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3 에이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읽고 있었다. 거기서 매우 짤막하게 나온 책이지만, 나는 이 책의 제목과 내용이 인상 깊었다. 누군가의 밑에서 일하는 것의 어색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농촌으로 가서 3 에이커의 땅을 사라는 내용이다. 3 에이커의 땅이 있다면 농사를 지어서 4인 가족이 충분히 살아갈 수 있고, 조금씩 저축도 하고 발전할 수 있는 땅의 크기이기 때문이다.
많은 자기 계발서는 3 에이커를 소유한 농부가 되라고 말한다. 세스 고딘의 [린치핀]도 비슷한 내용이다. 고용주 밑에서 월급을 받는 월급쟁이가 아니라, 생산자가 되라고 말한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용주 밑에서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누구나 3 에이커를 가진 농부가 될 수 있고 현시대의 생산자가 될 수 있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도 비슷한 내용이다. 가난한 아빠는 부루마블 보드 게임에서, 열심히 주사위를 굴려서 한 바퀴를 돌아 돈을 받는 월급쟁이이다. 반면 부자 아빠는 돌아다니면서 땅을 사고, 건물을 지어서 통행료를 받는 생산자이다. 그 누구도 부루마블 게임을 할 때 주사위만 굴리진 않는다. 하지만 현실에선 주사위만 굴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2024년 현재 3 에이커는 무엇일까? 우리에게 자유를 주는 것은 딱 200만 원 정도의 돈이다. 우리는 월급 이외에, 딱 200만 원의 수익만 있다면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사회 초년생이라면 처음엔 아르바이트비를 포함해도 된다. 월 200만 원의 수익만 있다면 혼자서 좁은 원룸의 월세를 내고, 조금 부족한 식사를 하면서 근근이 살아갈 수 있다. 월 200만 원 정도라면 기초적인 생활을 하면서 생산자가 될 수 있다. 이후엔 부루마블 게임에서 랜드마크를 건설하듯이 본인의 가치를 조금씩 키우면 된다.
아주 단순한 목표이다. 월급 없이 월 200만 원 벌기. 달성할 수 있겠는가? 생산자의 삶으로 들어갈 수 있는 너무 쉬운 비밀이다. 9 to 6 쳇바퀴 도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