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스블루 Aug 16. 2022

어떻게 냉장고를 매일 청소할 수 있어?

냉장고



우리는 왜 일개 연대를 먹이고도
남을 만큼 많은 음식을 비축해
두어야만 하는 걸까?
사흘에 한번 신선한 재료들을 산다면
작은 냉장고로도 충분하다

<도미니크 로코- 심플하게 산다.
소식의 즐거움 중에서>



며칠만 방심해도 블랙홀이 되고 마는 곳.

어쩌다 큰맘 먹고 다 끄집어내어 정리해놔도 곧 엉망이 되기 쉬운 <냉장고 속> 이야기이다.

냉장고만 열어봐도 얼마나 부지런히 음식을 해 먹고 정리해놓는지 그 집안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나의 냉장고가 엉망인 이 순간, 누군가 그 문을 열게 되는 일이 생길까 봐 두렵다.




공포의 검은 봉지


나는 안을 볼 수 없는  <검은 봉지>가 신선함의 상징인 냉장고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들여놓지

않는다.

냉장고 안의 검은 봉지는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때문에 검은 봉지나 불투명한 용기에 담아온 음식이 있더라도 더 귀찮아지기 전에 투명하고 영롱한 밀폐용기에 옮겨 담는 일을 곧바로 실행한다.

미루고 미루다 어느 순간 열어보았을 때 “뜨악!!” 할 일이 생길까 봐서다.


검은 봉지를 냉장고에 아무렇게나 넣었다

곧 손질해서 옮겨 담을 것이므로 이렇게 해도 괜찮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피곤하니 조금만 쉬었다가 하기로 하자

오늘은 귀찮은데 내일 하자

내일 한다고 해도 상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다음날도 하지 못했다

그다음 날도 바빴다

슬슬 불안해지는데…


이제 널 열어보기가 겁이나 ㅠㅠ


쓰다 보니 이건 뭐 공포영화가 따로 없지만 이것이 현실~

할 일도 많고 바쁜데 매일 냉장고에 매달려서 반찬 정리를 해야 한다는 건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투명한 용기 안의 음식은 나의 불안함을 없애주며

다음 식사시간의 메뉴를 미리 그려볼 수 있게도 해준다.

다른 공간과 달리 가족 구성원이 나누어 할 수도 없고, 오롯이 음식을 하는 사람의 몫이 될 수밖에 없는

막막하고 두통을 부르는 냉장고 정리…

피할 수 없다면 이제 내 살림 스타일에 맞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먼저 구입한 거 다 먹고 다시 채워 넣기


식구가 많고 집에서 식사를 자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냉장고 안에 빈틈없이 쌓아놓은 음식과 식재료들은

슬프게도 음식물 쓰레기가 될 확률이 아주 높다.

집 밥을 많이 먹는다고 해도 너무 오래전에 만들어놓은 반찬들은 별 매력이 없다.

냉장고에 많이 쟁여둬 봤자 다 먹기도 전에 싫증이 나서 다른 먹거리를 사게 되니 차라리 조금씩 사서 다 먹고 또 다른 재료를 새로 사는 것이 어떨까?


선입선출.

집에서도 사업장처럼 재고 파악을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는 이미 있는 것을 또 사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이고, 유통기한이 중요한 식재료는 물론 다른 생필품도 먼저 산 것을 모두 쓰고 다시 채워 넣는 것이 현명하기 때문이다.

사야 하는 식재료를 그때그때 메모해서 냉장고에 붙여놓고 마트 갈 때 들고 가서 필요한 것만 구입하는 것은

과도한 쇼핑을 피할 수 있고 쇼핑시간도 줄일 수 있어 여러모로 좋은 방법이다.

우리 집에는 성능 좋은 냉장고가 있어서 걱정 없다고?

너무 오래 보관하게 되면 냉동실에서도 음식이 상할 수 있는 법!

겨울왕국은 영원하지 않는다~




작은 냉장고가 좋다


나는 여태껏 대형 냉장고를 가져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대형 냉장고가 들어설 자리가 없어서였지만 살림을 해본 결과 난 음식을 많이 보관해 놓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따라서 냉장고가 작은 것에 대한 불편함도 전혀 없다.

