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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bo May 15. 2022

아중저수지와 금팔찌 (part 3)

이란 혁명이 왜 거기서 나와

**** 꼭. 1편과 2편을 순서대로 읽고 오실 것을 권합니다.


(part 2에 이어)



'일단 다이소에 가보자'


오. 역시. 모든 것이 다 있는 그 곳 간판을 오는 길에 봤던 기억이 났다. 모험이로구나! 그 때가 오후 세시 반. 대자연도 엄마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던지, 하늘은 여전히 맑고 훤했다. 우리는 차로 돌아가며 장대, 밧줄, 찍찍이가 등장하는 아이디어를 신나서 떠들었고, 아빠는 죄다 택도 없는 없는 소리라며 마지막까지도 낮잠 일정이 틀어진 것에 언짢음을 숨기지 않았다. 엄마는 그러고보니 다이소에 갈 때까지 평소와 달리 무척 과묵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사고 친 장본인인데 의견을 냈다가 괜히 뭔가 해보려는 분위기가 흐려질까봐 애써 억눌렀다고 했다. (이때 우리가 조금 더 사려깊게 엄마 의견을 물었다면, 고양이, 수건, 119를 넘어서는 충격적인 아이디어가 나왔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아빠는 다이소 앞에 우리를 내려주고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왠지 신나버린 재외동포(나), 피곤한 꾀보, 팔찌 주인은 뇌세포를 풀가동한 끝에 샤워커텐봉, 빨래줄, 커터칼, 가위, 청테이프, 양면테이프, 포장용테이프, 그리고 목욕탕용 삼선 슬리퍼를 샀다. 마냥 단체생활에 불만인 것 같았던 아빠는 뜻밖에도 엄청난 물건을 가지고 차로 돌아왔다. (아빠가 다이소에 있는 나한테 전화해서 팔찌까지 몇 미터 떨어진 거 같냐?라고 물어본 것이 이 때문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감따는 장대!! 딱봐도 가볍고 튼튼한 알미늄 장대는 3단으로 늘릴 수 있고, 끝에는 기역자로 늘어뜨릴 수 있게 굵은 철사가 칭칭 감아 묶여 있었다. 아버지시여!


어? 이러면....될 수도 있는 거 아냐? 다이소 14,000원. 감장대와 철사 25,000원. 지금까지 재밌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깝지 않은 투자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물론 내 돈은 한 푼도 안들어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저 감장대라면 혹시 정말 뭔가 해내버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다시 아중 저수지로 돌아가는 차안의 공기는 사뭇 다른 긴장과 흥분으로 채워졌다.


감 장대. 두둥.


실전에 임할 게임 플랜이 격돌했다.


아빠 1안. 감장대+철사를 이용해서 길게 기역자로 뻗은 다음 낚시바늘처럼 구부린 철사 끝으로 팔찌를 낚아 올린다.


- 장점 : 감장대의 길이가 길고 튼튼함.


- 잘 모르겠는 점 : 철사 길이가 현장과 맞을지 미지수.


- 터무니없는 점 : 철사가 두꺼워서 구부린 끝을 실같이 얇은 팔찌와 얼음 사이의 미세한 틈으로 넣어 낚는 것은 불가능. 차라리 훈련된 고양이를 찾는 편이 빠름.


꾀보 D 2안. 샤워커텐봉으로 하려 했으나 누가 봐도 감장대가 유리하므로 감장대 + 철사 혹은 로프에 상황 봐서 테이프


- 장점 : 감장대의 장점을 즉각 수용한 유연함에 철사의 명백한 단점을 현장 상황에 맞춰 테이프로 보완할 예정.


- 잘 모르겠는 점 : 철사와 로프가 어떻게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것인가.


- 터무니없는 점 : 없음. 역시 꾀보임.


재외동포의 복안. 장대든 로프든 끝에는 강력한 끈끈이를 넓은 면에 붙이면, 얼음 위에 살포시 얹혀진 납작한 팔찌를 착 붙여 올릴 수 있지 않을까. --> 삼선 슬리퍼를 청테이프로 끈끈한 면이 바깥으로 향하게 둘둘 감싸서 준비.


여러 안이 언뜻 비슷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이나 세부 설계에서 사뭇 다른 면을 보였는데, 이는 각자 눈대중으로 짐작하는 얼음의 강도와 두께, 팔찌까지 거리, 팔찌의 물리적 특징에 대한 이해가 상이했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우린 각자의 아이디어를 품고 어떤 개똥이 약이 될 지 모르니 잡히는대로 챙겨서 팔찌가 떨어진 곳으로 돌아갔다.


