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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텀 조이 Sep 30. 2020

돈 터치 미!! 네버 터치 미!!

프로젝트 물수제비 1탄: 4화 직장 내 성희롱의 민낯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27살. 드라마에서만 보던 ‘첫 회식’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다른 부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회식이었기에 더욱 긴장 반 설렘 반이었던 그날! 마지막까지 남은 4-5명 정도가 노래방을 가게 되었다. 신나게 열창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 남자 과장이 내 옆에 앉더니 뙇! 손과 허벅지를 주무르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이때 내가 느낀 첫 감정은
분노가 아닌 '공포'였다.

항상 당당하고 자기 주장이 강했던 나였지만 그 순간은 얼음이 되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럴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배운적도 없거니와, 너무 무서워서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노래방에 같이 있던 사람들 아무도 그 남자를 제지하지 않고 모르는 척하는 듯했다. 결국 내가 선택한 방법은 손을 슬며시 뿌리치고 다른 여자 과장님 옆자리로 자리를 옮겨 숨을 고르다 먼저 자리를 뜨는 것이었다.


이런 일들은 그 뒤로도 비일비재했다. 우리나라 성희롱은 주로 회식자리에서 일어나고는 하는데 나의 경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에게 주로 성희롱을 한 사람들은 나보다 직급이 높거나 직급은 낮아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나의 손이나 팔뚝을 만지는 것은 친밀감의 표현 정도로 치부되었다. 더 나아가서는 내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허리에 팔을 두르거나, 내 볼에 기습 뽀뽀를 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본인 입에 뽀뽀를 해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27살의 사회 초년생이 아니었다. 이런 일들을 이젠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는다. 어차피 자기 일 아니면 나서주는 사람도 없었다. 이젠 나도 이런 일에 잔뼈가 굵었다고!


“아휴, 좀 진짜 적당히 만지세요. 어떻게, 엉덩이도 내어드릴게, 더 주무르시겠어요?”
"이제 좀 그만 좀 만지세요! 참고 있자니 제가 너무 불쾌하네요!
“뭐요? 뽀뽀?? (주변 사람들 다 들리게 소리치며)


이렇게 쫄지 않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남자들을 매우 당황해하거나 뻘쭘해했다.


“아니, 그게 만진 건가요… 저는 친숙함의 표현인데 섭섭하네요...”
“근데 난 여자만 만지는게 아니고 남자도 만져~! 그래도 기분이 나빴다면 내가 잘못한거지... (동성간에도 만지지 마세요 좀… 그것도 성희롱입니다)”
“아, 뽀뽀는 안 돼? (뽀뽀도 안 되고 다 안되거든요?)”


내가 이렇게 큰 목소리로 상대방에게 무안을 주면서 후한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준으로 렙업을 하기까지는 엄청난 자신과의 싸움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상대방이 무안해 하지 않고
현장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
오히려 피해자인 내가 신경을 써가며
농담으로 넘겨보려 노력 했었다.

하지만 그럴 수록 성희롱 행위 자체도
농담처럼 여겨지기 시작했고
나 뿐만 아닌 다른 여성들에게도
그 피해가 이어졌다.

그래서 나는 큰 결심을 하고 왜장을 부둥켜 안고 남강으로 뛰어든 논개가 되기를 자처하길 여러 차례, 나의 저항은 잘 먹혀 들었고 다행히(?) 어떤 고용상의 불이익을 초래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과연 나만큼 럭키한 여성 근로자들이 얼마나 될까.


성희롱이란 상대방이 원치 않는 성적 언동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거나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모든 행위로서 성폭력 중 가장 포괄적인 개념이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권리이며 남녀고용평등법, 인권위법, 양성평등기본법 등에서 성희롱에 대한 정의를 명시하고 있다.

성희롱은 행위자의 고의가 없어도 성립이 될 수 있으며 신체 접촉이 없어도 언어적, 시각적 성희롱이 성립될 수 있고, 따라서 여성이 남성에게 또는 동성간에도 성립될 수 있다. 성희롱은 개인에 대한 형사 처벌이 목적이 아니므로 민사 소송으로 피해를 구제하는 성격을 가지지만, 최근 더 심각하게 여겨지는 2차 피해는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그런데 말입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과연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2차 피해는 개인이 아닌 거대 조직이 떼로 달려드는 듯한 인상을 준다. 따라서 나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다른 케이스를 다음 화에서 이어서 다루어 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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