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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태 Apr 13. 2022

잠시 떠나는 것 뿐이다

다시 돌아올 것이다.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고나서 친구가 보내준 유자청.

작년에 브이로그가 해보고 싶어서 잠시 유튜브를 시작했던 적이 있었다. 촬영부터 영상편집과 업로드, 그리고 썸네일 디자인까지 영 쉬운게 하나 없었다. 무엇보다 편집에 들여야하는 시간이 어마어마해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는데, 격리 도중에 정말 내 취향에 딱 들어맞는 감성의 브이로그를 찾았다. 그래서 카메라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편집 프로그램까지 봐뒀다. 음악도 전문적으로 배우고 음악 작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해볼 생각이였기 때문에 영상편집용으로도 쓸 겸 맥북 프로를 사고자 한다. (올해 초에 한달동안 피아노와 작곡을 배운 적이 있었다. 바빠서 잠시 중단했지만, 상황적 여유가 조금 생기게 되면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우리는 의외로 꽤 아름다운 동화 속을 살아가고 있다. 보려고 하지 않을 뿐.
거친 시멘트의 갈라진 틈에서도 꽃이 피듯이, 냉정한 도심 속 틈에서도 핀 꽃들이 많다는걸 왜 우리는 모를까


나는 그런게 좋다. 심플하면서도 따뜻하고, 멍하니 앉아서 느끼며 감상할 수 있는 분위기. 저녁에 해가 지며 모든 것들이 노을빛의 담요를 뒤집어 쓰는 것 말이다. 나는 그런 것들을 사진으로 담거나 영상으로 남기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림을 그리던 시절에는 그런 장면들을 그림으로 담아내기도 했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아쉬운것도 있다. 나는, 해가 지기도 전에 출근해서 어두운 새벽에 집에 들어가는 일상을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코로나 사태가 나의 일상을 무너뜨린적은 없다. 나는 집에서도 나만의 세상을 만들 수 있고, 집 주변에서도 언제든지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 선택한 길 때문에 나의 일상을 헌납할 수 밖에 없었다. 충분히 행복하다. 목숨보다도 귀한 사명감을 얻었다. 그래도 나는 이런 잔잔하고 조용하면서도 외로운 나의 인생을 사랑한다.


난 누구에게도 약속 같은걸 안 한다. 약속은 무너질 수 있는 부실한 신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나 자신에게 약속을 못 지켰다 해서 실망 할 일은 없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 약속 하나 하고 싶다.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게으른 나로 돌아올 것이다. 그때는 카메라를 벗 삼아 여행을 하고, 책을 쓰며 멈추었던 그림의 꿈을 그리고, 음악을 시작할 것이다. 이 약속을 잊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 조금씩 그런 모습을 내 삶 속에 녹여낼 것이다.


지금은 잠시 먼 여정을 가는 것 뿐이다. 나는 분명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기다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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