1차 시기. 1안을 현장 조정 없이 원안대로 일단 추진하는 것이 에너지의 흐름과 모두의 눈치상 적절했다. 철사를 길게 펴서 산책로 난간 위로 감장대를 걸쳐 쭉 뻗으며 아빠가 장대의 힘점을 잡고, 자연스럽게 D가 도왔다. 엄마는 장대 끝을 잡아 거들어보려 했으나, 반대편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길만 막고 그닥 도움이 안된다는 D의 지적에 따라 청테이프로 감은 슬리퍼를 들고 대기했다. 1차 시기는 짧은 실패로 끝났다. 난간 위로 감장대를 뻗으니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고, 장대에 감아놓은 철사의 길이가 필요 이상으로 길어서 제멋대로 휘는 통에 정교한 조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1차 시기는 결과적으로 실패라고 하더라도 중요한 배움이 있었다. 얼음 위에 살짝 얹혀져 있어서 슥 건드리기만 해도 핑핑 날아갈 것 같았던 팔찌가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팔찌에 짧은 안녕을 고하고, 다이소에 다녀오는 동안 한 시간도 되지 않아 팔찌가 얼음과 닿은 접촉면이 녹아 얼음판에 붙은 탓이다. 그걸 떼내려면 얼음에 더 힘을 가해야 하는데, 얼음이 얼마나 두꺼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자칫 과도하게 힘을 썼다가는 통으로 깨질 지도 모를 일이었다. 게다가 얼음에서 떼내려고 힘을 줬다가 팔찌가 잘못 튕겨나갈 경우 일을 완전히 그르칠 수도 있었다. 미처 생각도 못한 위기였다.   


그래서인지 2차 시기를 준비하는 분위기에는 눈에 띄게 진지함이 더해졌다. 장대에 감아놨던 철사를 한 번 더 접어 장대에 청테이프로 묶어 장대 끝에 힘이 잘 전달될 수 있게 했다. 첫번째 시도까지는 마냥 정신없이 웃기에 바빴던 나도 본격 가슴이 쿵쾅거렸다.


이 때 또 하나 특기할 만한 변화가 생겼다.


전력 보강이다(슬그머니 스포츠물로 장르 변주). 산책로는 어른이 각각 양방향으로 한 줄씩 서서 지나갈 정도의 너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장대를 들고 난간에 붙어 야단법석을 떠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다들 좁은 길을 헤치고 가느라 궁금한 눈길을 주면서도 말을 붙인다거나, 오래 붙어 구경하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끼리는 미치도록 웃기지만 사실 구경꾼이 불어나면 부담이 커지고 너무 부끄러워질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그런데 가던 길을 멈추고 참을 수 없는 궁금함을 직접 해갈하려는 이가 있었으니...어머님 A 라고 하자. 자그마한 키에 어머님 전용 브로콜리 파마머리를 하신 어머님 A는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아드님 B와 함께 산책중이셨는데, 이 사람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지 너무 궁금한 나머지 가던 발길이 딱 붙어버리신 것. 바빠보이는 아빠와 D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딱봐도 한가한 엄마에게 말을 붙였고, 엄마는 민망함을 가리고자 최대한 교양있는 말투로 이 어이없는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


https://www.pinterest.com/pin/485896247292105931/ 저기에서 선캡과 장바구니를 빼면 어머님A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신 어머님 A은 분명 엄마 옆 바깥쪽에 서 계셨는데, 어느새 중심으로 자리를 옮겨 아빠와 D 옆으로 딱 붙어 본격 코칭을 하기 시작하셨다. 작은 몸집을 십분 활용한 과감한 돌파력이었다.


'그르치! 이제 밑으로 느으믄 되것어.(난간 아래 쪽으로 장대를 내리라는 의미)'


이런 종류의 개입을 표현하는 말이 여럿 있다. 대게는 부정적이다. 간섭, 참견, 훈수, 훈장질, 고나리...하지만 어머님 A에게는 목소리, 태도, 몸짓을 모두 아우르는 리더십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를 압도한 것은 이 난리굿의 끝을 보고야 말겠다는 어머님의 단호한 의지가 담긴 진취적인 에너지였다.


비록 빠르고 자연스럽게 어머님A의 지휘를 받아들이긴 했어도 갑작스런 외부인의 합류는 우리에게 적잖은 놀라움을 안겼고, 아드님 B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창피함인 것 같았다.


