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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드벤처스 May 11. 2022

[투자유치전략] 유닛 이코노믹스와 수익성 보여주기

저희 볼드벤처스의 미션은 국내 스타트업 시장의 글로벌화 — 인재가 많은 한국의 스타트업이 세계 시장 중심에서 주목을 받는 그날까지 돕는 것이 저희의 설립 목표입니다. 앞으로 한국 스타트업 커뮤니티와 해외 투자자들을 연결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지만, 우선 투자유치전략에 대한 정보 공유로 활동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저희 팀원분들이 지난 10년 동안 스타트업 운영자로서 활동하며 가장 많은 노하우와 경험을 축적한 부분이 투자유치 전략이기에, 저희의 성공담과 실패담 그리고 이를 통해 배운 점을 공유하는 “투자유치전략” 시리즈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편에서는 불확실한 자본시장 속 유닛 이코노믹스(Unit Economics)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를 투자 유치 전략과 연결 지어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워낙 기본적인 내용이라 이미 다 알고 계시겠지만, 유닛 이코노믹스에 다시 한번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앞으로 수익성이 강조될 투자 환경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포스팅 후반부에는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 근무 당시의 경험담을 다루는데, 참고로 해당 유명 해외 VC로부터의 투자유치는 실패했습니다. 해당 VC가 우리를 결국 drop 했지만, 투자 검토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특히 함께 살펴보게 된 유닛 이코노믹스 관련 지표가 정말 큰 도움이 되어 회사 전략을 수정하여 현금 흐름과 수익률이 정말 좋아진 경험이 있습니다. 저희의 실패담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시리즈를 1편을 시작합니다!






유닛 이코노믹스가 더 중요해질 투자시장


앞으로 매출과 거래규모(GMV)보다는 실질적인 수익성을 보여주는 영업이익과 현금 창출 능력에 대한 판단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수익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 중 하나가 유닛 이코노믹스다.


유닛 이코노믹스(Unit Economics)란 말 그대로 '단위 경제학'인데, 가치를 창출하는 최소 단위인 고객 1명을 기준으로 회사에 기여하는 이익의 크기를 계산하여 해당 비즈니스 모델의 경제성과 지속가능성을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도구다. 유닛 이코노믹스가 우수하다는 것은 투자금 소진 속도(burn rate)가 낮아 보유 현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인 런웨이(runway)가 길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low burn rate와 long runway는 자본이 줄어들고 있는 환경에서 기업가치평가의 필수 지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닛 이코노믹스가 완전히 간과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난 몇 년간의 자금 유동성이 높은 시장에서 우선순위가 밀렸던 것은 사실이다. 유닛 이코노믹스 관리를 통해 스타트업 운영자분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자본시장에서 runway를 확장하고 재정적으로 더 잘 무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포스팅을 기획해보았다.




유닛 이코노믹스 계산하기 (feat. payback period)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자급자족(self-sufficiency)에 도달할 때까지 투자 유치를 통한 자금조달 과정을 밟는데, 매 투자 라운드마다 path to self-sufficiency는 점점 더 명확해져야 한다.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몸집을 키우면서 규모에 따라 어떻게 재정상황이 변할지 견해를 가지고 움직이는데, 우리는 일반적으로 회사의 유닛 이코노믹스 분석을 통해 이를 판단한다.


유닛 이코노믹스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LTVn*GM – CAC 


LTVn (Life Time Value) = 고객의 평생 가치 (여기서 n은 LTV기간. 예를 들어 12 개월, 24개월, x 개월 등)

GM (Gross Margin) = 고객의 총 마진

CAC (Customer Acquisition Cost) = 고객 취득 비용


(구체적인 LTV, GM, CAC 산정 방식은 투자 하우스마다 다를 수 있음)


제품 개발 후 스타트업은 고객취득비용 이상으로 돈을 벌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고객을 확보하는 데 돈을 쓰게 된다. 고객취득비용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자본회수기간(payback period)이라고 부르는데, 수학적으로는 LTVn*GM = CAC에 도달하는 n의 값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회사의 누적 현금 흐름은 아래와 같은 양상을 띄게 된다. 처음에는 고객취득비용으로 인해 마이너스 현금 흐름을 보이지만, 고객으로부터 수익이 발생하고 이용자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손익분기점을 넘어 플러스 현금흐름으로 전환된다.


고객취득비용 및 수익 발생에 따른 누적 현금흐름 변화




그렇다면 건강한  자본회수기간(payback period)은?


