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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cellaneous Oct 11. 2022

로키산맥을 넘어 사막으로 가다

Arches national park 여행기

Arches national park(아치스 국립공원)Utah(유타) 주의 동쪽에 위치한 국립공원이다. 이름 그대로Arch(아치)들이 사막 이곳저곳에 불쑥불쑥 솟아있어서 다른 국립공원들과는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여 상당히 인기가 높은 곳이다.


아치스 국립공원을 가려면 유타주로 곧장 가는 것이 상식적이지만, 이번 여행은 좀 달랐다. 콜로라도에서 열리는 내 소꿉친구의 결혼식이 있었고, 결혼식에 가기 전날에 국립공원들 다녀올 계획이었다. 결국 숙소는 콜로라도에 잡은 채 로키산맥을 넘어 유타까지 운전해서 가게 되었다.

덴버에서 아치스 국립공원까지는 편도로 6시간이 걸린다.


차는 한 달 전 서부여행에서 이용했던 TURO를 이용하게 되었다. 비대면으로 빌릴 수 있고, 보증금도 없고, 보험적용도 쉬운 데다가 무엇보다 가격이 제일 저렴해서 앞으로도 자주 찾을 것 같다. 빌린 차는 2013 Honda CR-V 였다. 




트럭커들이 사랑하는 도로, I-70

콜로라도에서 유타로 넘어가는 Interstate 70번 도로를 타고 갔다. 70번 도로는 트럭커들이 가장 좋아하는 도로라고도 했는데, 그 이유가 뭔진 모르겠지만, 몸소 체험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살짝 설렜다. 콜로라도의 중심도시인 덴버에서 출발하여 계속해서 로키산맥을 향해 곧장 돌진하는 길이었다. 운전하며 느낀 I-70도로의 특징을 몇 가지 이야기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로키산맥을 중심으로 급커브와 경사가 동시에 존재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2. 커브가 심한 곳에는 Truck runaway라는 대형차량 대피소도 있다.

3. 내리막길에서는 트럭 대상으로 속도제한이 걸려있기도 하다

4. 초록색 평원에서 주황색 사막으로 변해가는 그러데이션을 감상할 수 있다.

5. 주행 중 급격한 고도차로 인해 귀가 먹먹해지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6. 고도차에 더불어 급격한 온도차는 덤으로 따라온다.

트럭이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감속에 실패하는 때를 대비하여 내리막길 커브 곳곳에 Runaway ramp가 있다.


로키산맥의 지형 자체가 미국에는 흔치 않은 곳이다 보니 도로 위에는 처음 보는 경고문들과 안전시설물이 많았다. 운전하기에 상당히 다이나믹했다.(미국의 트럭커들은 생계가 위협받는걸 좋아하나보다) 단점이라면 운전할 때 딴생각할 여유 없이 신경이 좀 쓰이는 편이지만, 장점이라면 운전하기에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것. 게다가 운전하지 않는 사람은 도로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식생의 변화를 보면서 로드트립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도로의 고도 변화가 심한 편이라, 귀에서 통증을 자주 느끼게 된다. 고도가 높을 때는 해발고도 10000피트(3,048미터) 선을 넘겨서 올라가기도 하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온도까지 내려간다. 한여름이었지만 밤에는 높은 곳에서 10℃ 이하로 내려가기도 했다가 산을 내려오면 다시 25℃로 돌아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중간지역에서는 주황색 암석과 초록색 수풀이 공존하는 기묘한 광경도 볼 수 있다.


분명 콜로라도 쪽에서 출발할 때에는 곳곳에 녹색이 많고, 마치 산 넘어 산인 한국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느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녹색과 주황색이 어우러지더니, 나중엔 주황색 사막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산맥 하나를 두고 이렇게 기후와 식생이 달라진다는 게 신비로울 따름이었다.


Vicco's charcoalburger drive-in에서 무지막지한 토핑의 햄버거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일행중 한명은 Elk burger를 먹었다.


아치스 국립공원

입장할 때에는 갖고 있던 Annual pass(연간 이용권)을 이용했으나, 입장할 때에는 타임티켓이 필요했다. 타임티켓은 $2 정도에 살 수 있으나, 오래전에 예약하려면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그래도 방문일 기준 하루 전날 오후 5시에 남은 자리들을 전부 오픈해주니, 꼭 가고 싶은 날짜가 있거든 전날에 핸드폰을 켜고 오픈런을 하면 된다.

저 앞에 보이는 입구를 바라보며 차 안에서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렸다.


넉넉하게 일찍 왔다고 생각했지만, 줄 서서 거의 1시간 반 정도를 차에서 기다렸다. 입구가 이렇게 붐비는 점을 고려해서 타임티켓 제도를 만들어둔 것 같다. 이게 이렇게나 오래걸릴 일인가 싶을 정도로 입장이 느린 편이었지만, 6시간을 달려왔는데 그 정도 기다림쯤은 감내할 수 있었다.


국립공원 안엔 다양한 아치들이 있다. Garden of eden, Devil's garden, Windows, Double arch, Delicate arch 등등 아치들이 모여있는 장소 위주로 주차장과 함께 뷰포인트가 마련되어 있었다.