'엄마아!!!!!!! 가자고오!! 이 분들이 다! 잘! 알아서! 하실거야. 준비를 해오셨잖아. 이렇게!!!'  (거의 절규함)


아드님 B가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아후! 내가 못살아!!!'라는 마음의 소리가 분명 크게 들렸다고 D와 나는 나중에 입을 모았다. 하지만 어머님A는 이미 우리팀을 지도하기로 마음을 정하셨으므로, 아드님 B에게 남은 선택지는 다 난감한 것 뿐이었다.


패륜(어머니를 버리고 간다) 또는 순응(체념하고 기다린다).


2차 시기. 1안을 일부 변형했고, 팔찌를 일단 얼음에서 떼낸다는 과정이 추가됐다. 1차 시도에서 감장대 쓰는 감을 익힌 아빠와 D는 한결 나아진 팀워크를 선보였다. 난간에 세로로 촘촘히 쳐진 철제 기둥 사이로 감장대를 넣었고, 이번엔 팔찌까지 딱 닿았다. 몇 번 얼어붙은 팔찌를 긁자, 팔찌가 가볍게 튀어올라 뱅그르 움직였다.


'어!! 됐다, 됐다!!!'


아드님 B는 뜻밖에도 답이 두 개밖에 없었던 것 같은 상황에서 제3의 길을 택했다.


참여(이왕 이렇게 된 것, 어서 건지자). 그도 이제 사실상 우리 팀이다.


아빠는 몇 번 더 팔찌를 툭툭 쳐서 튕겨오르게 했는데, 아무래도 낚싯바늘처럼 구부린 철사의 끝에 기어이 그걸 껴 넣어보겠다고 하는 것 같았다. 계속하다간 팔찌가 저 멀리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갈 위험이 있었다.


'안뒤야. 그르케 해서는'


어머님 A의 단호한 목소리는 이제 작전에 변화를 줄 때라는 신호였다. 이제까지 우리의 마음가짐이 실패(할 것이 거의 틀림없다)해도 참가에 의의를 둔 올림픽 정신에 가까웠다면, 어머님 A의 합류 이후에는 흡사 '팔찌 일병 구하기'와 같은 결연함이 모두의 마음 속에 생겨난 것 같았다고나 할까. 어머님 A의 작전 지시에 따라 일단 장대를 걷었다.


3차 시기. 재외동포의 복안을 시험해볼 때가 됐다. 감장대+철사의 조합이 효과적임을 알았고, 팔찌가 얼음에서 떨어졌으니 이제 그걸 끈끈한 것으로 붙여 걷어올릴 차례였다. 엄마가 내내 갖고 있던 청테이프 감은 슬리퍼의 발등 부분을 구부린 철사 끝에 걸어 고정시키고, 접착력을 최대로 하기 위해 청테이프를 한 번 더 감았다.


이 때 D가 청테이프 끝을 자르려면 가위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어머님 A는 '그른 그 필요 읍쓰으~' 하며 경쾌한 스냅으로 순식간에 테이프를 잘라 주셨다. 감독님(으로 격상됨)의 무심한 에티튜드의 바탕에는 긴 세월 노동으로 다져진 노하우가 깔려있음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미리 면접을 보았어도 이보다 더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가진 분을 모시진 못했을 것이다. 하늘이 돕는가.


슬리퍼를 꿴 감장대를 이번엔 난간 위쪽으로 내려 걸쳤다. 아드님 B가 왜 2차 시기에 했던 것처럼 난간 아래쪽 기둥 사이로 내리지 않냐고 이의를 제기했는데, 어머님 A는 그럴 경우에 장대가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걸려 끈끈이 슬리퍼를 흔들림없이 안전하게 가져오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작전 의도를 설명하셨다. 소통의 리더십까지....인정.


장대를 팔찌까지 쭉 뻗었다. 2차 시기에 팔찌를 조금 가까운 위치로 끌어온 탓에, 난간 위로 장대를 올렸음에도 슬리퍼가 무난히 팔찌에 닿았다.


'옳지. 옳지! 눌러!!' 아드님 B가 어느새 절실한 목소리로 외쳤다.


테이프가 감아진 슬리퍼 발바닥면을 아래로 힘을 주었다가 들어올리자, 팔찌가 얼음 위에서 사라졌다.


'붙었다아!!!!!!' 일제히 함성이 터져나왔다.


'조심조심! 이제 뒤집어!!'


1,2차 시기를 거치며 이심전심의 듀오가 된 아빠와 D는 바닥면을 위로 가게 기울이며 장대를 완벽한 각도로 매끄럽게 회수했고, 난간과 가까워지자 아빠가 긴팔을 이용해서 슬리퍼를 붙잡았다.


