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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다비 Dec 27. 2023

천안아산역 화장실

군인아저씨?

“좀 징그러운 얘긴데 해 줄까?”


“뭔데? 많이 징그러워? 설마 … 생각하는 그거야? “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있잖아. 변기 물 내리지 않은 그런 거?”


“에이, 그 얘기였음 애당초 얘기 안 하지. 그런 일은 공공화장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잖아.  좀 다른 거야. “


“뭔데? 뭔데? 혹시 몰카 발견했어?”


“그것도 아니야. 좀 징그러울 수 있으니. 듣고 싶지 않으면 지금 말해. “


“그렇게 말하니까 더 궁금한데? 얼른 말해줘.”


말하는 나는 남자이고, 듣는 상대는 친구인 여성이다. 남자의 본능과 욕구와 연관된 일이니 행여 불쾌감 느낄까 말하기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듣고 싶어 하는 친구한테 말을 해주기로 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불쾌할 수 있으니 여기서부터 ‘건너뛰고’ 돌아가십시오! 자 그럼 시작합니다.


아산역에서 나는 서울행  ktx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고 있다. 심리적일 수도 있겠다. 어딘가 멀리 떠난다고 생각하면 괜히 화장실을 가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린다. 해외에서 살 때도 스마트폰에 꼭 화장실 앱을 깔고 다닐 정도다. 그래서 지금도 심리적 신호가 작동해서 기차역 화장실로 향했다. 첫 칸, 두 번째 칸, 세 번째 칸 좌변기(양변기)가 문이 열려 있고, 마지막 네 번째 칸에 재래식(푸세식) 변기가 굳게 닫혀 있었다. 나는 공공화장실에서는 급하지 않는 이상 재래식을 이용한다. 그 앞에 서 있는 동안 닫힌 문안에서는 사람이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20분 지나도 나오지 않는다. 내가 탈 열차 시간은 계속 줄어들었다. 그 사이 열려 있던 좌변식 칸이 ’딸끄닥‘거리면서 닫히고 열리기를 반복했다.


30분이 지나도 재래식에 들어간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빠져 죽었나?’ 심각한 변기에 걸렸나 보다, 생각하고 있을 때 세 번째 칸으로 20대 초중반 앳된 이병이 들어간 지 10분이 흐른 뒤였다. 그리고 10분이 더 흘렀다. 재래식에서 사람이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아 나는 포기하고 이병이 나온 세 번째 칸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고 그 이병이 남겨 둔 ’ 진한 향기‘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변기 뚜껑이 닫혀 있다. ‘설마 물을 내리지 않았나?’ 그러고 보니 물 내리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닫힌 뚜껑 밑으로 웅장하고도 위험한 그 무엇인가 있을까 봐 심히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커버를 들어 올렸다. 다행히 이병은 본인의 ‘웅장한 ‘것을 남겨 두지는 않았다. 대신 더욱 ’위대한 ‘ 것을 남겨 두었다. ’설마 저거슨….저……저..ㅇ……….ㅇ ㅐ…..ㄱ? &%^&%&$‘  이병은 오래되고 내면 깊이 숙성시켜 두었던 후계자를 남겨 두고 유유히 사라졌다. 깔끔한 뒤처리를 하지 않은 채 뒷모습만 보여주고…


‘저 젊은 군인은 휴가 받고, 집으로 가는 길일까? 아니면 휴가 끝나고 복귀하는 것일까?‘  어디로 가던 목적지로 가기 전 많이 급했나 보다.


“그 군인 많이 불쌍하다. 얼마나 급했으면 집으로 가는 길에 그렇게 했을까?” 여사친(여자사람 친구)이 말했다.


“모르지. 휴가 끝나고 복귀하는 것일지도”라고 말하자 “부대로 복귀하면 위로 못하니까 거기서 했나 보다.”라고 친구가 말을 했다.

여친이 없었나 보다,라고 친구가 덧붙였다.


오늘도 국가를 위해 복무하고 헌신하는 군인 분들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더욱 양손을 사용하여 열심히 자신을 위해서도 헌신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문을 열 때 한번 더 뒤를 돌아보시고, 깨끗하게 뒤처리를 해 주시길 바랍니다. 남자가 흘러야 할 것은 눈물뿐 아니라 모든 것을 열심히 흘릴 필요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을 열 때 꼭 뒤를 한번 더 돌아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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