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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딕 다이어리 Mar 14. 2023

북유럽의 겨울 한 조각 | 세라믹 스튜디오 토세이


새벽 다섯시 거실을 따뜻하게 데우며 하루를 시작한다. 건조한 겨울에 칼칼해진 목을 달래기 위해 주전자에 도라지 몇조각과 배를 잘게 잘라 차를 끓여낸다. 



새벽부터 보슬보슬 눈이내리는 눈. 덴마크에 오기 전 북유럽은 늘 눈이 펑펑 내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한국보다 눈을 보는 일이 흔치 않다. 지리적으로도 유럽 대륙과 북유럽을 잇는 경계에 있어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것 같다. 


흔히 덴마크의 겨울 날씨는 하루에 사계절을 다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아침 내내 눈이오다 낮이되자 해가 눈을 녹이고 오후 느지막히 비가 쏟아지다 저녁이 오기 전 슬며시 옅은 햇볕이 다시 얼굴을 내민다. 










점심을 먹고 토세이 세라믹 스튜디오에 갈 준비를 한다. 늦은 오후, 시간이 날때면 가서 듣기 시작한 도예수업. 흙을 다루는 기초작업부터 찬찬히 가르쳐 주어 즐겁게 익혀나가고 있다. 이곳에서 차와 음식을 만들고 가르치기에 언젠가 내가 사용하는 그릇은 직접 만들어서 쓰고싶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꾸준히 잘 배운다면 그 순간이 곧 오지 않을까 싶다.


우연히 들린 친구 전시회를 통해 소개받아 인연을 이어나가게 된 롱페이, 스튜디오에서 함께 차회를 진행한 계기로 일로서 그리고 좋은 친구로서 친분을 쌓아가게 되어 자주 들리곤 한다.



시내 중심에 있는 그의 스튜디오에 다다라 작은 계단을 따라가 문을 연다. 작업실에 들어설때면 나는 포근하고 묵직한 나무의 향기, 토세이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그는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은 형태를 중심으로 작업하며, 텍스처와 색감을 위해 천연 재료들을 찾아가며 공을 들여 유약을 개발한다. 아시아에 뿌리를 두고 덴마크에서 자란 그의 도자기엔 전통적인 아시아의 문화와 덴마크식 모던함이 잘 버무려져 있다. 굴곡이 거친 돌 형태의 스톤 인센스 홀더, 싱그러운 대나무의 형태를 띈 밤부컵, 진한 흙의 빛깔을 담은 그릇들은 그의 작업세계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작업할 때 들러 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때면 도자기에 대해 설명해주곤 하는데 흙을 물레에 던지고 형태를잡아가는 일 그리고 조심스럽게 유약을 발라 가마에 넣은 뒤 긴 시간의 기다림. 그 결과는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아름다운 작품이 되기도 때로는 깨어져 나오거나 전혀 다른 빛을 내기도 한다고 한다.


도자기를 빚는 작업이 하나의 명상과도 같다는 그는 한 번 작업이 시작되면 흙과 자신과의 대화속에 온전히 몰입하기 시작한다. 집중해서 작업하는 이의 곁엔 아직 유약을 입지 않은 아름다운 굴곡의 맨 몸의 도자기들이 일렬로 줄지어 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언젠가 덴마크에 온다면 스튜디오에 들러 직접 만드는 과정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어 보시기를 바래본다. 





TOSEI 


Brolæggerstræde 6, kld. th, 1211 København

수 - 토 12:00 - 17:00 (일, 월, 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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