와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우리는 원팀이었다.


(이 느낌 기억하시는지..)


이 환희의 순간을 정확하게 표현할 언어가 나에게는 없다. 장난처럼 시작된, 믿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했던 작은 모험에 모두 한 숟갈씩의 희망과 발상을 얹으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킬킬거렸다가 어느덧 진지한 마음이 되어 버렸다. 지나가던 낯선 이도 선뜻 나서 힘을 보태줄 만큼. 간절했지만 한편 믿기 어려운 성공이었고, 귀찮음, 호기심, 안타까움, 오지랍, 선의가 합쳐서 순전한 기쁨으로 폭발했다.


어머님 A와 아드님 B는 환한 표정으로 표표히 떠나셨다. 아, 맞다. 우리 모르는 사람들이었지. 급하게 현실로 돌아와서 정신이 들자 어색해진 몸짓으로 슬금슬금 멀어지는 얼굴은 마스크에 가려졌어도 광대가 한껏 올라간 기색이 역력했다. 단체사진이라도 찍자고 할 걸. 나중에 후회했다.


79년 이란 혁명을 겪고 엄마에게 왔던 팔찌는 43년만에 끊길 뻔한 인연을 그렇게 다시 이어가게 됐다. 이 팔찌가 몇 번의 모험을 더 겪을지 두고볼 일이다. 고양이 목숨이 아홉개라고 했던가. 아중리 호수 얼음 위에 떨어졌을 때 이 팔찌의 운이 거기서 다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엄마가 알 리는 없었겠지만, 그 때 엄마한테 불쑥 고양이 생각이 났던 것도 완전히 허무맹랑하진 않았던 것으로 치기로 하자.


 그런 의미에서 이 모든 일의 시작인 엄마로 이야기의 끝을 맺는 것이 올바르다. 우리 자매를 낳으시고, 팔찌의 이야기를 풀어 놓았으며, 아중 저수지로 팔찌를 날려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배태하신 엄마는 카이저 소제*급의 설계력을 보였다. 나중에 D가 말하길 엄마는 다이소에 가는 차 안에서 넌지시 아빠에게 '이렇게까지 딸들이 애를 썼는데도 못찾으면 너무 속상하기 때문에 당신이 금팔찌를 사줘야 한다'라는 놀라운 논리를 펼쳤다고 했다(딸들이 잔망을 떨어봤자, 역시 와이프의 묵직한 한 방이 크다. 감장대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팔찌를 건질 궁리를 하기 시작한 다이소에서부터 나에게 쭉 사진으로 찍어두고 글로 써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엄마였다. 마치 내 안에서 속삭였던 김영하 작가의 목소리를 듣기라도 한 것 마냥.


* 카이저 소제는 1995년 영화인 유주얼 서스펙트라는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전혀 의외의 충격적인 결말로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를 기억하는 분이라면 최소 30대 후반의 약간 오래된 사람, 모르면 덜 오래된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왠지 격언같은 것으로 멋있게 마무리하고 싶어 찾아보니 19세기 영국 시인인 로버트 브라우닝이라는 양반이 '어머니되기: 모든 사랑의 시작과 끝이리니(Motherhood: All love begins and ends there)'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어머니시여. 모든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실지니, 그대에게 이 글을 드립니다.



사족.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긴 썰을 풀어놓고 사족까지 붙이다니, 심하다(유체이탈중). 다 써놓고 보니 다이소 이후에 내가 이야기에서 쏙 빠져있다는 것을 깨닫고 굳이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을 변명을 붙여본다. 당시만 해도 김영하 작가의 주술적 암시와 엄마의 큰 그림에도 불구하고 이걸 글로 쓸 생각은 1도 없었다. 동영상으로 찍어 놓으면 재밌겠다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쳐 나름 열심히 찍었다.


그런데 간과했던 것은...나는 불치의 똥손이고, 동영상을 찍는데 꼭 필요한 전지적 감독 시점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초점이며 등장인물이며 전혀 모르겠는 것은 물론이고, 내내 숨넘어가게 웃는 소리 내지는 비명만 녹음돼서 도대체 차마 못 볼 꼴의 괴영상이 되었다(조금 무섭기까지 하다). 간단하게 즐거운 동영상으로 때울 수 있을 줄 알았던 궁리가 수포로 돌아가서 이렇게 몇날 며칠 걸려 주구장창 써야만 했던 것이다. 사람은 역시 기술을 배워야 한다.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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