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동안 친구가 없던 아이,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괜찮아요." 하며 웃는 아이, 그 웃음 뒤에 너무 깊은 외로움이 묻어나는 아이, 항상 부정적으로 말하는 아이, 이 아이가 말하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싸해지며 어색하게 바뀌게 되는 능력을 가진 아이.
매일 아침. 점심으로 찾아와 나를 매우 귀찮게 만드는 아이, 자주 씻지 않아 깨끗해 보이지 않는 아이, 말 한 문장을 제대로 말하기가 어려워 더듬는 아이, 눈으로 다른 아이들을 쫓아가며 관찰하는 아이, 어떻게라도 말 한마디 붙여보고자 노력하는 아이.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게 너무나 어려운 아이.
수업 시간에 집중하기가 어려운 아이, 6년째인데도 한 번도 과제를 제대로 해온 적이 없는 아이, 내 수업이 어려워 늘 힘들어하는 아이, 4학년 책도 어려워 쉽게 읽기를 포기하는 아이, 내가 무얼 하는지 온 신경을 집중해 관심 갖고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아이.
그런 아이가 어느 날 내 옆에 앉아 조잘조잘 이야기하다가, "선생님이 내 엄마 해주시면 안 돼요? 저 선생님 딸 할래요." 하며 훅 들어왔다. 순간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아이의 가정이 온전치 못해서 아이는 많이 아프다.
이 아이를 볼 때마다 난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가까이하면 일을 제대로 하기 어려울 만큼 집착하고, 놓자니 아이가 너무 짠하다. 그렇다고 진짜 이 아이의 가짜 엄마가 되어줄 수도 없다. 아이를 챙기다가 헛된 기대만 주고 실망시킬까 봐 염려도 된다.
게다가 나는 이 아이만의 선생님이 아니라 몇 백명의 선생님이다. 이 아이만 나에게 특별할 수는 없다. 나에게 딜레마를 주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이 순간마저도 아이에게는 사랑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고민할 시간에 아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주자. 교사이기 전에 이 아이와 수다 떠는 친구가 되자. 엄마는 되지 못하지만 늙은 언니는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고운 눈으로 아이를 바라볼수록 아이가 고운 마음으로 회복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