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볼드벤처스 Jun 15. 2022

[투자유치전략] 경쟁자에 대한 질문에 전략적으로 답하기

경쟁자에 대한 질문에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워크


투자유치 시 어떠한 형태든지 경쟁사와의 차별점을 묻는 질문을 받게 되는데, 어떻게 하면 투자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전략 위주로 대화를 이끌 수 있을까? 


제가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IR 피칭 자료를 만들고 투자자를 만나며 고민했던 부분인데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저의 고민과 제가 고안해낸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초반에 저는 구글에 "best startup pitch decks”을 검색하며, Airbnb, Uber, Square 등의 피치 덱을 참고(거의 의존)하며 남의 틀에 저희의 스토리를 끼워 맞추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피치 덱은 그럴싸해 보였으나, What에 대한 대답으로 가득했을 뿐 Why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는 경쟁자를 다룰 때 특히 더 문제가 되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과정을 겪으신 분이라면 아마 경쟁자 슬라이드는 아래와 유사하게 생기지 않았을까 예상해 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Feature 혹은 가치제안의 병치를 통해 경쟁적 이점을 부각하는 방법입니다. 



저는 피칭을 하며 경쟁자 슬라이드에 도달했을 때 항상 비슷한 질문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만약 경쟁자가 같은 Feature을 만들고 가격을 낮춰버린다면?” 이에 대해 저는 주로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는 경쟁사에게 우선순위가 아니므로 저희는 최소한 1년 앞서있게 됩니다”라는 답변을 내세웠고, “저희 시장에서 1년은 한 세월과 같은 길고 중요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 시간을 무기로 삼는 전략인데, 딱히 설득력이 있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시 돌이켜보니 제 피치 덱에 필요했던 것은 “왜”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현재 우리만 있는 Feature가 있다면, 그 차이는 왜 의미가 있을까? 경쟁사에게 해당 Feature가 우선순위가 아니라면 왜 우리는 이를 우선적으로 개발했는가? 해당 Feature는 왜, 어떤 면에서 우리의 전략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건가? 그렇다면 우리 전략은 무엇인가?



경쟁자에 대한 질문이 본질적으로 묻는 것


제가 경험치가 쌓이면서 깨달은 것은 경쟁자에 대한 질문은 그 형태가 어떠하든 궁극적으로 경쟁자가 아니고 우리, “우리가 왜 이 시장에서 승리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피치 덱 전체가 “Why we will win”이라는 핵심 질문에 대한 답변의 연속이지만, 경쟁자에 대한 질문이 이를 상대적으로 접근하며 깊숙이 파고들고 있었습니다.


즉, 경쟁자 슬라이드에서 필요한 것은 1) 시장을 장악하는 다양한 경로와  2) 우리가 다양한 경로 중 하나를 선택해 베팅하기로 한 이유입니다. 물론 슬라이드에 각 경로마다 경쟁자를 한 명씩 연결 지어 설명할 수는 있겠지만, 사실 현 시장에 경쟁자가 있는지, 그게 누구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경쟁자에 대한 질문은 본질적으로 시장에서 이기기 위한 우리 팀의 전략과, 우리가 택한 전략이 다른 옵션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묻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이것이 "경쟁자 슬라이드"의 핵심이라면, 제가 기존에 사용하던 템플릿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현재 강점으로 내세우는 Feature는 초기 트랙션(Traction)이 발생하는 이유 정도가 될 수는 있으나, 왜 궁극적으로 우리가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 깨달음과 함께 저는 다양한 형태의 경쟁자 슬라이드를 시도해 보았고 결국 저만의 프레임워크 고안해냈습니다.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IR 세션에서 여러 번 큰 도움을 받았기에 조심스레 공유를 해봅니다.



새로운 프레임워크


저의 프레임워크에서는 각 경쟁자가 무엇에 베팅(The Bet)하는지 명시하고, 베팅을 함으로써 관련 KPI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보여줍니다.


