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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스블루 Aug 03. 2022

뽀송뽀송함의 대명사가 될 수 있는 곳

욕실

우리 집 <욕실>에 없는 것을 꼽아본다면,

휴지통이 없고,

세숫대야도 없고, 바가지도 없다.

빨랫비누도, 클렌징크림도, 바디 클렌저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욕실에서 화장을 지우고 샤워하고 걸레도 빨아서 쓴다.

위에 나열한 것들은 모두 욕실에서 필요한 물건들이고 물론 나도 쓰는 것들인 것은 맞지만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욕실은 다른 공간에 비해 머무는 시간이 짧고 수납공간도 현저히 적은 곳이며, 공간의 특성상 항상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습하고 곰팡이가 생기기 쉬운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수시로 청소하고 물때가 끼지 않도록 청결하게 관리해야 하는데  점점 물건이 많아지니 청소할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사용목적에 맞게 필요한 세제와 소모품들 그리고 다양한 욕실 용품들…

욕실 청소 한번 하려면 갖가지 세제통과 화장품, 비누 렉 등을 들었다 놨다가 번거롭고,

물청소하고 나서 말릴 때까지 시간도 오래 걸렸다.

아~ 불편하고 귀찮다.



편하게 청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출처  unsplash




편한 청소방법에 초점을 맞추어 보니 욕실용품을 이렇게 많이 갖다 놓으면 안 되는 거였다.

수건은 가족수만큼만 꺼내놓고, 치약이나 비누와 같은 소모품들도 모두 사용한 뒤에 새로 채워놔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에는 지금-실제로-쓰는 물건만 욕실에 놓는다는 원칙을 세우게 되었다.


욕실의 물건을 줄이게 된 것은 무척 게으른 내가 자주 쉽게 청소하기 위해서인데, 이것은 또한 모든 공간을 하나하나 정리해가는 공통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쾌적한 욕실을 위해 아무 때나 마음 내킬 때 시작해도 걸릴 것 없이 편하게 청소하길 바랐고,

물건이 적어서 신속하게 물기가 마르길 바랐다.

내가 꿈꾸는 욕실을 만들기 위해서 제일 먼저 휴지통부터 없앴고,

대신 변기에 넣어도 물에 잘 녹는 화장지를 찾아 걸었다.

간단한 손빨래를 할 때는 작은 세제 통에 담아둔 액체 세탁세제를 조금 짜서 빨면 그만이니 물에 젖고 마르기를 반복하여 갈라진 세탁비누는 이렇게 bye~bye 하게 되었다.

걸레와 운동화를 세탁할 때에 필요한 세숫대야와 바가지도 베란다로 치웠다.

그것들이 필요할 때만 가져다 쓰고, 베란다에서 말린다면 사용하지 않을 때마저 욕실에서 “대기”하고 있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마다 가지러 가고 다시 갖다 놓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현관 정리>의 경우와 비슷한, 다시 사용할 때의 대접받는 느낌의 쾌적함!

그것을 선택하는 대신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습하고 온도가 수시로 높아지는 곳에 내 몸이 닿는 물건을 오래 놔두는 것도 좋을 건 없고 말이다.


나의 욕실장- 매일 쓰는 물건만 놓는다



물건의 가짓수를 줄이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다기능 물건을 고르는 것은 좋은 대안이 되었다.

클렌징 효과가 있고 보습이 뛰어난 세안 비누를 쓰기 시작하면서  이상 클렌징크림을  필요가 어졌고 세안과 샤워가 비누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이것은 내가 진한 메이크업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생활방식에 맞게 필요한 물건을 고르고 편한 정리 방법을 선택하기로만 한다면 자신을 위한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그렇게 익힌 방법들은 언제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한결같이 유지해갈수 있으니 나에게 있어서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하나로 여러 가지를 소화해낼 수 있는 물건을 선별해서 구입하고 매일 쓰지 않는 물건은 가져다 쓰기를 실천하면서 드디어 우리 집 욕실 바닥엔 아무것도 놓지 않을 수 있게 되었고, 더 이상 걸릴 것이 없기에  언제라도 후다닥 물청소가 가능하고 물때 없이 뽀송뽀송한 꿈의 욕실이 완성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욕실이란, 모든 소품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예쁘게 꾸민 욕실이 아니라  

어쩌다 양말을 신은 채로 들어가도 괜찮을 만큼 뽀송뽀송한 욕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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