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묘 빈티지샵에서 마케터로 일하게 되었다. 아직은 파트타이머로 일하고 있으나, 시간이 지나고 성과가 보이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
내가 빈티지샵에서 일하게 된 이유는 명확하다. 내 "작은 사업"에 한계점을 느꼈고, 회사에 들어가 실력을 쌓을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작은 사업 역시 추후 연재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때마침 마케팅 모든 단계를 직접 실행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빈티지샵 사장님은 동묘에서만 10년, 빈티지 관련해선 20년 가까이 일하신 빈티지 전문가이다. 잔뼈 굵은 사장님이 온라인 마케터를 뽑게 된 이유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오프라인 영업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장님의 요구사항은 매장을 홍보하고, 가게 매출을 올리는 것이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 속에서 함께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
첫 출근했을 때 사장님이 처음 건넸던 말이다. 성품이 좋은 사장님을 만난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하다.
사장님은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 테니 다양한 시도를 해보라고 응원해 주었고, 성과가 좋으면 서운하지 않을 만큼 인센티브까지 챙겨주겠다고 말했다.
서운하지 않게? 굉장한 자신감이다. 의욕이 넘친다.
이런 기회가 또 있나 싶다. 내가 이 브랜드를 맡고 키운다는 생각으로 전념할 계획이다. 벌써부터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잘하고 싶고, 잘 될 것 같아 기대된다.
사장님과 면접을 보는데 이런 말씀을 하셨다.
"4년제에 좋은 대학까지 나왔는데 왜 이런 곳에 지원했어요?"
맞다. 자랑할 만한 대학까진 아니어도 4년제 공대 출신에 성적 장학금을 받았고, 미국 유학 생활, 스타트업 인턴, 공모전 수상 등 꽤 화려한 이력일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동묘에 와서 최저시급 받으며 일하겠다는 나를 특이하게 보는 건 이해가 된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걸 따라간 인생을 살았다. 대학은 가야 한다, 졸업 전에 인턴 경험을 쌓는 게 좋다, 미국 살다 오면 영어 늘어서 좋다 등. 하지만 막상 졸업을 하고 취준을 하다 보니 이게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이 맞나 회의감이 들었다.
늦은 나이지만 정말 나다운 걸 해보고 싶다. 반 오십+1, 내가 쌓은 공든 탑을 부셨다. 그 무너진 터 위에 새로운 돌을 올리는 순간에 있다.
간절히 최선으로 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