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보다 Ⅲ
후쿠오카에서 2시간을 달려 나가사끼에 도착했다. 나가사끼는 유명한 것이 2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나가사끼 짬뽕"이다. 그러나 나가사끼 짬뽕은 너무 짜서 외국인들에게는 힘든 음식이다. 다만 이 음식의 유래는 재밌고 슬프다. 원래 나가사끼 짬뽕도 일반 짬뽕처럼 빨간색이었는데 원폭 이후에 피바다가 된 도시를 보고 사람들이 빨간색만 봐도 경기를 일으키니 하얀색 국물로 바꿨다는 이야기다. 참 인상 깊게 들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나가사끼의 원폭 기념관을 방문했다. 입구마다 무언가가 주렁주렁 달려있어 가까이 가보니 작은 종이학이 무더기로 달려 있었다. 그제야 예전 <사다코와 천마리 종이학>을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고, 그 책의 내용이 진실임을 알 수 있었다. 원폭으로 백혈병에 걸린 사람들이 병이 낫기를,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며 종이학을 접는 내용의 책이었다.
원폭의 피해과정을 참관하며 열심히 견학했는데 사진들마다 고통 속에 괴로워하는 여자들,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세계사를 가르치며 2차 세계대전을 설명할 때마다 일본이 원폭을 당한 건 당연한 결과이자 사이다 같은 결말이라 가르쳤다. 심지어 일본인이라고 하지 않고 "일본 놈들이 말이야"하며 호칭도 바르게 하지 않았던 나다. 이곳에 와서 실제 일본인들의 참상을 보며 사이다 결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민간인이었던 일본인들 조차 극우주의자들의 희생양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일행 중 일본 거주하시는 분이 말씀하기를 "제가 미용실에 가서 머리 하는데 일본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 자꾸 미안하다고 사과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러시냐고 물으니, 자기들이 한국에 너무 못된 짓을 많이 해서 꼭 사과하고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야기를 듣는데 마음 한편이 사르르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나도 이제는 태평양 전쟁과 2차 세계대전을 가르칠 때 적어도 일본을 다 싸잡아서 일본 놈이라고 말하지 않고, 제대로 구분해서 설명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위정자들을 만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꼭 집어주어야겠다. 미움과 증오의 역사를 함께 한 일본 안에서 참 여러 생각이 오가는 시간이었다. 이제 일본 놈이라고 통칭하는 대신 일본사람이라고 정정해 부르는 연습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