쉽게 말해 베팅은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과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가설입니다. 우리가 선택한 전략은 무엇이며, 전략에 소비자가 어떻게 반응하여 우리가 우세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움직이게 되었는가? 전략과 가설이라고 하지 않고 “베팅”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이러한 주장에 100% 확신을 가지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인데요, 베팅은 본질적으로 미래에 있을 사건에 대한 것이고,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에 정답도 오답도 없습니다.


베팅에 대한 내용으로 경쟁적 이점을 강조한다면 결국 팀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아닌, 사고하는 방법으로 평가를 받게 됩니다. 분명 베팅을 하기 전 몇 가지 가설을 세우고, 가설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몇 가지 실험을 했을 것입니다. 베팅의 근거가 되는 가설과 논리를 보여줌으로써 투자자는 팀의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 배우고 신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또한 베팅에는 옳고 그름이 없기 때문에 경쟁자에 대해 “우아하게” 말할 수 있어진다는 추가 장점이 있답니다.


< 프레임워크 구성 > 

1. Compare the bets: 나와 경쟁자가 베팅한 내용과 논리 나열

2. Justify the Bets: 베팅과 논리에 대한 근거 (예: a/b 테스트, 과거 경험 등)

3. Define a KPI that indicates the progress of your bet: 베팅한 내용이 실제로 구현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이 될 KPI 정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프레임워크를 사용하면 경쟁자 슬라이드는 아래와 같이 변하게 됩니다.



스크립트 


제가 만약 슬라이드를 켜놓고 피칭을 한다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것 같습니다.


1. 베팅 비교

"저희는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 충성도가 훌륭한 고객 서비스(Service)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저희는 회사 내부 규정부터 제품, 고객센터 운영정책과 PR 전략에 이르기까지 모든 결정이 이 베팅에 부합하도록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A와 B는 각각 상품구색(Assortment)과 가격(Price)에 베팅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저희의 견해는 다음과 같습니다. Assortment - 셀러들은 하나의 플랫폼에 충성할 인센티브가 없으며, Price - 마이너스 총마진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닙니다."


2. 베팅에 근거를 더하며 정당화

 "우리는 몇 가지 a/b 테스트를 실행하며 고객 서비스가 고객 충성도로 이어진다는 확신이 생기고 있습니다. 아직 단언하기에는 충분한 데이터가 없지만, 서비스 측면을 강화했을 때 코호트가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더 우수한 서비스를 받은 코호트는 더 높은 리텐션, GMV, K-factor 등 지표가 더 좋게 나오고 있습니다. 고객 충성도는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라 저희의 전략이 즉각적으로 수치로 반영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점진적이고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3. 베팅 진행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KPI 정의

 “앞서 언급했듯이 저희는 우수한 고객 서비스가 고객 충성도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트래픽 소스를 자세히 모니터링할 계획입니다. 우리 플랫폼에서 쇼핑 경험을 시작하고 끝내는 사용자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가격 비교 사이트/검색 엔진을 통해 트래픽이 유입되고 있는가? 경쟁자들의 경우에는 어떠한가?”






피칭 자료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만 항상 경쟁자 파트를 어려워했었는데, 그것은 제가 질문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경쟁자 슬라이드는 경쟁자가 아니라, 우리와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기존 템플렛을 “베팅-정당화-KPI”의 형태로 재구성함으로써 우리 팀이 논리적이고 가설 기반으로 움직이며, 우리의 베팅이 성공했는지 판단하고 이에 따라 엑셀을 더 강하게 밟거나 수정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는 것을 투자자에게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옳고 그른 접근 방식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효과를 본 하나의 방법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큰 도움을 받았기에 포스팅으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설명이 부족했던 부분이 있거나, 다른 효과적인 프레임워크를 사용하고 계신다면 공유해주세요! 항상 고민이 많은 경쟁자 슬라이드라 언제나 더 배우고 싶은 마음입니다. 많은 좋아요와 공유 부탁드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투자소식] 키타 (Keyt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