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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자의 전성시대 Dec 03. 2024

잘 헤어지는 법이 과연 있을까?

 

 1학년부터 유독 잘 따르고 사랑스럽게 행동하던 아이 둘이 있다. 6년째 쭉 이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침마다 도착하면 가방 멘 채로 나에게 문안인사를 하고 내 책상 옆 바닥에 앉아 마치 자기 집 안방마냥 수다를 떨다 예비종이 치면 교실로 올라간다. 매일 이러니 나에게도 이 아이들과의 시간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루틴이 되었다. 


 얼마나 개그캐인지 말하는 족족이 나를 웃게 만든다. 어떨 때는 춤도 추고 노래도 불러준다.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5~6학년이 선생님을 위해 노래하고 춤도 추며 재롱을 부린다는 것을! 그래서 가끔 아이들의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어 가족들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우리 학교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자랑도 한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지금 6학년인 게 문제다. 3달도 채 안되어 아이들은 졸업할 거고, 나는 혼자 남겨질 거다. 물론 다른 아이들로 가득 차겠지만 이 아이들이 만들어 준 이런 관계와는 다르고, 아이들과의 시간은 추억이 될 거다. 


 오늘 아침에도 도착하자마자 들어와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책상 옆에 앉더니 별의별 이야기를 한다.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게 바라보다 문득 아이들과의 헤어짐이 생각났고, 나는 두려워졌다. 정들기도 쉽지 않은 성격이지만 정 떼기도 어려운 성격이다. 이 아이들을 안 보고 살 수 있을까?


 살 수는 있으나 속앓이를 하겠지. 자주 그리워하겠지. 그러면 마음이 먹먹하겠지. 

너무 많은 사랑을 주지 않고 적당하게, 가깝지만 조절 가능하게 그렇게 사랑할 수는 없나 보다. 


사랑하는 지금 6학년들과 울지 않고 잘 헤어지도록 준비해야겠다. 

이 사랑이 행복한 추억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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