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우유를 배달해 주는 고마운 친구들이 있다. 두 개씩 손에 들고 활짝 웃으며 배달해 주는데 우유도 고맙지만 그리 챙겨주는 아이의 미소와 마음이 고맙다. 그 우유는 내가 먹기보다는 주위의 필요한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 나는 유당불내증으로 우유를 먹으면 복통과 설사를 하기에 잘 먹지 않는다. 그래서 커피중에 우유가 들어간 라테도 몸의 상태를 보고 먹어야 안전하다.
하루는 아침부터 라테가 너무 먹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아침마다 커피요정이 집에서 신선한 커피를 내려 가져다주는데, 그날따라 에스프레소를 책상 위에 두어 우유만 있으면 라테를 만들 수 있었다. 곧이어 우유요정들이 우유를 가져왔고 난 룰루랄라 신나서 우유 한 개를 다 넣어 휙휙 돌려준 뒤, 벌컥벌컥 원 없이 마셨다. 완전 꿀맛이었다.
그 순간은 배탈이고, 설사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라테를 마시는 순간이 좋았을 뿐!
그러나 내 배는 참 성실하고 변함이 없다. 얼마 뒤부터 복통이 밀려왔고 나는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3교시쯤 됐을 때 이미 화장실을 5번이나 다녀온 뒤였다. 수업이 시작해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중에 아랫배를 치고 가는 아찔한 복통이 있었고 나는 배를 움켜잡았다. 아이들이 "왜 그러세요?" 물어오길래 전후사정을 설명했더니 깔깔거리고 좋아했다. 원래 아이들은 똥, 방귀 좋아한다. 나는 "선생님이 아픈데 니들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3번을 더 화장실을 가고 나서야 배의 반란은 멈추었다.
그리고 나는 그 일을 잊었다.
다음날, 잘 찾아오지 않던 남자아이가 진지한 얼굴로 찾아왔다. 궁금해하며 아이를 바라보는데 너무나 근심 어린 표정으로 "선생님, 배는 괜찮으세요?" 한다. "응? 배?" 잊고 있던 어제의 내 배가 생각났고, 나도 잊은 내 배에 대해 그리 걱정해 주는 아이의 천진함에 나는 활짝 웃어주었다. "이젠 괜찮아, 걱정해 줘서 정말 고마워."
아이들은 참 겪을수록 아름다운 존재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