다”, 아니 “알고 있다”라는 것이 뻥이 아닙니다. 그래서, 의학 용어에서 hexa는 6을 의미합니다.
왜 8을 의미하는 옥토버는 10월이 되었나?
그럼 8은 뭘까요? 바로 문어 octopus의 octa입니다. octopus란 단어가, 8을 뜻하는 octa와 발을 뜻하는 pus로 이루어져 있어요. 다리가 8개라고 octopus라고 불렀는데요, 사실 그중의 둘은 팔이랍니다. 이탈리아의 가르달란트 수족관 소속 연구팀은 최근 2천 마리의 문어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6개의 뒤쪽 다리와 달리, 눈과 가까이 있는 두 개의 촉수는 팔과 같이 정교한 동작을 한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문어에게도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있다고 하니, 놀라운 일입니다.
요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3단 고음이니 하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저는 한 옥타브도 간신히 올라가는데 세 옥타브의 음계를 목소리로 낼 수 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이 옥타브도 octa 즉 8에서 온 말입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한 바퀴 돌아오니 8개가 되었습니다. 8개의 음계를 모두 돌아온다고 옥타브(octave)가 되었습니다.
이 8은 달력에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바로 8월 octo·ber죠. 엥, october는 10월 아닌가? 맞습… 아니, 아닙니다. 옛날 로마 시대에 october는 이름 그대로 8월이었습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12월의 december도 비슷합니다. 연필 열두 자루를 뭐라는지 아세요? 요즘은 다스라고 안 하고 ‘타’라고 한다더군요. december의 dece가 다스랑 좀 비슷하죠? ‘그래서 12인가?’ 하면, 아닙니다. dece는 12가 아닌 10을 의미합니다. 이상하게도 8을 뜻하는 octo는 10이 되고, 10을 뜻하는 deca가 12 가 됩니다. 이렇게 둘씩 밀리게 된 데는 어떤 사연이 있던 것일까요?
바로, 로마의 황제, 시저 때문인데요. 예전에는, 10개월을 1년으로 보는 달력(음력과 유사)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에, 황제는 새로운 달력 시스템을 만들게 됩니다. 이 새로운 시스템을 자신의 이름인 율리우스 시저의 이름을 따서 율리우스력이라고 합니다. 좀 복잡하게 이것저것 만졌는데, 아무튼, 이 과정에서 12개월을 맞추기 위해서 기존의 10개의 월(달)에다가 자신의 이름과 아우구스투스의 이름을 추가한 달을 넣었습니다. 율리우스, 라틴발음으로 줄리어스 Julius를 7월에 넣어 July가 되었고요, 아우구스투스 Augustus를 8월에 넣어 8월 August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기존의 8월이었던 october는 난데없이 10월이 되었고, 기존의 10월이었던 december는 12월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여럿(few)과 많이(many)
다소 있다란 뜻의 '여럿(few)'은 의학에서 oligo라고 합니다. 여러분이 집에서 드시는 올리고당의 올리고가 바로 이 여럿의 올리고(oligo) 에요. 당이 여러 개가 있다는 말이죠. 우리 몸도 이렇게 여러 개의 당이 모여 있으면 잘 분해를 못해서 단맛은 나는데 살은 안 찌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올리고(oligo)는 대충 여러 개란 의미로 기억하세요. 보통 적은 쪽, 즉, a few' 가 아니라 'few'의 어감(connotation)입니다.
여럿보다 더 많을 경우 poly라고 합니다. polycystic ovary syndrome이란 병이 있습니다. 난소(ovary)에 병적인 주머니(cyst)가 많이(poly) 있는 병이에요. 많다는 뜻으로 poly가 쓰인 단어로 polygamy가 있습니다. 일부다처체를 뜻해요. 우리는 일부 일처제니까 monogamy가 됩니다.
oligopoly라는 단어도 있어요. 여럿이 많이? 도대체, 뭔 뜻일까요? 여럿(few), 많지 않은 집단이 수요의 대부분(많은, poly)을 공급한다는 뜻이에요. '과점'이라고 해요. 그럼, '독점'은 무어라 할까요? 예, 맞습니다. monopoly라고 하죠. 혼자서(mono) 수요의 대부분(poly)을 공급하니, 독점이 됩니다.
소변이 적게 나오면 oligo에 소변을 뜻하는 uria를 붙여서 oliguria(핍뇨).
많이 나오면 poly를 붙여서 polyuria(과뇨)라고 해요.
그럼, 안나오면 뭐라할까요? 부정을 뜻하는 a(n)를 붙여서 anuria(무뇨)라고 합니다.
자, 그럼 octo~, deca~까지 엄청나게 많은 숫자들을 배웠습니다. 정리를 해볼까요?
0 null, a
1 mono- / uni -
2 bi- / di-
4 Tetra-
5 Penta-
6 Hexa-
7 Hepta-
8 octo~
10 deca~
few oligo~
many poly~ : 요건 맨 앞에서 PCOS 할 때 배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