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나온 단어들이 엄청 많은데요, conference, reference, difference, deference, efferent, afferent 기타 등등 등등입니다. ferre하나 완전히 알아서 나머지 단어까지 쫙~ 꽤어 볼까요?
Conference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현대인들이 가장 자주 접하는 단어 중 하나인 Conference는 con-(함께) + ferre(가져오다)의 만남입니다. 말 그대로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한자리에 "가져와서" 나누는 행위를 뜻합니다. 고대 로마인들이 원로원에서 각자의 의견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듯이, 현대인들도 회의실에서 파워포인트와 함께 자신의 생각을 "conference"합니다. 요즘 화상회의 시대에는 집 안 침실에서도 "conference"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함께 모여 회의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의견의 차이가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바로 여기서 Difference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Difference는 dis-(떨어뜨려서) + ferre(나르다)에서 왔습니다. 원래 하나였던 것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떨어뜨려 나르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쌍둥이를 서로 다른 길로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What's the difference?"라고 물을 때, 우리는 실제로 "무엇이 서로 떨어져 나뉘었느냐"고 묻는 것입니다. 차이라는 것도 결국 무언가를 서로 다른 곳으로 나르는 행위에서 생겨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차이점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리는 정보를 모으고 분석해야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추론, 즉 Inference입니다.
Inference는 in-(안으로) + ferre(가져오다)의 결합입니다. 외부의 정보나 단서들을 자신의 마음 안으로 "끌어들여서"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탐정이 범죄 현장의 증거들을 수집해서 자신의 추리 속으로 가져오는 것과 같습니다. "I can infer from your expression that you're not happy"라고 할 때, 실제로는 상대방의 표정이라는 정보를 자신의 머릿속으로 가져와서 결론을 내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추론이 정확한지 검증하려면 믿을 만한 근거가 필요합니다. 바로 참조, Reference가 그 역할을 합니다.
Reference는 re-(다시, 뒤로) + ferre(가져가다)에서 나왔습니다. 어떤 정보나 출처를 "다시 가져와서" 언급하거나 참조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다시 가져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학술논문의 reference list를 볼 때마다, 저자가 수많은 자료들을 "뒤로 되돌려 가져와서"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십시오. 지식이라는 것도 결국 과거의 것들을 현재로 나르는 행위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참조 과정에서도 때로는 선호도가 개입합니다. 어떤 자료를 먼저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 바로 Preference입니다.
Preference는 prae-(앞서) + ferre(들다)에서 나왔습니다. 여러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앞으로 들어올리는" 행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마치 상품 진열대에서 원하는 물건을 집어 들듯이 말입니다. "아이스크림과 케이크 중 어느 것을 prefer하시나요?"라고 물을 때, 사실 우리는 상대방에게 "둘 중 무엇을 앞으로 들어올리겠느냐"고 묻는 셈입니다. 선택이라는 것도 결국 무언가를 드는 행위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선택 과정에서 우리는 때때로 권위 있는 의견에 경의를 표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Deference가 그것입니다.
Deference는 de-(아래로) + ferre(가져가다)의 만남입니다. 자신을 낮춰서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가져다 바치는" 행위를 뜻합니다. 존경이나 복종의 의미로 쓰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deference to authority"라고 하면 권위에 대한 존중을 의미하지만, 어원을 보면 실제로 무언가를 아래로 가져가 바치는 몸짓에서 나온 말입니다. 절을 하며 선물을 올리는 고대의 예법이 단어 속에 고스란히 살아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과정에서 원치 않는 방해가 끼어들기도 합니다. 바로 Interference입니다.
Interference는 inter-(사이에) + ferre(나르다)의 조합입니다. 두 대상 사이에 무언가를 "끼워 넣어" 방해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라디오 방송을 들을 때 잡음이 끼어드는 것처럼, 원래 가야 할 길 사이에 무언가가 끼어드는 상황입니다. "Please don't interfere"라고 말할 때, 실제로는 "제발 중간에 무언가를 나르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것입니다. 방해라는 것도 결국 잘못된 곳에 무언가를 나르는 행위였던 것입니다.
이런 방해를 피하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정보나 감정의 전달이 중요합니다. 바로 Transference가 그 역할을 합니다.
Transference는 trans-(가로질러) + ferre(나르다)에서 왔습니다.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무언가를 "가로질러 옮기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심리학에서는 감정이나 태도가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옮겨가는 현상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은행에서 돈을 transfer할 때도, 심리상담에서 transference를 논할 때도, 모두 무언가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건너가는 여행을 의미합니다.
마치 원의 둘레를 따라 무언가가 이동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바로 Circumference가 그것입니다.
Circumference는 circum-(둘러서) + ferre(나르다)의 조합입니다. 원 위의 한 점에서 출발해 계속 걸어가다 보면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는, 그 신비로운 여행의 거리를 말합니다. 수학에서는 차가운 공식으로 "2πr"이라 부르지만, 어원을 알고 보면 사실 "둘레를 따라 무언가를 나르는 행위"에서 나온 따뜻한 단어입니다. 지구의 circumference를 걸어서 재려고 했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낭만을 생각해보십시오. 그들에게 circumference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세상을 품는 거대한 포옹이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의학 용어인 afference와 efference도 이 가족의 일원입니다. Afference는 ad-(~로) + ferre(가져오다)로 신경계로 정보가 "들어오는" 것을 의미하고, efference는 ex-(밖으로) + ferre(나르다)로 신경계에서 "나가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 몸속에서도 매순간 afference와 efference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감각 정보가 뇌로 들어오고, 운동 명령이 근육으로 나가는 끊임없는 택배 시스템입니다.
이렇게 라틴어 'ferre'에서 시작된 단어들은 우리 일상 곳곳에서 살아 숨 쉬며, 각각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의미망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언어란 결국 인간의 생각과 경험을 "나르는" 도구였던 것입니다.
우선 아래 링크를 보시면 이 모든 단어들을 한눈에 발음과 함게 볼수 있습니다.
https://drchoi2019.github.io/study/terms/ferr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