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는 10가지 중에서 하나만 맞아도 사랑할 수 있었는데
30대 때는 10가지 중에 하나만 안 맞아도 사랑하기 어렵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한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아는 게 많아지고, 편견이 늘어나는구나.
편견은 인생을 사는데 이로운 점도 많다. 경험이 많아질수록 거르기 쉬워진다. 이게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할 수 있는 힘이 바로 편견이다. 하지만 편견은 반대로 새로운 경험을 방해한다. 사람에겐 모두 개성이 있다. 비슷한 유형이라고 생각했지만, 만나 보면 전혀 다른 고유의 생명체이다. INFP라고 모두 같은 INFP인가?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하는 INFP도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INFP라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을 재단하기 시작한다. INFP라는 틀에 가둬서 감성적이고, 집에만 있는 사람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게 된다.
(MBTI는 사람을 가장 쉽게 파악하게 해 주지만 개성을 죽이는 하나의 문화이기도 하다. MZ세대라고 묶어서 하나의 세대를 평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얼마나 성격과 개성, 경험들이 다른데 말이다.)
세상은 변하지 않았고, 변한 건 나 자신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각이 달라졌을 뿐이다. 20대 때는 하나만 맞아도 열렬히 사랑할 수 있었고, 모든 것을 불태울 만큼 뜨겁게 사랑했다. 조건을 보지도 않았다.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듯이, 조건 없는 사랑을 할 수 있던 뜨거운 시기다. 다른 점이 많기에 싸우기도 했겠지만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맞춰볼 수 있는 시기다.
나이가 먹어가면 상황은 점점 달라진다. 사랑에도 조건이 생긴다. 이런 사람 거르고, 저런 사람 거르고. 반대로 말하면 이런 조건, 저런 조건을 갖춘 사람만 만나고 싶어 한다. 그렇게 거르고, 거르다 보면 과연 누가 남을까? 자신의 편견에 갇혀서 만날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나는 철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린아이가 모든 사물에 호기심을 갖듯이. 비슷한 하루라도 오늘은 처음이지 않은가? 오늘을 소중하게 여기면, 오늘 만나는 사람도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늘 똑같은 지하철이라도, 오늘 이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은 처음이니까. 늘 처음 같은 기분으로 사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