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텀 조이 Sep 23. 2020

기혼이시네요? 출산 계획은요?

프로젝트 물수제비 1탄: 3화 여성에 대한 면접 단골 질문

지금으로부터 약 7년 전, 모 외국계 회사에 입사 면접을 보는 자리였다.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면접관들의 질문에 떨리는 마음으로 나름대로 잘 대응해오고 있었는데, 면접관 중 한 분이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다.

면접관: 근데 이력서를 보니 기혼이시네요. 아이는 있으세요? 출산 계획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나: (예상치 못한 질문에 매우 당황) 네? 출산 계획이라니요?
면접관: 아무래도 회사 입장에서 출산은 리스크라서요. 공석도 생기고…

나는 매우 불쾌했다. 저런 사적인 질문을 공식적인 면접 석상에서 던지다니. 더욱이 인간 삶의 질의 상향평준화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었기에 그 면접관이 내뱉은 '출산=리스크'라는 공식에 배신감마저 느꼈다.

‘저는 딩크족 (Dual Income No Kids)입니다. 답변이 됐을까요?’ 하고 짧게 대답했으나, 지금도 생각하면 자다가 이불킥을 하게 된다. 아 놔, 왜 내가 저렇게 밖에 대답하지 못했지?


정부에서는 낮아지는 출생율에 대비하여
각종 장려 정책 마련에 힘을 쓰고 있는데,
귀사에서는 여직원의 출산과 육아를
회사의 리스크로 인식하고 계시는군요.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역행하는 가치를 가진 이런 회사에서는
함께 일 할 수 없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라고 말하지 못한 것은... 절실히 이 일을 원하는 구직자로서 면접관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용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지, 뭘!


그날 집에 돌아와 씩씩거리며 면접 이야기를 해주니 크리스 (나의 전 남편, 이전 글 참조)는 눈은 휘둥그레, 입은 쩍 벌어졌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인데 어떻게 면접에서 저런 질문을 할 수 있느냐며! 자기 뇌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다며! 만약 영국이었다면 신고감이라며!! 계속해서 진짜냐고 물을 정도였다.


요즘에도 여전히 ‘남자친구 있어요? 남자친구랑 결혼은 언제해요? 결혼하면 회사 그만 둘 건가요? (계속 다닐거라고 대답하면) 다들 대답은 그렇게 하더라고요' 와 같은 질문은 여성 면접자에게만 던져지는 단골 질문이라는 신문 기사를 접하고 다시 한 번 극대노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도대체 어디에 대고 화를 내야되는거지??


가까운 내 주변을 둘러봤을 때 남성들도 분명히 출산과 육아에 있어 역할평등에 대한 필요성을 함께 인식하고 있다. 특히, 자녀와의 교감을 통한 아이의 심리적 정서적 안정, 인지 발달에 관심을 갖는 아빠들이 늘어나는 움직임이 이 변화의 하나의 동력이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조선시대 500여년 동안 내려온 유교 사상에 기반한 남존여비, 가부장적 사고의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여전히 남녀 모두에게 과제이다. 이미 굳어진 습관을 깨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의식적으로 끊임 없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지만 변화할 수 있다. 심지어 법륜스님은 변화하려면 전기충격기를 사서 직접 스스로 몸에 지져야 한다고까지 하시지 않는가!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물려줄 의무가 있다.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구조적인 변화와 교육, 재교육이 꾸준히 이루어져서 전반적인 양성평등 문화를 이룩해야 우리 다음 세대들은 좀 더 평등하고 형평성 있는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

교육, 특히 인성교육은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백날 말로만 '공부해라' 라고 하는 것 보다 직접 공부하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처럼, 솔선수범 만큼 좋은 교육 방법은 없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 의식적인 변화를 조금씩 조금씩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를 위해서...법륜 스님 말씀 대로 우리 모두 지금 바로 전기충격기를 사러 가야하는 것은 아닌지??



작가의 이전글 집안일은 ‘돕는 것’이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