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르딕 다이어리 Aug 03. 2023

조금 다른 올해의 여름



평소에 자주 들여다보지 않던 뉴스가 왠일로 궁금해져 뒤적거린다. 한국의 무더위와 침수,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폭염. 전년과는 또 한번 확연히 다른 날씨가 실감난다. 




우리의 칠 월은 어땠을까. 올 여름은 유난히도 비가 많다. 잠시 하늘이 맑은가 싶다가 이내 창문으로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며 자국을 남긴다. 작년 이 맘즘엔 민소매를 입고 가볍게 다녔겠지만 요즘은 긴팔에 긴바지, 어느 날은 코트를 입지 않곤 나가기 어려울 만큼 날이 서늘해졌다. 전 세계적으로 터지는 이상기후를 보며 기분이 묘해지고 다시한번 뜨거워지는 지구에 대해 돌아보며 반성을 하다가도, 은근히 속으로 이 곳은 아주 조금만 더 따뜻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세상에 불평하자고 하면 한도끝도 없듯이, 오늘도 날씨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하다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선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동안 건조했던 나무와 풀들이 충분히 목을 축일 수 있겠다 생각하면 한편으론 다행이지만 아직 물기가 마르지않은 우리집 식물을 바라보며 '햇볕을 충분히 받아야 잘 자랄텐데..'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덴마크에선 날씨가 하루에 4-5번씩 바뀌기도 하고 해가 쨍쨍하게 덥다가 갑자기 서늘해지는 날씨가 반복되어 여름옷과 겨울옷을 확실히 나누지 않고 지낸다. 언제 추워질지 몰라 한 켠엔 소매가 짧은 옷들을 한 켠엔 가을 겨울옷 몇 벌을 옷장에 예비해 둔다. 한 해의 반은 비가 내리기에 레인코트는 온 첫 해 바로 장만해 두었다.  덴마크에 바람이 많이분다는 사실을 잊고 샀던 레인코트가 바람에 모자가 쉽게 벗겨져서 최근 플리 마켓에서 하나 구매했는데 비오는 날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다. 자전거를 타는 날엔 레인코트에, 레인팬츠, 장화까지 신고 단단히 준비하고 집을 나선다. 아무래도 입는 일이 많다보니 일상복으로 입기에도 무리가 없도록 깔끔하게 디자인이 잘 되어있어서 평상시에도 종종 입고다니곤 한다. 







아침 내내 오던 비와 구름이 이내 걷히고 오후나절 되서야 하늘이 개기 시작하자 이바가 정원으로 가자고 제안한다. 내려둔 커피와 커피잔을 트레이에 담아둔 뒤 읽을 책 한권을 꺼내들고 그곳으로 향한다. 정원이자 작은 공원인 이 공간은 건물 사람들을 위한 곳으로 편안하게 앉을 나무 의자와 테이블이 있고 원하면 바베큐도 즐길 수 있게 그릴도 마련되어있다. 여름이라 다들 휴가를 가서인지 동네가 조용해서 둘이 종종 짧은 휴식을 취하러 내려오곤 한다. 커피를 테이블에 놓고 다리를 뻗은 채 고개를 젖혀본다. 감은눈으로 보이는 미세한 빛과 따뜻한 기운에 몸이 녹는 듯 나른해진다. 한국과 프랑스에서 지낼 땐 사계절 내내 해가나기에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해본적 없는데 이 곳에 온 뒤로는 꼬박꼬박 비타민을 챙겨먹게되고 해가 나는게 보이면 무조건 밖에 나가려고 한다. 이 곳에선 처음보는 사람들과도 만나면 날씨 얘기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지루할 법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새롭다는 듯 각자의 불평을 내어놓는다. 가져온 책을 펼쳐두고 한 장 두 장 넘기다 다시 눈을 꼭 감아본다. 아, 이 순간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숨을 길게 내쉬다 ' 한 달 뒤면 다시 8개월의 긴 겨울이 돌아오겠지' 라는 생각에 벌써 아쉬운 마음이 차오른다. 하지만 또 그렇기에 이 남은 계절을 아낌없이 즐기면 되는 것. 일찍이 휴가를 이미 다 써버려 여행을가긴 어렵고.. 이 곳에서 무얼 하며 보내면 좋을까? 같이 종알종알 이야기하며 작은 계획들로 여름의 마지막 달력을 채워나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얀 밤, 북유럽의 하지축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