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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팔이 Dec 19. 2023

20231218~1220 특별휴가

생애최초 교권보호위원회 후기


갑자기 웬 특별휴가일까?

'교권침해피해교원'을 위한 특별휴가를 6일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 반 금쪽이 쉐키가 수업 방해 행위를 꾸준히 해온 것도 모자라 나에 대한 성희롱을 신나게 하고 다녔기 때문에 교감샘이랑 생활부장님께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주세요! 하고 부탁을 했고 교권보호위원회가 11월 30일에 열렸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왈왈이 자식은 출석정지 처분을 받았고, 워낙 온 동네와 온 학교에 유명한 문제아였기 때문에 학교와 심의위원회 학부모님들이 충분히 내 입장을 고려해서 초범(?)으로는 나올 수 있는 한 최대한 강한 처분을 때려주셨다. 

이번 교보위가 끝나자마자 교무부장님께 물었던 말이 내 심정을 대변하기 좋을 것 같다. 


"부장님... 제가 당한 게 교권침해가 맞나요?"


진짜 가장 가벼운 처분이 나와도 좋았다. 나는 그저 내가 당한 게 교권 침해가 맞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번 교보위를 준비하면서 정말 심적 고통이 컸기 때문에 꽤 엄중하게 나온 처분 결과가 엄청 위로가 되었다.


사실 이번 일로 인해 가뜩이나 있던 우울증이 다시 도졌고,

정신병동 입원을 고려할 만큼 피폐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고 약을 먹어도 우울한 기분을 떨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연히 내 잘못이 아니었을 것이고, 실제로 내 잘못이 아니었지만 스스로를 좀먹게 되는 게 너무 끔찍하고 서글펐다. 다행히도 주변 동료들이 많이 도와주셨고 관리자분들께서도 내 입장을 충분히 헤아려 주셨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 반 학생들. 착한 그 아이들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기도 힘들었을 거다. 


나한테 그 따위로 행동하는 녀석이 같은 반 학생들에게 친절했을 리 없다. 당연히 아이들도 당한 게 많았고, 나의 교권침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당해온 많은 폭력이 드러났다. 아이들이 정말 6년 동안 꾹 참고 눌러 온 울분을 보는 순간 담임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무력하고 슬프게 느껴졌다. 그래서 애들 앞에서, 말을 하다가 결국 눈물을 보였지만 우리 애들은 나를 이해해줬다.


"학교가 여러 사람이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게 너희가 폭력을 당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잖아. 어른들이, 너희들이 도와달라 했지만 걔가 그냥 그런 애니까 좀 참으라, 좀 피하라 했겠지. 니네가 다쳤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었잖아. 초등학교 마지막 담임인 내가 그걸 외면하면, 그러면 나는 니네 담임 자격이 없는거지. 나는 너희랑 예쁘게 졸업하고 싶어, 얘들아."


울면서 말해서 엉망이었겠지만 그 쉐키를 제외한 아이들은 내 말을 들어줬고, 교사가 울었다면 다른 반에 소문이 날 법도 했는데 애들이 하나같이 '우리 반은 오늘 아무 일도 없었어요.'라고 말하며 입을 다물어줬다. 현재 출석 정지로 학교에 오지 않고 있는데 아이들 표정이 한결 밝고 행복해보인다. 다만 한 번씩 물어보긴 한다. 쌤, 걔 언제 와요? 한 12월 말 쯤 올거야. 그러면 애들이 표정이 썩는다. 안 왔으면 좋겠나보다. 


특별 휴가는 그럭저럭 성적 처리와 바쁜 일이 마무리 되고 나서 쓰기로 정했기 때문에 지금 우리 반 애들은 어떤 선생님과 있는 지는 모르지만(?) 나름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으리라 믿는다.


교권보호위원회를 여실 선생님들을 위해 팁을 몇 개 남겨보자면 이렇다.


1. 상담록이든 뭐든 항상 기록해둬야 한다.(내 경우에는 나이스 누가기록을 상담록 대신 쓰는데 거기에 들어간 내용들을 증빙 자료로 제출했다.)

2. 문자며 전화며 무조건 녹음해야 한다.

3. 여건이 된다면, 학생을 지도하신 후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자필 진술서를 한 장씩 받아 놓으시면 좋다. (나는 이것조차 아동학대의 빌미가 될 수 있다 해서 안 해놨었는데... 이걸 해둘 걸 후회했다.)

4. 사건과 관련하여 증언해줄 수 있는 아이들을 미리 확보하라.(아이들의 증언이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5. 정신과 진단서를 첨부할 것이라면 최대한 특정성이 있도록 써달라 부탁하면 좋다. (내 경우엔 ***학생으로 인해 ~~~~ 한 우울 불안 장애의 4주 이상 치료를 요함, 이렇게 써 주셨다.)


교보위에 들어오는 위원들은 대부분 학부모님이거나 교원이다. 아직까지 우리 지역에서 변호사 등을 대동하고 들어오는 경우는 없었지만, 법률적으로 빌미를 잡히지 않으려면 아~~~주 철저하게 증빙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책을 잔뜩 했다. (그거 받아둘 걸, 만들어 둘 걸 등등...) 그리고 하나라도 더 긁어내려고 상담록과 누가기록을 파고파고 또 파다보면 사람이 피폐해진다. 진짜 피폐해진다. 정신건강에 매우 안 좋다. 내 경우엔 최근 세 분의 상담사를 만나고 있고 정신병원도 따로 다니며 약을 먹는다. 그나마 안정을 찾아서 글을 쓸 수 있는 거다.


힘들다 정도로 표현하긴 어려운 감정이다. 나는 이게 나를 갉아먹고 내 탓을 하는 쪽으로 발현이 되어서 정말 위험했다. 자해와 자살 위험도가 매우 높았다. 부엌에 가서 칼을 들고 팔을 몇 번 그어봤다가 아파서 그만뒀다니까 칭찬을 받았다(....). 자존감, 자신감 모두 바닥을 찍은 상태고 학교 생활을 제외한 일상 생활은 거의 되지 않고... 지금은 현재 휴식과 치료를 받으며 다시 자존감을 끌어 올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용기도, 자신감도 싹 사라져버렸다. 흑흑.


교직 생활을 하다보면 감당이 안 되는 학생들을 만난다. 우리 교육은 앞으로도 이런 학생들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고... 교보위까지 열지 않으면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게 정말 안타깝다. 교보위가 결국 위원회기 때문에 중간에 서류도 많이 필요하고 일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그 과정에서 또 교보위 신청을 한 피해교원은 위축이 되고... 정말 악순환의 반복이다. 학교에는 교육이 되지 않는 학생을 거부할 권리가 필요하다.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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