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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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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수 9시간전

비우면 채워지는 것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혈액 수급은 문제가 없는 것일까?     

병원 진료와 수술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수혈용 혈액 사용량은 전년도와 비교하여 대략 6~7% 줄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적혈구 적정보유량이 5일분인데 지금 8~9일분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혈액원에서는 두 달마다 할 수 있는 수혈용 혈액인 전혈을 줄이고 분획용 혈액인 2주마다 할 수 있는 혈장 헌혈을 권장하기도 하면서 전체 헌혈참여자는 증가했다.     

늘 부족하다는 전혈을 많이 해서 보관하면 되지 않는가? 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전혈은 적혈구, 혈소판, 혈장으로 분리하여 수술에 필요한 수혈용 제제로 사용된다. 여기서 적혈구 보관기관이 35일, 혈소판이 5일 이내다. 이런 말을 하면 많은 분이 놀란다. “보관기간이 이렇게 짧은가요?” 하며 몰랐다며 자주 헌혈해야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왜 사용량이 감소한 전혈 대신 혈장 헌혈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하고 궁금해한다. “ 우리나라는 혈액을 자급자족하는 국가가 아닙니다”라고 하면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사실 우리나라는 알부민 등 의약품용으로 사용하는 분획용 혈장제제를 매년 50% 가까이 수입하는 국가이며 WHO는 유전자 변형 등의 이유로 자급자족을 권장하고 있다. 수혈용 혈액이 충분하면 1년간 보관이 가능한 혈장 헌혈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여름철 방학과 휴가로 사용량이 감소한 수혈용 혈액(전혈)마저 확보가 힘들어지는 시기다. 더구나 광주·전남의 경우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헌혈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더 어렵다. 7월 말부터 9월 초순까지 근 60일간은 학교에서 단체헌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당연히 이 시기에 헌혈자 수는 눈에 띄게 감소한다. 혹자는 “헌혈의 집에서 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하는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설상가상 2년 전부터 고등학생들의 경우 헌혈의 집 헌혈자 수는 거의 절반이나 줄었다. 그 이유는 2024년 대학입시부터 교외 봉사활동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올해 학교에서 생애 처음 헌혈한 고등학생들의 재헌혈 비율이 전년도에 비해 10% 가까이 줄었다. 이 비율이 점점 커질까 싶어 심히 우려스럽다.     

그렇다면 이 시기에 부족한 헌혈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 기간에 줄어드는 10대와 20대 헌혈자를 대신해서 중장년층 헌혈자가 늘어나야 한다. 방학 중인 학교를 대신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군부대, 공공기관, 대기업 등 기관과 단체에서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 헌혈 버스가 직장으로 향하지만, 휴가철인 이 시기에 헌혈 참여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구조적 딜레마이다. 결국 해답은 헌혈의 집에서 참여가 높아져야 한다. 혹여 수술이 지연되었다가 마침내 수술하게 되었는데 혈액이 부족한 일이 벌어지면 되겠는가? 반드시 많은 분이 휴가 가기 전 또는 휴가 동안 헌혈에 동참해주어야 만이 여름철 혈액 수급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교 경전인 백유경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동네잔치를 위해 매일 매일 짜야 하는 소의 젖을 한 달 동안 짜지 않았다고 한다. 그 결과 잔치 날 손님 대접을 위해 우유를 짜려고 했는데 젖이 말라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 비유는 모든 것을 가졌을 때 나누겠다는 사람들에게 주는 교훈이다. 여러분도 ‘나중에’ 하며 미루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여기 가진 게 없어도 할 수 있는 나눔이 있다. 미루지 않고 할 수 있는 바로 살아있는 세포인 생명을 전하는 사랑의 헌혈이다.      

482번째 다회 헌혈자인 송화태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우면 채워지는 것이 혈액’이라는 글을 올렸다. 여러분도 휴가 기간에 비우면 채워지는 헌혈해 참여해 보길 바란다. 분명 나눔의 기쁨도 가득 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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