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지심에 대한 고찰

뒤따라오는 열등감과 질투

by 이지봉
자격지심(自激之心)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스스로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

자격지심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지 2주 가까이 되어 간다. 오랜만에 찾아온 자격지심의 늪에서 허우적대다가 '아, 이러면 안 되지' 하고 다시 정신을 차려본다. 차라리 이렇게 된 거 내 자격지심을 샅샅이 파헤쳐서 브런치 글감으로나 써보겠다고 호기롭게 메모장을 열었다.

2주 동안 자격지심을 글로 써보겠다고 생각한 건 당연히 자격지심이 활짝 꽃 피는 가을 때문이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마음이 괜히 헛헛해지면서, 이 날씨에는 무언가 수확해야 하는데 수확할 게 없어 보이는 나 스스로를 견디지 못해서다. 그러니까 이건 가을에는 무언가를 수확해야 한다는 어설픈 농사 지식 때문이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면서 뭘 수확하겠다는 건지 말도 안 되지만.

그래서 내 머리에 계속 맴돈 문장은 '자격지심은 사람을 참 초라하게 만든다'였다. 자격지심이 드는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하다. 초라하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자꾸만 작아진다. 그래서 자격지심을 벗어나보려고 하면 열등감이나 질투 같은 놈들이 튀어나와 나를 긁는다.

내 느낌과는 다르게 자격지심의 사전적 정의는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스스로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이라고 한다. 내가 생각한 자격지심은 뭐랄까 조금 더 찌질했다. 남과 비교하며 열등감이 들어 괜히 큰 소리 한 번 치는 모습이 연상된다. 스스로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은 찌질하기 보다는 겸손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어쨌든 나는 자격지심 때문에 내가 한 것들은 자꾸만 작게 만들고, 남들이 한 것들은 더 크게 만드는 나쁜 버릇이 있다. 그게 내 마음의 고통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내일 연구대회 시도대회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분명히 결과를 위한 참가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욕심나는 건 당연하다고 나를 위로한다. 무슨 소식이라도 있는지 검색창에 대회 이름을 자꾸 검색해 보다가, 우연히 한 선생님의 1등급 현장실사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 나 1등급은 아니구나. 괜히 속상한 걸 보면 나 1등급 기대했나 보다.

대회의 결과와는 관계없이 올해 연구대회에 참가한 건 너무 좋은 기회였다. 나는 운이 좋으니까 우연히 상을 받으면 더 좋겠지?라는 생각이 또 오만했나 싶기도 하다. 이제 내 능력의 거품이 빠지는 시기인가 되돌아보기도 했다. 금요일이 발표라는 생각에 이번 주 내내 기운이 없었다. 결과 발표 때문에 내 소중한 일주일이 흐려진 것은 또다시 나를 속상하게 하는 악순환이 된다.

결과를 떠나 2025년 8월과 9월, 신나는 시간이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내가 살아있음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니까 결과에 자만할 것도, 기죽을 것도 없다. 고작 한 번 잠깐의 도전이 내 인생을 결정하지도 않는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약속처럼 또 그렇게 나아가면 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