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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HE KOREA Jul 18. 2022

[Why Startup] "더 늦기 전에..."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 'coda'를 만든 스트라

꼭 프로포즈용까진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노래 한 곡 정도는 멋드러지게 연주하는 것을 꿈꾼다. 요즘에는 이런 사람들을 위한 피아노학원도 생겼지만, 아직도 피아노라면 바이엘부터 시작하고 기타라면 코드 열 개 정도는 외워야 할 것 같다. 


스트라가 만든 ‘coda(코다)’는 이런 부담을 덜어준다. ‘좀 치는’ 혹은 ‘꽤 부르는’ 사람에게, 한 곡을 배울 수 있다. 물론 솜씨 좋은 사람은 다른 이를 가르쳐서 돈도 벌 수 있다. 그리고 이게 가능한 이유는 이 곳이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잘 하는 것을 뽐내기도 하고, 탐 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커뮤니티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기타와 보컬, 드럼 같은 분야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최근 아이폰 앱도 출시된 터라 분야는 점점 더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coda를 만든 “스트라”의 공동창업자인 김용호 CEO와 이장우 CXO는 모두 삼성전자 출신이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의 지원으로 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하고 분사했다고 한다. 삼성전자를 다니다가 고달픈 스타트업 창업자의 길이라니… 대체 왜? 궁금해서 물었다. (편안하게 나눈 대화라 읽기 쉽게 대답을 잘게 쪼개서 기록한다.)


삼성전자 뉴스룸 제공 사진/ 스트라를 창업한 김용호 대표(왼쪽)와 이장우 이사(오른쪽)


왜 스타트업을 시작하셨어요?

김용호 CEO(이하 “김”): 저는 어떤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려면 한 10년은 걸린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보통 한 사람의 직업 인생이 20년 정도잖아요. 직장을 다니는 기간 동안 1~2가지 정도를 할 수 있다는 뜻이죠. 그런데 제가 지금 마흔두 살. 처음 창업을 생각하던 때를 보면 한 10년 동안 한 가지를 한 셈이었어요. 그러다보니 ‘내 것을 만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40대에 접어들었는데 시작했다는 게 놀라워요. 

김: 일 하는 사람들을 보면, 큰 회사에 소속된 한 명의 직원으로서 주어진 업무를 열심히 하는 경우가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원하는 뭔가를 만들어서 그것이 시장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는 사람이 있잖아요. 저는 후자를 훨씬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물론 과제를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업이) 좀 쉽지 않은 것 같긴 해요. 그런데 저는 가만히 있어도 혼자 숙제를 만들고 일을 계속 벌이는 면이 있어서 ‘(사업이) 잘 맞지 않나’라고 생각했어요. 

이장우 CXO(이하 “이”): C랩에서 지원해준 조건 자체가 큰 힘이 됐죠. 저도 딱 그때가 서른아홉이었거든요. 그래서 곧 마흔이지만, 그 전에 ‘해봐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C랩은 어떻게 지원하게 됐어요?

김: 언젠가는 음악이랑 IT를 결합해 창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결혼해서 애도 있으니 회사를 확 나오기는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C랩이 있어서 지원도 받고 검증도 해볼 수 있었죠. 그래서 계속 C랩에 도전했는데… 서류 두 번 떨어지고 세 번째만에 됐어요. 되고 나서 제일 처음 찾아갔게 이장우 CXO였죠. 이장우 CXO가 대학원에 있을 때 제가 있던 삼성전자 팀하고 산학협력으로 음악 기술 관련된 프로젝트를 했었거든요. 이후에 그가 삼성에 입사해서 같이 프로젝트를 하기도 했고요. 


워낙 쟁쟁한 분들이 많아서 C랩에서 성과를 인정받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많은 팀이 대부분 단순 종료로 끝나죠. 저도 당연히 웬만하면 ‘단순종료되겠지, 설마 우리가 투자 받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초기에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그 이유 중 하나는 그거였던 것 같아요. 저희는 기술을 다 갖고 완벽한 걸 만들기보다도 어떤 앞으로 이런 것들이 좋을 거라는 예측을 하고 프로토타입을 해서 빨리 만드는 것을 10년 동안 해왔거든요. 그래서 프로젝트 시작하자마자, 바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한 두 달 만에 바로 시연을 했어요. 


