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화병에 꽃 대신 구름 한 점을 떼어다가 욱여넣고 싶은 그런 날씨였다. 나는 돗자리를 편 채 한강변에 누워 구름이 흘러가는 것을 가만히 관찰하고 있었다. 개미 몇 마리가 소풍 친구라도 되는 듯 돗자리 위를 기어다녔다.
언젠가 구름을 잡아보고 싶다 상상했다. 어린 날의 내가 했던 생각이 오랜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다. 별 생각 없이 하늘 쪽으로 손을 휘 저었는데 놀랍게도 구름 한 점이 손에 걸려오는 것이 아닌가.
꿈인가? 아니, 아마 꿈이겠지.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면 구름이 다시 하늘로 돌아갈지도 모르겠다는 근심이 불쑥 튀어 올랐다. 근처에 있던 이름 모를 병 안에 담은 뒤 소중히 품에 안아 들고 집까지 달려왔다. 후덥지근한 날씨 덕에 비오듯 흘러내리는 땀을 손등으로 대충 닦아 내고서 병 속을 확인해보았다. 당연하게도 그 안은 비어 있었다. 병을 들고 이리저리 살피며 구름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법한 곳을 찾아 보았다. 그런 내 바람을 비웃듯 병은 텅 빈 상태 그대로였다.
어느 순간 나는 꿈에서 깨었다. 하늘은 여전히 맑았고 구름이 떠다녔고 탁자 위에는 투명한 화병이 있었다.
사실 꿈이 아니어도 구름을 담을 수 있는 방법같은 거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밖으로 달려 나가 곧장 화병을 하늘 쪽으로 들어 올렸다. 투명한 병 안으로 구름이 비쳐왔다. 안녕, 작게 인사를 건네니 구름이 숨을 쉬며 대답했다. 병 안에서 바람이 불고 단비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