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고향과 가족을 찾는다.
민족 대이동이 일어난다.
" 고향땅이 그립습니다."
북녘 하늘만 바라본 지 어언 70년이 넘는다.
통일부와 적십자는 명절이면 고령 이산가족을 선정하여 위문하고 있다. 오늘도 봉사원님들과 함께 할머니를 만난 것이다.
#잊지 않은 주소
최할머니는 어릴 때 떠나온 고향은 희미하다. 그래도 주소를 여쭈니 또렷이 말씀을 하신다.
" 함경북도 무산면... "
이미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형제자매만 남았을 텐데 그나마 생사도 모른다.
혈혈단신으로 남으로와 산 고단한 세월이 주마등처럼 떠오른 듯 눈시울을 적신다.
나름 농촌에 거주하면서 부녀회장도 하시고 씩씩하게 살았는데 암으로 큰 아들을 먼저 보냈다며 가슴 아픈 사연을 말씀하기도 하셨다.
"이제는 틀렸어요. 만날 수 없을 거예요"
이제 최할머니는 포기했다고 말한다.
이산의 아픔과 긴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몇 번의 이산가족상봉이 있었지만 당첨되지 않았다. 그때마다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었다고 한다.
#이산의 아픔을 그린 커튼콜
최근 커튼콜이란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북에 아들을 두고 온 시한부 부자 할머니가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만난 아들은 죽고 남겨진 손자를 보고 싶어 한다. 손자는 북을 탈출하여 중국에서 부랑자로 힘들게 살고 있다.
할머니를 모시는 사람이 부랑자 손자를 데려오면 마음 아파할 것 같아 북한말을 하는 연극배우를 손자로 둔갑시켜 얼마 남지 않는 할머니를 위로하게 한다. 하지만 부랑자 손자는 이 사실을 알게 되어 남으로 오게 되고 남한 손자녀들과 갈등, 재산상속으로 인한 불화, 화해 등을 그린다는 내용이다.
# 줄어드는 시간
우리는 할머니에게 영상편지와 유전자 검사를 권유했다.
" 안 할라요. 나 죽으면 다 필요 없다니까 "
"사촌형제라도 만나게 하면 좋을 텐데요"
하자 손사래를 한다.
혹시나 드라마처럼 자손들끼리 좋은 일만 있지 않을까 싶어서일까?
더 이상 권유할 수 없었다.
이제 상봉신청자중 생존자는 5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 중에 80대 이상 고령자가 3만 명이다. 매년 2~3 천명씩 돌아가신다.
이를 대비해서 적십자는 영상편지제작, 유전자 검사 사업, 화상상봉장을 운영하고 있다.
연신 고맙다는 최할머니를 뒤로하고 나오면서 방송 인터뷰를 했다.
"돌아가시는 고령자들이 너무 많다.
빠른 시일 내 남북관계가 좋아져 화상
상봉이라도 이루어질 간절히 바랍니다. "
그런데 최근에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대고 무인 드론기까지 띄워 대통령실까지 정찰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최악이다.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