흔히 말하는 ‘린 스타트업(완제품 전에 MVP를 만들어 고객 검증부터 해서 시장이 원하는 것을 만들라)’ 방식이네요. 

김: 저희 둘이 있던 부서는 어떤 제품이나 기술이 완성되기 전에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그런 일을 매년 했어요. 삼성에 와서 이런 ‘데모’를 보여주고 시각화하는 것을 배운 게 C랩에서도 엄청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두 사람이 C랩에서 만든 건 기타 연주 소리를 듣고 이게 C코드인지 Gm인지 등을 자동으로 인식해 보여주는 기술이었다. 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스트라’라는 이름으로 창업한 이후, 지금은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 

스트라IR 회사 소개 자료 캡처 - coda 서비스 설명


coda는 C랩에서 한 ‘기타 연주 자동 채보 기술’과는 좀 다르잖아요. 이 방향을 잡는 데 얼마나 걸렸나요?

김: 3개월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스핀오프) 결정이 1월 정도에 됐었고 실제 분사할 때까지 교육 과정이 있었어요. 그리고 5월에 분사됐는데, 1월에서 4월 사이에 주제를 좀 바꾼 거죠.

이: 근데 완전히 바꿨다기보다는 이렇게 해석했던 것 같아요. 기술을 상품으로 드러내는 게 아니라 기술은 보조도구로 써야겠다는 것. AI(인공지능) 스타트업 하시는 대표님들 만나서 얘기 들어보니, AI가 만든 걸 사람에게 팔려면 기술 완성도가 구십몇 퍼센트 이상이 되어야 하더라고요. 당시 저희가 만든 AI채보 기술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기술을 쓸모 있게 소화하려면 다른 것에 붙여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그렇게 해서 지금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앱까지 모두 나왔고, MAU(월간 활성 유저)도 1000명을 돌파하기도 했잖아요. 지금까지 뭐가 제일 힘들었어요? 

김: 사람 뽑는 게 쉽지 않았죠. 지금은 다행히 좋은 멤버들 다 만나긴 했지만 채용하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높은 연봉을 줄 수 없는 작은 스타트업이 줄 수 있는 게 주제가 재미있거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것이잖아요. 채용을 위해선 스타트업에서만 얻을 수 있는 성장을 충분히 어필해야 하고. 그리고 그것에 공감한 사람들만 합류하는 거잖아요. 그런 사람을 찾고 설득하는 게 쉽지는 않았죠.


아... 채용... 많은 스타트업들이 고민하는 문제인데요. 연봉을 대신할 수 있는 기대는 어떻게 줄 수 있을까요?

이: 별것 아닐 수도 있는데 저희는 처음 브랜딩을 할 때 비전과의 연결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스타트업은 중간에 다 부수고 새로 만들 수 있지만, 항상 어떤 기준점은 필요하죠. 그래서 네이밍을 할 때도 오랜 시간을 쓰고,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을 찾으려 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작지만 앞으로 클 수 있는 곳’이라는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단순히 코딩만 하고 가는 거랑 ‘나중에 모바일 팀장이 되었을 때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를 생각하는 것은 다르잖아요. 저희 게시판 중에 김칫국 게시판이라고 있었거든요. 나중에 잘 되면 이런 거 하자라고 그냥 막 써놓을 수 있는 곳. 너무 허황되게 하는 건 아니지만 재밌잖아요. 

김: 각자가 자신의 아이디어대로 할 수 있게 합을 맞추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마이크로 매니징도 아니고 예민한 스타일도 아니에요. 그냥 큰 틀에서만 이제 좀 빨리빨리 실행하는 걸 더 하는 편이죠. 이사님은 디테일하게 본인이 원하는 것을 시각화하고 만드는 것을 좋아하죠. 그래서 프로덕트 오너를 맡고 있어요. 그렇게 각자가 자신의 장점과 아이디어를 살려서 일할 수 있게 하는 게 동기를 부여해주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창업을 꿈만 꾸다 포기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 ‘언제 해야 하나?’, ‘언제가 적기일까?’라는 고민이 있다. 스트라의 두 창업자에겐 ‘이러다 너무 늦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창업을 위한 강력한 동기부여였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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