근데 아치는 어떻게 생겨나게 된 걸까?

1. 오래전, 아치가 있던 이곳은 원래 바다였다.

2. 바다가 증발과 생성을 반복하며 두꺼운 소금 지대가 생겨났다.

3. 어느 날부터 바다는 생기지 않았고, 소금 지대 위로 내륙의 흙, 모래 등이 퇴적되어 암석이 되었다.

4. 지면의 수분이 점차 이 퇴적물의 기반인 소금을 녹이기 시작하고, 소금이 암석보다 먼저 침식되었다

5. 지금도 침식은 진행 중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침식작용의 중간과정을 보고 있을 뿐이다.

아치가 있던 곳은 원래 바다가 있던 곳이다. 소금이 암석보다 먼저 침식되면서 아치가 만들어졌다.


이 중에서는 Garden of eden, Windows, Double arch, Delicate arch를 가보았다. Devil's garden은 왕복 3시간이 걸리는 트레일을 걸어야 하는 코스라서 사막의 여름 아래서 차마 가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때는 8월이라 상당히 햇빛이 강했고, 사막이다 보니 눈, 코, 입이 빠르게 건조해지며 금세 따가워졌다.

Double arch 한쪽에 올라 반대쪽을 찍었다
Windows를 배경으로 한 장, 굳이 안쪽까지 걸어서 가고 싶진 않아서 멀찍이서 바라만 봤다.
Double arch앞에서 한 장, 정말 덥고 건조했다.
Double arch의 한쪽에서 찍은 반대편의 아치




Delicate Arch로의 고행

Delicate arch는 아치스 국립공원의 시그니쳐 뷰포인트이다. 아치스 국립공원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이미지이다. 하지만 뷰포인트에서 주차장까지의 거리가 제법 되는 편이었다. 왕복 3마일이니 대략 4.5km인 데다가, 계속해서 올라가야 하는 오르막길이었다. 입구의 안내 표지판에도 최소 2리터의 물을 챙겨갈 것을 권고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먼 거리였다. 돌아보면 그 날씨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활동이었다
Delicate arch로 올라가는 길에서 뒤를 돌아보며 찍었다. 상당히 덥고 건조해서 많은 양의 물을 챙겨가야 했다.


트레일을 걷다가 화장실 가고 싶어질까 봐 목마를 때만 홀짝홀짝 마셨는데, 어느새 500ml 물 한 병을 다 비워버렸다. 바싹 타는 사막의 햇빛 아래서 끝이 어딘지 알 수조차 없는 길을 계속 걷다 보니, 희망고문이 따로 없었다. 그러다가 어딘가부터 사람들이 모여서 도란도란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곧이어 눈앞에 Delicate arch가 나타났다.


기대가 컸고, 오는 길이 힘들어서 그랬을까? 기대한 만큼의 가슴 벅찬 곳은 아니었다. 다만 보통 저지대에 위치한 다른 아치들과는 달리, 높은 언덕 꼭대기에 혼자서 우뚝 솟아오른 아치라는 게 꽤나 특이하긴 했다. 아치 너머로 보이는 아치스 국립공원의 풍경이 파란 하늘과 대조를 이루며 장관을 연출했다.

고행 끝에 도착한 Delicate arch,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지만, 안 와봤으면 후회했을 것이다.
Delicate arch 너머로 아치스 국립공원의 전경이 보인다. 
Delicate arch를 마지막으로 아치스 국립공원 여행을 마쳤다.


저녁은 가는 길에 보이는 버거킹으로 빠르게 해결했다.

Delicate arch의 그늘에 앉아 숨좀 돌리고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갈 여정도 6시간임을 생각해서 이만 하산하기로 했다. 오는 길은 대낮이었고, 곳곳의 자연경관들을 보면서 그래도 즐겁게 운전할 수 있는 여정이었으나, 돌아가는 길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갑자기 사슴이라도 튀어나올까 걱정하며 커브길과 오르막 내리막을 통과해야 하는 고역이었다. 그날 돌아가는 6시간의 밤 운전은 내 짧았던 운전경력 속에서 가장 난이도와 피로도가 높았다고 생각한다


교통사고가 날뻔했던 위기도 넘기고, 고도차로 인해 수도 없이 느껴지는 고막 통증을 견디고 나니 어느새 도착하긴 했다. 일행들을 숙소에 내려주고 내 숙소로 가는 길에는, 12시간의 운전 탓에 퉁퉁 부은 눈을 애써 뜨고 갑자기 밀려오는 졸음을 필사적으로 이겨내면서 운전했다.





아치스 국립공원의 아치는 영원하지 않을 것이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오랜 세월이 지나면 언젠가는 흙과 모래로 돌아갈 것이다. 한편 이전에는 아치가 아니라 그냥 바위였고, 그전엔 바다이기도 했다. 현생인류가 만약 몇억 년 전이나 후에 생겨났다면, 그들은 이곳에서 아치가 아닌 다른 것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운이 좋게도 이 시대를 살아가며, 역동적으로 춤추던 자연이 가장 화려한 기교를 부리는 순간을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아치스 국립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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