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오른쪽 눈두덩이가 심히도 아렸다. 깜빡이면 깜빡일수록 더해지는 고통. 또 시작이네. 거울을 마주 보고 눈꺼풀을 한껏 들어올려 보았다. 벌써 통통해져서 잘 보이지도 않지만 그것은 분명 오랜만에 찾아온 불청객, 다래끼였다.
나는 본래 다래끼가 잘 나는 체질(그런 체질이 정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로 고등학교 3학년 당시 다래끼가 꽤나 자주 났었고 한번은 도저히 약으로 낫질 않아 안과에서 째야 했던 적도 있었다. 그건 너무나 아팠다.. 창구에서 마저 계산을 하며 눈가를 붙잡고 있었는데 손을 떼자 절로 흐른 눈물로 오른쪽 뺨이 축축했었다.
그래서 집에 상비해둔 약들 속에는 늘 다래끼 약이 있었다. 익숙하게 입 안에 털어놓고 혹시나 고통이 길어질 것을 대비해 약국에 들러 새로 약을 샀다. 그래도 그간의 경험상 빠르게 처치하면 할수록 빠르게 수그러드는 편이었으니 과거의 경험을 믿어 보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또 한번 안과에 가서 무서운 맛을 봐야할 지도 몰랐다.
어제 갑자기 친구가 전화를 걸어 함께 수선화밭에 가자고 이야기를 해왔다. 행선지는 충청남도 서산이었지만 나는 단박에 가겠노라 대답했다. 그래서 떠나게된 수선화 구경이었다. 반은 충동적인.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는 사람 반 수선화 반이라는 누군가의 축제 후기를 곱씹었다. 그래봤자 이미 버스는 출발했고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분명 입구부터 심상치 않은 곳이었다. 샛노란 수선화밭과 사주 작명 현수막이라니. 들어가자마자 풍겨오는 군밤 향기에 여기가 진정 한국의 축제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계속해서 들려오는 대금 소리에는 정신이 홀리는 듯 했으며 사람은 역시나 많았고 딱 그만큼 수선화도 아름답게 만개해 있었다. 다만 밭이 제법 언덕에 위치해 있어 저질 체력으로 헉헉거리며 산등성이를 올라가야 했다. 같이 온 친구는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고 나도 옆에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몇 장 찍어 보았다. 찍으면서 우리는 정말 기묘하다, 기묘한 곳이다 중얼거렸다. 그 표현이 딱 적절했다.
그래, 모든 여행이 성공적일 수만은 없겠지.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아닌가, 지나고 보니 예쁜 수선화를 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한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이상하지도 않았지만 완전 좋지도 않았던. 이런게 당일치기 여행의 매력일까? 다래끼로 연신 아려오는 오른쪽 눈을 깜빡이며 급작스런 여행의 여운을 즐겨본다. 일년에 몇 없을 기묘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