이상적인 자본회수기간은 없다. 회수 기간이 짧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 우리가 분석한 B2B SaaS 기업의 자본회수기간 중앙값은 약 15개월이었고, 몇몇 블로그에서는 이상적인 자본회수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IPO 당시 Slack의 자본회수기간은 36개월이었다. 그렇다면 Slack이 건강하지 않은 회사라는 것을 의미하는가?


당연히 아니다.


여러 요인으로 인해 회사의 자본회수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무료 평가판 사용 기간이 길다면 고객으로부터 수익이 발생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이는 잠재 고객이 제품에 익숙해지기 위해 필요한 기간일 수도 있다. 물론 자본회수기간이 너무 길다면 높은 투자금 소진율로 인해 투자자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 하지만 코호트 지표가 우수하다면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


고객 리텐션 비용이 0, 그리고 Net Dollar Retention(NDR)이 일정하다고 가정 시 고객 유지기간이 높다면 수익성이 발생하는 건 시간문제다. 고객의 유지기간 혹은 고객고착도(customer stickiness)를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코호트 데이터인데, 투자자들이 사업의 장기적인 수익성을 판단하기 위해 코호트 지표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우수한 코호트 데이터는 투자 협상에 있어 스타트업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번개장터 사례를 통해 유닛 이코노믹스 살펴보기

 

유닛 이코노믹스는 투자 유치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단위 경제를 구성하는 input과 output를 정의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자산 배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번개장터에서 근무할 당시 유닛 이코노믹스 분석을 통해 고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고객취득비용을 더 효율적으로 배분한 경험이 있다.


당시 미국 기반의 유명 VC가 우리에게 아래와 같은 코호트 지표를 요청했다.   

1) 전체 사용자 retention 지표  

2) 구매자 수, 구매 건수, GMV, 첫 구매에 따른 buyer retention 지표  

3) 판매자 수, 판매 건수, GMV, 첫 판매에 따른 seller retention 지표  

4) Buyer to seller, seller to buyer 전환율 및 해당 코호트 retention 지표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4번 항목은 회사가 관리하지 않고 있던 지표였다. 하지만 투자자 요구에 응하는 과정에서 번개장터와 같은 수요와 공급을 잇는 “플랫폼” 회사는 buyer to seller, seller to buyer 전환율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중첩이 높을수록 동일 자금으로 구매자와 판매자를 모두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CAC가 낮아진다는 내용이다.


구매자-판매자 전환율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처음에는 구매자보다 판매자 취득 비용이 더 낮다는 것을 파악했다. 납득이 가는 1차 결론이었다. 번개장터라는 중고거래 플랫폼은 판매자에게 돈을 벌 기회를 주기 때문에 판매자 온보딩이 더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예상과 달리 판매자들은 우리가 기대했던 속도만큼 빠르게 구매자로 전환하지 않았고, 우리는 구매자를 확보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관련 지표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 우리는 예상외의 결론에 도달했다. 돈을 벌 기회를 제공받은, 그래서 고객취득비용이 더 낮은 판매자가 아닌 고객취득비용이 더 높은 구매자에게 $$를 사용하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라는 깨달음이다.


처음에는 구매자 취득 비용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더 오랜 기간 동안 코호트 지표를 살펴보니 구매자에서 판매자로의 전환율이 꽤나 높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수익성이 훨씬 좋았다. 우리는 이러한 유닛 이코노스 분석 내용을 기반으로 마케팅 비용을 구매자에게 이전했고, 감사하게도 번개장터 현금 흐름 수익률이 크게 증가했다.

번개장터 EBITDA와 EBITDA margin 변화 (기간은 정보 보호를 위해 의도적으로 삭제)


유닛 이코노믹스의 동인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자금을 효율적으로 할당하여 투자금 소진 속도를 줄이고 runway를 확장할 수 있었다. 유닛 이코노믹스는 투자 유치뿐만이 아니라 회사의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서도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지난 포스팅에서 다룬 주가 조정이 장기적으로 투자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지각 변동을 겪고 있는 자본시장에서 유닛 이코노믹스를 다시 한번 점검하며 성공적인 투자유치를 위한 피칭 데이터로 활용해보자.




오늘 포스팅의 네 줄 요약!  


1. 자금 유동성이 낮아지고 있는 투자시장에서 유닛 이코노믹스가 다시 중요해질 것이다.

2. 고객취득비용을 회수하는 Payback Period가 길다고 해서 수익성이 나쁜 회사가 아니다.

3. 정확한 수익성 판단을 위해서는 Payback Period 뿐만이 아니라 고객의 고착도를 보여주는 Cohort 데이터를 살펴보아야 한다.

4. Cohort 데이터를 다시 한번 점검하며 투자유치, 그리고 회사 자금 분배와 전략 수립을 위한 필수 지표로 활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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