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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집창촌의 아이들을 위해

by 영자의 전성시대

예전 인도에 갔을 때, 충격적인 장면이 참 많았다. 일단 너무 더럽고 정신없는 거리와 끊임없이 울려대는 클랙션 소리. 이틀 만에 적응했지만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몰려드는 남자들, 왜 인도가 위험한지 느낄 수 있는 부분으로 외국인 여자들만 보면 5분 만에 몇 십 명이 몰려들어 원을 만드는 희한한 풍경이 연출된다. 세 번째는 공터에 늘어져 있던 천막집들, 개천가든 풀숲이든 여지없이 천막으로 막집을 지어 떼를 이루어 살고 있었고 보는 이들도, 사는 이들도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게 그들이 우리보다 편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후에도 충격적인 문화는 많았지만 인도를 왜 "안 가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라고 하는지 이해가 간다. 인도는 진짜 매력적인 나라다. 볼 것도 갈 곳도 너무나 많고 만나야 할 사람도 많은 나라임에 분명하다. 나에게 누군가 다시 가고 싶은 나라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티베트를 제치고 인도라고 말할 것이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들은 또 다른 충격적인 소식! 이분이 남편을 쫓아 주재원으로 인도에 가서 몇 년을 살면서 만난 분을 소개해 주었다. 이분은 몸을 파는 여자들이 사는 마을로 들어가 불가촉천민보다 더한 삶을 사는 여성들을 돌아보고 특히 피임을 하지 않아 생긴 아이들을 씻기고 돌보는 일을 하는 분이었다.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숨겨진 마을에서 살면서 그곳 아이들의 머리를 감기고 몸을 씻기는 일이 이분의 삶이었다. 지인도 이분을 도와 가서 아이들을 씻기는 기부를 하고 왔다고 한다.


그 안에는 각종 전염병과 위생이 엉망이라 아이들이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심지어 에이즈까지도 발병하는 곳인데 한 번뿐인 삶을 그 안에서 헌신하고 계신 분의 이야기를 듣는데 눈물이 울꺽 올라왔고 이분을 돕고 싶었다. 멀리 있는 알지도 못하는 분이지만 '당신의 삶은 너무도 귀하고 훌륭합니다. 정말 멋집니다.' 이런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고, 10명의 후원자를 찾아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그곳으로 흘려보내고 싶었다.


감사하게도 2번의 거절만 받고 3일 만에 10명의 후원자가 모여 첫 달의 기부금을 보낼 수 있었다. 기부는 돈이 있어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아름다워야 행동할 수 있음을 다시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분께 작은 돈이지만 큰 감동이 되길 소망한다.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중에 자기들도 하고 싶다고 말해서 박스를 가져다 작은 인형키링과 필기도구를 기부받는다고 적어 칠판에 붙였다. 당일에 자기 가방에 달린 예쁜 키링을 빼 상자에 담아 준 아이가 벌써 3명이었다. 나는 매 수업마다 3분씩 이야기를 전하며 자신들이 얼마나 감사한 환경 속에 살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잘 살수록 낮은 곳으로 마음은 흘려보내야 함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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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만에 나는 기부를 더 이상 받지 않는다는 메모를 칠판에 붙여야만 했다. 이미 상자는 넘치고 넘쳐 종이가방 두 개를 더 만들어야 할 만큼 아이들은 작은 손으로 큰 마음을 가져왔다. 역시나 울 애들은 내 새끼들답게 아름다웠다. 어느 고등학교 교사인 학부모님은 집을 다 털어 보내고도 본인 학교의 고등학생 제자들에게 기부하게 해서 인형키링을 잔뜩 기부하셨다. 이 학교 남학생이 자기 누나에게 말도 안 하고 누나 가방에 달린 키링을 훔쳐왔다고 자랑까지 하더란다. 나는 들으며 상상이 되어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쪼록 누나에게서 살아남길 바란다.


이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좋은 일을 하는 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며, 세상은 참 좋은 사람이 많다는 걸 느끼며 삶의 따뜻한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흔쾌히 동참해 준 9분과 이쁜 내 새꾸들,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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