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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크로키 Jan 23. 2024

자기 계발 중독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자기 계발은 A B C 3단계로 이뤄진다.


A : 물고기 잡는 방법에 대한 연구

B : 물고기를 실제로 잡는 과정

C : 잡은 물고기를 요리하고 먹는 것


나는 자기 계발서를 읽는 것에 대해 묘한 회의감을 가지고 있다. 항상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자기 계발서를 읽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중에 자기 계발서는 넘쳐 나는데, 성과를 이뤘던 모든 사람들이 전부 자기 계발서를 읽었을까? 피카소는 자기 계발서를 읽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까? 에디슨은 자기 계발서를 읽고 전구를 발명했을까? 니체, 카뮈, 카프카가 [역행자]를 읽고 책을 쓰기 시작했다는 장면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자기 계발서를 읽는 과정은 A에 해당한다. 어떻게 행동해야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지 배우는 과정이다. 문제는 자기 계발에 중독되어 책만 읽는 사람들이다. 계속 책만 읽으면 정작 물고기를 잡을 시간이 부족해지고, 배고파서 굶어 죽게 된다. 하지만 자기 계발 중독자들은 그런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오히려 많이 배우면 불안감이 더 커지기도 한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다니기 때문이다. 물고기를 잡는 행동은 하나도 하지 못하면서 '손으로 잡는 것은 비효율적이야.. 작살? 작살로 고기 잡는 건 너무 시간 낭비야.. 그물? 낚싯대가 있는데 왜 그물로 잡아?' 이런 식으로 효율적인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비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해서 고기를 잡는 사람들을 비판한다. 효율성의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물고기를 잡지 못해서 점점 배고파지고, 불안해진다.



연애 프로그램을 보지 말고, 연애를 해보자


이런 상황의 예시를 들어보자. 예를 들어서 연애를 하기 위해 관련된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고, 유튜브를 통해 배운다고 생각해 보자. 이런 가르침들이 연애를 시작하는 것, 중간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배워놓고 연애를 시작하지 않는다면? 이론만 바삭한 솔로가 되는 것이다. 이론을 아무리 배우더라도 연애를 해보지 않는다면 모르는 부분이 훨씬 많다. 100권의 연애 책, 드라마, 유튜브를 보는 것보다 1번의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보는 것이 인생에 훨씬 도움 된다. 아무리 유튜브를 많이 봐도 상대방과 싸웠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시중에 존재하는 수많은 영어 공부법들. 정작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영어를 배우는 과정을 예시로 들 수도 있다. A는 영어를 공부하는 방법이다. 인강을 통해서 공부할지, 원서를 읽을지, 드라마를 볼지, 회화 학원을 등록할지, 토익 공부를 할지 고민하는 과정이다. 이런 공부법, 저런 공부법을 찾아다니면서 정작 공부는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가장 효율적으로 영어를 배우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면서 막상 영어 공부는 하지 않는 것이다. B는 영어 공부를 하는 과정이고 C는 영어를 활용하는 과정이다. 영어를 배웠는데 영어로 된 영상을 보지 않고, 영어 신문을 읽지 않고, 외국인과 대화하지 않는다면 영어를 배우는 과정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 물고기를 잡았다면 요리해서 먹어야 한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B와 C다. 물고기를 잡는 것, 물고기를 요리해서 먹는 것. A 과정은 생략해도 무관하다.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든, 작살로 잡든, 그물로 잡든, 낚싯대로 잡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고, 먹어서 배를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선 물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A 과정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물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보다, 맨손이라도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낫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물론 A 과정을 전부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엔 맨손으로 시작했더라도 나중엔 낚싯대를 이용해서 편하게 잡는 것도 좋으니까. 다만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함정에서 벗어나라고 권하고 싶다. A 과정이 의미 있어지려면 A -> B -> C의 과정이 일어나야 한다. 내가 그물로 물고기 잡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면, 그물로 물고기를 잡아봐야 한다. 나한테 맞는 방법인지, 정말 효율적인 방법인지 떠먹어 볼 필요가 있다. 당장 물고기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있는데,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은 의미 없는 행동이다.


나는 책을 많이 읽었다. 1년에 30권 이상 3년 넘게 읽었다. 지금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과거 책만 봤던 시간이 아깝다. 책을 보고 책의 가르침을 내 삶에 하나씩 적용하려고 노력했다면, 차라리 책 읽는 시간을 줄이고 조금 더 행동했다면 어땠을까? 지금은 책 읽는 시간을 많이 줄이고, 오히려 그림을 그리거나 SNS 운영하는 시간을 늘렸다. 책을 읽으면 그 가르침을 삶에 바로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어차피 책을 읽고, 아무리 메모해도 까먹는다. 그러나 내 삶에 적용하면 머슬 메모리가 남는다. 머릿속에선 지워졌어도 몸이 움직인다. 내 삶이 변화하는 것이 느껴져서 인생도 더 재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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