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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터 Aug 07. 2022

자줏빛 노을

꿈속에서 저는 분명 자줏빛 노을을 마주쳤습니다.

동해 바다에 펼쳐진 모래사장을 맨발로 저벅저벅 걸었습니다. 한참을 걷고 또 거닐었습니다. 발가락 사이사이로 파고드는 모래는 더 이상 모래가 아니었어요, 그건 사실 자줏빛 노을이었다고 말하면 믿어주실건가요?


허공에서 현악기의 선율이 흘러나오고.. 그건 다시 피아노의 건반 소리가 되었다가.. 쿵쿵거리는 저의 심장 소리로 변하였습니다.


저는 본디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이지만 꿈속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외로움을 친구로 삼기로 결정내렸습니다. 그렇게 노을 빛 위를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노을의 끝으로 다가가려 하였습니다. 기어코 짜디짠 물 속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참방참방, 그렇게 노을이 다가옵니다. 맨 다리를 훑고 지나가는 물에서는 반가움이 느껴집니다. 꿈에서라도 돌아왔구나 하고 속삭였습니다.


맞아요, 저는 실제로 자줏빛 노을을 본 적이 있습니다. 강릉의 어느 해변가에서였습니다.


그곳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꿈속에까지 찾아와 모래가 되고 파도가 되고 노을이 되었습니다.


마침내 그 노을은 꿈속의 내가 되었습니다. 너무도 그리워한 나머지 결국 하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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