오히려 꽉 찬 냉장고가 나에게는 스트레스였으니까~

앞으로도 커다란 냉장고는 구입하지 않게 될 것 같다.



출처  unsplash



한때는 나도 이 작은 냉장고를 꽉꽉 채워놓던 시절이 있었다.

한 달에 2~3번 쇼핑도 할 겸 장을 보러 대형마트에 갈 때는 집 근처 마트에서 볼 수 없었던 갖가지 입맛을

자극하는  화려한 식재료와 오늘 꼭 사야 할 것만 같은 1+1 할인 상품들로 냉장고를 가득 채웠다.

그러나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재료가 늘었고 그만큼 새는 돈도 많았다.

냉장고가 항상 꽉 차있으니 자연히 냉장고 청소는 연례행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처음 대형마트를 끊고 일주일에 한 번씩 집 앞 마트에서 장을 보기 시작할 때는 작은 마트라서 없는 것도

많고, 자주 가야 하는 것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음식을 “쟁여놓는”버릇을 고치기 위한 꼭 필요한 결단이었다.

매일 특별식을 해 먹는 것도 아니니 집 앞 마트에서의 장보기 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집 밥을 해 먹을 수

있었고, 냉장고 음식을 다 먹으면 구연산이나 식초로 가볍게 청소하고 다시 채워 넣으면 되니 위생에 있어서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먹을 것이 없어지면 그때 사러 나간다


냉장고 안은 이미 수많은 식재료들로 가득 차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의 몸은 신선한 재료로 바로 만든 음식을 더 좋아한다.

만약 끼니때마다 요리할 수 없어서 간편하게 꺼내어 바로 먹을 요량으로 해놓는 것이라면  있는 것을 모두

먹고 빈자리가 보일 때쯤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어 놓아도 늦지 않는다.

집 밖에만 나가면 반찬거리 구입할 수 있는 마트는 어디에나 있고,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요즘 같은 세상에 미리 대량의 식재료를 사서 묵혀둘 이유는 없어 보인다.

비어 가는 냉장고가 단순히 집주인이 게으르고 가족의 먹거리에 무관심하다는 걸 의미하는 것만도 아니다.

어쩌면 이 집의 가족들은 똑- 부러지게 냉장고 관리를 잘하는  <우리 집의 셰프> 덕분에 매 끼니 신선한

음식으로  호사를 누리는 중일 수도 있다.

그날 내키는 대로 바로 끓인 특별할 것도 없는 투박한 된장찌개나, 남은 애호박을 활용하느라 멸치육수를

내어 뚝딱 만들어낸 잔치국수도 빛나는 식탁을 만드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출처  unsplash




아직도 넉넉하게 얼려놓은 냉동음식과 정체모를 검은 봉지들이  언제라도 우리의 먹거리가 되어 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가?

우리에게는 30분 이내에 훌륭한 밥상을 차려내야 할 만큼의 비상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

냉장고가  비어있다고 해서 곤란해지는 상황도 없고 말이다.

산책도 할 겸 슬슬 나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동네 마트로 나가는 동안 좀 전에 생각해두었던 저녁 메뉴가 살짝 바뀌는 경우도 있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먹고 싶다고 하면 “ 그래, 까짓것 따라가 주니까 자기가 먹고 싶은 거로 해줄게~”

이 정도의 특권은 누리게 해 줘야 나만의 <외로운 장 보기>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계획에 없던 식재료 쇼핑이 더 흥미로울 때도 있다.

텅 빈 우리 집 냉장고에 대한 변명이 길었는데 부디 가족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면 좋겠다.

우리는 매일 함께 밥을 먹는 식구니까~


최신상 4 Door 냉장고를 보고도 심드렁하면서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한눈에 파악이 가능하고,

냉장고 청소가 더 이상  큰일이 되지 않는 가뿐한 냉장고가 내 것이라서 더 든든한 건 왜일까?



출처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뽀송뽀송함의 대명사가 될 수 있는 곳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