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얀마의 사정이 좋지 않다. 내전으로 인해 안 그래도 가난한 나라가 더 어려워졌다. 3번의 방문으로 미얀마의 변화를 체감했고 내전이 심했을 때는 손 모아 기도했다. 속히 나라가 안정되어 국민들이 잘 사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
미얀마의 아이들을 위해 물품을 모은다는 소식을 듣고 구체적으로 어떤 물품이 더 필요한지 알아보았다. 학용품과 작은 인형, 영어 그림책 등이었다. 마침 우리 아이들이 후원하기 좋은 물건들이었다. 신입생설명회 준비를 마치고 제법 크기가 있는 상자를 골라 짧은 메시지를 붙여 아이들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상자가 가득 차게 해 주셔서, 주는 아이들도 받는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수요일 점심시간에 상자를 만들고 있는데 기웃거리던 2학년 여자아이가 보더니 교실로 가서 자기 가방에 달려있던 코끼리 키링을 가져와 상자에 넣었다. 1번 후원자라고 아이에게 말했더니 행복한 웃음으로 돌아갔다. 이 아이를 보고 나도 내 가방에 달려있던 개구리 인형을 떼어 2번 후원자가 되었다.
지나다니는 아이들과 특히 3학년 아이들의 수업의 주제와 연관성이 있어 잠시 소개하고 수업에 들어갔다. 하루 만에 상자의 반이 찼다. "어머나! 벌써 이렇게 찼네."흐뭇했다.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 아이들은 손에 봉투를 하나씩 들고 찾아왔고 기부릴레이가 시작되었다.
6학년에 전학 온 키가 175가 넘는 아이가 종이가방을 덜렁덜렁 들고 오더니 무심한 듯 내게 건넸다. 그 속에는 쓰던 것이 아닌 새것으로 종류별로 문구류를 담아 필통을 만들어왔다. "와, 새것으로 준비해 왔네? 어쩜 이렇게 기특한 생각을 했어? 네 마음이 너무 귀하다."라고 하니 "저 이거 5천 원밖에 안 들었어요." 하며 좋아한다. 사춘기의 나이에 남을 생각할 줄 아는 선한 아이가 자랑스럽다.
한 선생님이 하늘색 필통을 들고 오면서 "저도 기부해도 되죠?" 하신다. 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건만 선한 마음이 이 선생님을 움직였으리라! 나는 이런 동료를 자랑하고 싶다.
통통한 1학년 남자아이가 작은 봉지에 연필을 잔뜩 가져왔다. "이걸로 미얀마 친구들이 그림 그릴 수 있겠죠?" 하며 아주 좋아한다. 1학년이 멀 안다고 저리 예쁜 마음을 가졌을까 싶다. 작지만 큰 이 아이도 자랑한다.
좀 내성적인 4학년 남자아이가 문구류와 인형을 들고 와 줄 서 있었다. 앞에 있는 아이들의 필통이 꽉 찬 것을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선생님 필통 3개는 더 채워서 내일까지 다시 가져와도 될까요?" 조심스러운 아이를 보면서 '자기 것을 나눠주려고 오면서도 저렇게 겸손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들어오면서 큰소리로 "저 이거 가져왔어요!"하고 이미 자랑하는 아이들도 있다. 나도 이 아이에게 배운다. 기부하는 것은 자랑할 것이 아니라 겸손한 자세로 감사하며 해야 하는 것을.
이 외에도 기부하는 모든 물품을 예쁘게 포장해 오는 아이도 있고, 모르고 왔다가 자신의 가방을 다 뒤져서 자신이 아끼는 인형키링을 비롯해 뭐라도 더 주려고 찾는 아이 등 진짜 우리 학교에는 인성과 기본을 갖춘 선한 아이들이 가득하다. 마음으로 밖에 나가서 이런 아이들이 있다고 큰 소리로 자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