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고3 내신이 끝났다.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았고, 어쩌면 정말로 끝마칠 수 있을지 매 순간 고뇌했다. 그런데 끝나기는 끝나더라.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듯이 나의 19년도 끝을 향해 달려간다. 아! 나의 후회스럽고 더없이 아쉬운 이 년 하고도 반년아...
2학년 2학기, 그러니까 가장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던, 매일같이 옥상에 올라가 빈 하늘을 바라보던 시기의 성적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전반적으로 저하된 인지능력, 무기력증, 관성적으로 찾아온 우울. 무기력해서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었다. 여차저차 극복이라 하기도 뭣하지만, 무뎌졌을 즈음에 그때의 내가 죽도록 미워질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무뎌질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못했는데 그 이상을 어떻게 떠올리겠는가.
나는 내가 욕심이 참 많다는 걸 안다. 욕심만 많고 능력이 안 되니 푸념도 많고, 불만도 많고, 매일이 행복하지 않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나는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 내 옆자리 앉은 누구와 비교하고, 다른 반의 일등을 시기하고, 미디어 속 타인을 질투한다. 그리고 그 비교, 시기, 질투는 나에게로 돌아와 나를 갉아먹는다.
아무튼 간에 그 시기를 극복하기란 여간 쉬운 게 아니었고 내가 갈 수 있는 네임밸류 있는 대학은 이미 리스트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나의 동아리 활동, 학생회 활동, 밤을 새우고 에너지 음료를 빨던 지난날의 나, 감당하기 힘든 날들에 화장실에서 룸메이트 몰래 울던 날들이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 나를 허망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배웠겠지, 발전했겠지,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었겠지 자기 위로 하지만 결코 나의 결과가 나아지지는 않았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왜 그리, 뭐가 그리 힘들었나 싶기도 하다.
전부 의미가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
2023년 8월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