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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수 Jan 29. 2023

휴머니타리안

인도주의는 인간다움을 존중하는  관념, 사상, 태도로  영어로  휴머니즘이라고 한다.  적십자에서는 인도주의를 휴머니타리안이라고 한다. 휴머니타리안은 인도주의를 관념이 아니라 이를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구체적으로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데 있다.  

이와 같은 휴머니타리안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나눔을 제시한다.  고로 휴머니타리안을 나눔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인도주의  = 휴머니타리안 = 나눔


나는 적십자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휴머니타리안을  실천하신 많은 분들을 만날  있었다.  


#an idea__앙리뒤낭

먼저  휴머니타리안을 있게 한 뒤낭이다.  뒤낭은 전쟁터에서 부상자를 차별 없이 도우려는  마음으로 발현된  인간애인 인도주의'솔페리노 회상'이란  책을 통해 세상에  알린다.  이를 계기로 인류가 인도주의를 실천할 수 있도록  적십자운동체를 만들게 된다. 그는 사업가의 삶을 뒤로하고 평생을 휴머니타리안을  위해 헌신한다. 그  공로로 제1회 노벨평화상을 수상한다.  그의 생각 하나인  an idea  인도주의가 세상의 등불이 된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__ 안정근

1905년 대한적십자사회는 고종황제 칙령 제47호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한일합방으로  사라지고  임시정부하에서 내무부 도산 안창호의 설립인가로  다시  조직된다.  초대 회장 이희영,  명예총재  서재필,  이사 여운형 등등  우리가 알만한 독립운동가들이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안중근 의사의 동생인  안정근은  손정도회장과 함께 부회장으로 적십자 간호원 양성,  간도참변 구제활동 등 실질적인 업무를 총괄했다고 한다.  실로  임시정부하에서 대한적십자사회는  국내외 동포와 외국인들에게  우리 동포의 어려움을 호소했고 독립운동을 지원한 것이다. 바로  뒤낭이 전쟁터에서 인도주의를 외친 것처럼 안정근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이 독립을 위한 휴머니타리안을 실천한 것이다.


#봉사퇴임__장석준

서울 노원구  달동네에서  가파른 골목길을 오른다. 숨이 턱밑까지 찬다. 헉~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두 손에는  밑반찬 도시락 가방이 들려있다.  " 안녕하십니까? 적십자에서 나왔습니다."  방에선 댓구가 없다.  문을 열자  아무도 없고  방 한쪽에는 폐지가 수북하다.  방안 공기도 싸늘하다.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뒤돌아 보니  방주인 할머니가 들어오신다.


반갑게 인사하며 할머니의 거칠은 손을 붙잡고

" 맛있게 잘 드세요." 하며 인사를 건넨다.


할머니는  연신 "고맙다"고 하며 눈시울을 붉히신다.   그도 눈가가 붉어진다.


바로 그는  2007년 12월  퇴임식을 하지 않고  적십자활동을  봉사현장에서 마무리하신 장석준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이다.  그때 나는 그를 수행했다.  그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까지 지내신 분으로 재임기간  직원 사이에  '장대리'라고 불릴 만큼  깐깐하셨다.  정통관료로 의전을  중요시하는 그런 분이 퇴임식을 마다하고 달동네  밑반찬 배달봉사를 자처한 것이다. 


그는 이런 행보를  통해 1966년 서울대 재학시절  대학 RCY  창립멤버로서  배웠던 휴머니타리안을  마지막까지 직접 실천하고 귀감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 1만 명 후원회원 모집__김필식

" 저는 재임기간  적십자 후원회원 1만 명을 모집하겠습니다."  적십자사 최초 여성 지사회장 으로 김필식  광주전남지사 회장의 취임식 일성이다.  그녀는 동신대학교 이사장이었고  이후 총장이 된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누나로도 유명세를 치루기도 했다.  


'과연 3년 동안  1만명을 모집할 수 있을까?'

누구는 터무니없는 목표치라고도 했다.


당시  나는 회원홍보팀장으로 후원회원 모집은  주된 업무였다.   나에게는 엄청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는 부담이 되기보다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았다.  실은 내 목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김필식 회장님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차근차근 일을  성사시켜 나갔다.  회장님의 주선으로 많은  분들을 만났고 매일같이 회장님과  함께 뛰었다.

그 결과  3년도 안돼서  1만 5천여 명을 모집한다.   


이것은  도저히 불가능하게 보였던 일을 가능하게 한 그녀의 불굴의 의지와

휴머니타리안의  힘이 만들어 낸 기적이 아닌가 싶다.


#몽당연필 __최상준

건물은 오래됐고 내부는 리모델링한 정도다. 사무실벽에는 훈포장으로 가득하다.  낡은 소파는 족히 30년은 된 것 같고  책상과 의자도 마찬가지다. 사무실 주인공의 검소함을 대변하는 듯 책상 위에 몽당 연필이 눈에 띄었다.


놀랍게도  이 몽당 연필의 주인공은  코스닥 상장기업인 남화토건  대표이사 최상준 회장님이다.   


이런 검소함에도  최상준 회장님은  적십자사 지사회장으로  매월 5백만 원을 6년간 납부하셨다.  이 후원회비 때문에 지사회장을 연임하시면서  사모님이 알까 싶어 노심초사하셨다.  


"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연임은 안된다고 했어, 집사람이  알면 안 되네."  80세 노인이 웃으며  너스레를 떠신다.


자신과 가족에게는 엄격하신  그는  통근 기부자 였다.  그것도 사업체가 아닌 개인 재산으로 기부를 하셨다.  적십자를 비롯 석봉장학금, 시교육청결식아동 후원금,  도서관  및 미술관 건립 희사 등 130 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순수한 개인기부로는 우리나라에서 최고가 아닌가  싶다.


많은 사업가들이  사회공헌활동을 한다.

이들이 본받아야 할 휴머니타리안을 실천하신 분은 누구일까? 생각하면  

그가 떠오르는 사람들의  한 분이 되길 바란다.


#커피 한잔 __오홍식

기부자와 봉사자가 오고 간다.  그의 사무실은  늘 열려있다.  커피 향기가  찐하다.  원두 분쇄기는 1905년 미국산인데  공교롭게도  대한적십자사 창립 연도와  동일하다.  


" 기부자나 봉사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드립니다. "말하며  손수 내린 커피  한잔을 정성스레 건네시는 분은 제주지사 오홍식 회장님이다.


그는 모든 봉사활동에 격려를 넘어 직접 참여하셨고  솔선수범 하셨다.  되돌아보니 나는 사무처장으로 근무하면서  회장님과 함께  많은  일들을 시도한 것 같다.

법인 레드크로스아너  도입, 제주지사 최초 해외봉사활동,  예멘난민의 인도적 지원, 제주70년사 발간 등인데,  이후  

그가  6년간 재임하면서  발로 뛰는 행보로  제주지사가  3년 연속  전국 성과평가 1위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제 제주지사를 방문하면 그는 없지만 손수 내려주시던 따뜻한 커피 한잔의  휴머니타리안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휴머니타리안  실천 __기부, 봉사, 헌혈

이처럼 특별하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기부, 봉사, 헌혈과 같은 나눔을 통해 휴머니타리안을 실천하고 있다. 이분들을 통해  우리는  많은 도움과 가르침을 받으며 생존하고 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갈수록  인간의 존엄성이 위협받는 시대로 가고 있다. 이럴수록  더욱더 휴머니타리안은 계속되어야 하지 않을까?


" 인도주의, 휴머니타리안의 등불은 꺼져서는 안 된다. 이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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