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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갈대상자란다.

by 영자의 전성시대

<요게벳의 노래>

"

작은 갈대 상자 물이 새지 않도록

역청과 나무 진을 칠하네

어떤 맘이었을까 그녀의 두 눈엔

눈물이 흐르고 흘러


동그란 눈으로 엄마를 보고 있는 아이와

입을 맞추고

상자를 덮고 강가에 띄우며

간절히 기도했겠지


정처 없이 강물에

흔들흔들 흘러

내려가는 그 상자를 보며

눈을 감아도 보이는 아이와

눈을 맞추며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겠지


너의 삶의 참 주인,

너의 참 부모이신 하나님

그 손에 너의 삶을 맡긴다

너의 삶의 참 주인,

너를 이끄시는 주 하나님

그 손에 너의 삶을 드린다

"


이집트의 왕, 바로가 히브리의 남자아이들을 죽인다. 히브리 사람들이 많아져서 이집트의 적이 될까 두려워 괴롭히다 태어나는 남자아이들까지 잔인하게 죽이는 일을 범하게 되는데 이때 이스라엘 사람들은 몰래 아이를 낳아 숨어 키우게 된다. 이 노래는 요게벳이라는 여인이 아들 모세를 낳아 삼 개월 간 키우다가 더 이상 숨길 수 없어 나일강에 갈대상자를 만들어 아이를 태워 떠나보내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엄마인 요게벳이 아이를 위해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는 절절한 마음이 바로 이 <요게벳의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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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인도의 어느 공터에서 함께 간 사람들과 손을 잡고 이 찬양을 부르며 컥컥 울었었다. 지금까지 나를 이끌어 주신 하나님께 너무 감사해서,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참 암담한데 그 가운데 나의 참 주인이신 하나님이 그날들을 맡아주신다니 위로가 되어 울었다. 그때의 나는 흔들려 떠내려 가는 게 무섭고 두려웠다. 가는 게 맞는지도 모르고 가는 것 같아 한심하고 너무나 부족해 보였다. 열심히 해도 되는 게 없어 억울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외로웠다. 몰려오는 슬픔을 느낄 때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는 게 힘들었다. 이런 나를 위해 울었다.


얼마 전 이 찬양을 예배 중에 불렀다. 안 그래도 가족이 함께 하는 특별한 날이었는데 호주에 있는 한 명이 빠진 채 세 명만 함께 예배를 드렸다. 평소에는 그리 생각나지 않은데 이런 날, 명절날,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 <가족>이라는 명제가 드러나는 그런 날은 항상 아이가 생각나서 참 허전했다. 이날도 그런 허전함을 가지고 예배를 드리던 중, 이 찬양을 하는 데 가슴에 먹먹하니 숨쉬기 어려울 만큼 아이가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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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요게벳은 아니나 엄마였다. 아이를 모세처럼 죽음을 각오하고 보낸 것은 아니나, 나 또한 아이 하나를 준비 없이 일찍 멀리 보낸 엄마였다. 떠나간 내 딸이 마치 갈대상자에 실려 간 것만 같아서, 부모도 없이 먼 타국에서 하루하루 보내는 어린 내 딸이 안쓰러워서, 어리지만 야무지게 자기 자리를 만들어 몇 년째 잘 버텨주는 아이가 대견해서, 그 딸을 안아주시고 이끄실 하나님께 감사해서 나는 엉엉 울고 말았다.


딸아, 엄마와 아빠가 네 곁에 없음에도 잘 생활해 주어 너무 고맙다. 무얼 잘 해내지 않아도 그곳에서 지금처럼 지내는 건 정말 장한 일이란다.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아닌 너를 그곳으로 이끄신 하나님을 생각하렴. 너의 삶의 참 주인이신 하나님, 너의 참 부모이신 하나님을 어렵고 힘들 때마다 의지하렴. 부족한 엄마는 이끄실 하나님 손에 너의 삶을 올려드린다.


엄마는 요게벳처럼 너를 위해 늘 항상 기도할 뿐이다. 네 삶을 대신 살아줄 수도 아파해 줄수도 없지만 나보다 더 너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고, 기도하고 있고, 기도할 거야. 네 갈대상자가 길을 잃지 않기를, 건강하게 그 상자가 잘 흔들려 떠내려가 주길, 지혜롭게 판단해 가야 할 길로 방향을 맞춰 흘러가 주길, 두렵거나 외로울 때 네 위에서 늘 바라보시는 그분의 손을 잡는 네가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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