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를 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번 편지에서 당신은 제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 하시는 것 같았어요.
여기는 오래된 황색 등이 꺼질 듯 꺼지지 않는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그런 공간입니다.
언제나 이곳에 존재하는 전등에게 말을 걸어보신 적이 있나요? 그는 말 한마디 없이 창가에 기대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합니다. 답은 아직 듣지 못했으나 그건 창 밖의 구름도 침입자도 아닐 거예요. 그는 말했습니다, 네가 옆에 오래도록 앉아 있어 준다면 언젠가는 자신이 누굴 바라고 있는지 알려줄 수도 있겠노라고.
가끔 이곳에서 시간은 바깥보다 느리게 흘러갑니다. 고독과 침묵이 매 초 위로 두텁게 쌓여 자꾸만 시간을 늘려가는 까닭이지요. 방 안에 진득하게 눌러 붙은 고요는 어쩐지 진공과도 맞닿아 있는 듯 합니다. 공기 한 점 소리 내지 않는 이곳에서 저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바깥의 규칙은 전혀 통하지 않는.
원하지 않는 밤이 깊어갑니다.
저는 이불 위를 내내 뒹굴다 지쳐 잠이 들 듯 합니다. 그렇게 잠이 들면 곧 시간의 저편으로 떠내려 사라지겠지요. 벌컥 겁이 나더라도 미리 인사를 드려야겠어요.
오늘도 고생 많았습니다.
부디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 말아주세요. 저는 다시금, 그리고 오래오래 이곳에 존재할 것입니다.
그럼 다음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