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Qurious Apr 22. 2024

여행과 질문 - 2

<2024년 3월 19일, 프랑스 파리>

"지루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적응되고 안정됐다는 것" - 파리 콩코드 다리를 건너며.


날씨가 좋다. 어제보다 공기는 차갑지만 하늘은 더 높고 파랗다. 이제 곧 봄이 오는 것은 파리의 로컬들도, 나 같은 방문객들도 느낄 수 있다. 몇 년간 연락은 주고받지 않지만 소식만은 전해지는 -친구라기엔 가깝고도 먼-대학동기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식사가 될지, 커피가 될지, 얼마나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모르지만, 도시에 있다 보면 답이 나오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길을 걷는다. 지루함을 받아치지 않고,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 이번 여행의 비공식 테마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무엇을 위해 움직이는가? 쾌락은 우리에게 축복인가 저주인가?" - 뤽상부르 정원에서


대학동기와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고 오는 길,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앉을 곳을 찾았다. 과거 우리가 공유했을지 모르는 기억들을 더듬어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 아는 친구들도, 일상 속에서 만났다면 묻지 못했을 것들에도 이야기 꽃이 피었다. 


다른 이들의 삶을 엿보는 것도 여행의 한 부분일까. 한 때 삶의 한 교차로에서 마주했던 사람을, 이후 오랜 시간 다른 길을 따라 걷다 다시 마주한 즐거움. 잠깐의 이야기와 눈짓으로 서로의 삶에 대한 안부와 동경심을 전했다.


공부, 타지에서의 삶, 사랑, 특히 사랑. 모든 사람이 함께 의논할 수 있는 주제. 


사랑이란 이따금 두 사람 이외 타인들에게 배타적이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유일성을 상대방에게서 확인해 가는 것, 요구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하고, 또다시 요구받는 것, 그 과정 속에서 부딪히는 우리의 정념은 희극과 비극을 모두 가져온다.


아담과 하와가 마음과 정신만으로 완전하던 곳을 떠나 처음으로 마주한 삶의 모습이란, 세상의 부정한 것들을 긍정해 가는 일이었을 것이다. 사람이 결핍으로부터 욕구를 느낄 때, 쾌락을 좇으며 그것을 충족해 가는 과정 자체가 먹고, 마시고, 사랑을 나눈다는 생존과 동일한 선상에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축복일까 저주 일까. 우리의 삶 자체는 곧 실낙원의 연장선이지 않을까.


"우리는 그럼 무엇으로 사는가?" - 센 강변에서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가 아니더라도 저마다의 의견을 낼 수 있다. 나 역시도.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생존이라는 투쟁의 굴레에서 자유를 얻은 자는 무엇을 향해 다가갈까? 


흙 한 줌, 물 한 방울, 공기 한 모금, 햇볕 한 톨. 그저 주어지는 것은 없다. 스스로가 갈구하지 않으면 얻어낼 수 없듯,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무언가는 결국 그대가 무엇을 필요로 해 갈구하는가에 달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사람은 욕망으로도 살아간다. 꿈과 희망이라기엔 조금 저열하지만, 그저 욕구로만 취급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그 무언가. 가슴 한편에 자리 잡아 때로는 자신을 뜨겁게도, 차갑게도 만드는 그러한 '욕망'이다. 


철새가 햇볕을 찾아 날 듯, 소 떼가 풀을 찾아 걷듯, 또 때로는 어둡고 낯선 찻장 속의 설탕을 찾아 줄지어가는 개미 떼와 같은 삶. 그 과정에서 우리는 살아 숨 쉬는 희로애락을 만들어간다. 


또 다른 이들은, 삶의 목적을 '소명'에서도 찾는다. 신께서 말씀하신 대로, 학문과 일터라는 자신의 자리에서, 주어진 삶에서 가치를 만들어가는 삶. 그러나 삶이란 것이 그저 우연히 내게 주어졌다면, 그러한 우연은 또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당신이 모든 일에는 이유와 의지가 있다고 여긴다면, 지금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도 미래의 무언가를 향한 하나의 목적성을 지녔다고 여길 수 있다. 혹은 당신이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인과성으로 세상을 받아들인다면, 당신이 행하는 일도 곳 이벤트 체인에 걸린 인과성의 산물로 받아들일 있다. 


세상에는 '소명'을 찾는 있어 나보다 먼저 존재했던 다른 이들의 의지와 목적성 따위가 없었더라도, 그저 하고 싶고, 있는 일을 행하는 것으로도 자신의 소명을 완성해가는 사람들도 있다. 


 

작가의 이전글 여행과 질문 -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