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의 미덕을 조심해야 할 때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매사에 겸손하라는 가르침을 받은 나는 겸손을 넘어 자기 비하를 하기도 하는데
요즘 들어 이런 겸손을 넘어 자기 비하를 하는 말들이 다른 사람이 듣기에 ‘겸손’이 아니라 그 사실을 진짜 그 말 그대로 생각하도록 만드는 어법을 쓰고 있단 생각이 든다.
이런 건 고쳐야 할 것 같고
내 딸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1. 이번에 딸아이 돌이라 회사에 기념 쿠키세트를 돌렸는데 내가 주문한 쿠키세트가 내 예상보다 작은 크기였다.
이메일로 돌 쿠키 준비했다고 전 파트원에게 홍보하는 메일에 ‘좀 작지만 맛은 있습니다’ 하고 적게 되었는데
할 말이 없어서 쓴 문장이기도 하다…
쓰고 나니 왜 쿠키세트가 작다는 걸 굳이 언급했을까?
쿠키 세트가 작다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도 작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발언 아닌가? 싶은 거였다.
이건 예로부터 엄마들이 상다리가 부러지게 밥상을 차려놓고 ‘차긴 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 ‘라고 이야기하는 겸손의 미덕에서 온 것과 같은 것인데
쓰고 보니 뭐 하러 쿠키세트가 작니 크니 언급을 했을까 싶은 거였다.
굳이? 그럴 필요 있었을까?
내가 언급한 그 한마디로 내가 돌린 쿠키세트가 작은 게 되어 버리니 말이다.
내가 말하는 말속에서 종종 이런 경우가 있었는데 (요즘 많이 느낀다)
말속에서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을 낮추는 발언을 할 때가 있다.
다른 예로는 내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었는데 ‘내가 뭐라고’ ‘제가 뭐라고’였다.
회사에서 내 의견을 말할 때도 다 말해놓고
‘제가 뭐라고요. 저 아무것도 아닌데’라고 말할 떼가 있었는데 내가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내 의견을 이야기한 것에 대해 겸연쩍었을 때 저런 말로 마무리를 하곤 했다.
또 다른 예로는
내가 유학 다녀온 것을 두고
‘학벌세탁했다’라며 쑥스러우니 나 스스로 나의 경험을 폄하하여 말한 적이 많다.
과시할 필요도 없고 너무 겸손할 필요도 없고 그냥 중간에만 있으면 되는 것인데 굳이 이렇게 심하게 나를 낮출 필요가 있을까 말이다.
엄마가 나에게 겸손을 너무 가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