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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태 Apr 14. 2022

격리 끝, 이제는 다시 나아가야할 때

마지막으로 얻어낸 것, 취미

오랜만에 그려보는 그림이라 그런지, 선 하나 하나가 어색하다는 것을 스스로 느껴진다.

 

나는 어렸을때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살던 유치원 다니던 시절, 전국 그림 대회에 나가서 '노아의 방주'를 그려서 공동 3위를 수상한 적이 있었다. 지금보면 어린아이가 상처받을까봐 3위를 줬나 싶기도 한데, 어쨋거나 나는 그림에 재능을 타고난 아이였다. 그림을 잘 그렸기 때문에 당연히 부모님은 물론이며 주변 사람들까지 내가 미술 쪽으로 나갈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밀어줬었다. 하지만 나는 그림을 그렇게까지 사랑했었던 적은 없었다. 종이 한 장을 채우는 그림도 가끔 몇시간이고 집중해서 그리곤 했으나, 대부분 그리다가 말기를 반복했기 때문에 미완성의 그림들이 공책에 대부분을 채웠다. 웹툰이 좋아서 웹툰 학원도 다녀봤으나, 그 학원을 다니면서 오히려 그림을 더 싫어하게 되었다.


나는 원래 끈기가 없던 아이였다. 하고 싶은건 많고, 호기심은 많아서 이것저것 다 건드려봤지만, 단 한 번도 끝을 본 적이 없었다. 좀 어렵다 싶으면, 혹은 좀 귀찮다 싶으면 금세 관두길 일쑤였다. 그림만 국한된 것이 아닌, 나라는 사람 자체가 원래 그랬다. 끈기 있게 뭔가에 미쳐본 적이 없었다. 난 단순히 가볍게 '즐기는 것'만 좋아했을 뿐이다.


별건 아니지만, 내가 사랑하는 것들.


지금이야 부딪혀보고 힘들더라도 끝을 볼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성격이 되었지만, 난 반대로 내가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서서히 찾지 않기 시작했다. 격리동안 그림을 오랜만에 끄적일 수 있는 시간이 생겼고, 나는 그림을 을 다시 한번 오랜만에 즐겨보기로 했다. 하드웨어에 묵혀두고 있는 스토리들로 웹툰을 낼 것인지, 일러스트를 전문적으로 그려나갈지에 대한 계획은 없다. 나에게 있어서는 지금 당장 나의 삶을 즐길 필요가 있다.


그림으로 시작하여 음악과 영화, 책을 다시 한 번 즐기고자 한다. 즐기다보면 예전처럼 사랑할 수 있겠지. 내가 잃어버렸던 낭만에 다시금 불을 켜고 사랑을 해보기로 했다. 의도치 않게 얻었던 일주일의 시간이였지만,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나를 돌아보고 잃었던 나의 모습들을 되찾을 수 있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반드시 꼭 이런 휴식을 나에게 한번 더 주리라.


격리 마지막 밤이다. 이제는 다시 나아가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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