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묘 빈티지샵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내 업무는 매장을 홍보하고 가게 매출을 올리는 것이다.
이번 주는 설맞이 이벤트 콘텐츠 제작과 상품 업로드 두 가지 업무를 하게 되었다.
상품 업로드는 단순 반복이다. 옷 상태 점검, 사진 촬영, 옷 치수 측정, 상세 설명 작성 순으로 계속 반복하면 된다.
문제는 콘텐츠 제작이다. 어떤 콘텐츠를 제작해야 할까? 독특하고 창의적이며 매장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 과한 홍보가 아닌 고객에게 스며들 수 있는 콘텐츠?
곰곰이 생각해 봤다. 자연스러운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의 입장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다른 손님들이 가게에 쇼핑하는 모습이다. 손님들이 가게에서 쇼핑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고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문구를 작성하여 릴스를 제작했다.
반응은 좋았다! 릴스는 하루 만에 천 명 이상에게 도달했고 팔로워 수도 증가했다.
그런데 다음날, 사장님이 영상을 내렸다. 그리고 앞으로 콘텐츠 업로드 전에 미리 확인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했다.
왜? 내가 열심히 만든 콘텐츠를 의논도 없이 내렸지? 반응도 정말 좋았는데? 갑질의 시작인가? 내 창의성을 막는 건가?
불만이 생겼다. 하지만 그 당시 이유를 묻지 못했다. 이해가 안 되는 행동에 어안이 벙벙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릴스에 사장님의 모습이 잠깐 출연했는데 그 모습을 본 가족들의 마음이 매우 안 좋았다고. 그래서 가족들의 마음이 상처를 받았다고.
가게에 도움이 되고자 만든 콘텐츠가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당황했고, 미안했다.
그제야 이해가 갔다. 왜 착한 사장님이 나에게 말도 없이 영상을 내렸는지를. 그리고 상대방을 함부로 판단한 나 자신을 반성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창의성이 과할 때 생기는 문제점을 생각해 봤다.
개인이 아닌 팀 단위로 함께 일할 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창의성이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음을 유념하자.
믿는 동료를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 분명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p.s.
내 이야기를 모두 경청해 주고, 선한 의도로 시작했다가 발생한 문제이기에 내 잘못이 아니고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위로해 준 여자친구. 그녀 덕분에 마음의 큰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