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길고 길었던 1년간의 정신건강간호사 수련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수련을 하면서 잠이 부족하면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정신병원 간호사이면서 수련 생활을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일을 시작하거나 끝난 후에 일정에 맞춰 병원 혹은 센터 실습을 하거나 수업을 들으러 갔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매주 목요일마다 있는 수련생 간담회 참여를 위해 야간근무가 끝나 아침을 맞이하고 집에 가서 드러누워 기절해 잠들고 싶지만 두세 시간 뒤에 다시 병원으로 와야 했기에 작고 귀여운 나의 차에 몸을 구겨서 쪽잠을 자고 다시 일어나야 했던 것이다.
‘집이 없다면 이런 느낌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세상 볼품없이 구겨져서 잠에 들었다.
1년간은 정말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서 어떻게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나 싶다.
딱 1년 전 이 즈음, 나는 정신건강간호사 수련면접을 보고 결과 날짜 발표날에 일본 여행을 갔다. 당시 교토에서 친구와 커피를 마시던 나는 결과를 알 수 없기에 초조하고 불안했었다. 다행히도 문자뿐만 아니라 이메일로도 합격 결과를 통보했기에 나는 친구와 부둥켜안고 그 조용한 카페에서 왁! 하고 소리를 질렀었다.
벌써 그 시간이 훅 지나 이렇게 어느덧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내 다음 기수들의 동기들이 면접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한 해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비교적 만성기 병동보다 바쁜 급성기 병동에 있으면서 나는 병원에 대한 원망도 컸다. 나와 같이 수련하는 다른 동기들은 나보다 덜 바쁜 만성기 병동에서 수련을 할 수 있어서 그들은 큰 행운이라고, 나는 왜 이리 운이 없는 걸까 하며 지쳐 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더욱더 다양한 케이스의 정신적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동이기에 그만큼 수련생활을 하면서 더 많은 공부를 하고 그들과 가까이서 면담을 할 수 있었다.
열정을 가졌다가 지쳤다가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가 또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바쁘고 열심히 살겠지’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시 일어서서 수련생활을 하였다.
수련생활을 하면서 나의 소소한 취미 중 하나였던 ‘브런치에 글 쓰기‘는 어느덧 우선순위에 밀려 무의식 속으로 들어갔고 어느 순간부터 다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내가 뭐라고 글을 써?’ 라며 자존감은 하락했고 글을 써버릇하지 않다 보니 키보드 앞에 앉아있는 것도 거부감이 심했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는 브런치에 들어올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 며칠 전 경주 여행을 가서 독립 서점에서 산 책에서 ‘글을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누군가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는 글도 나중에 훗날 쓰일 자양분이 될 것이다.’라는 글을 보았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그래, 나는 어차피 누군가가 봐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쓰는 것도 아니고 그저 즐기려고 쓰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두렵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지, 하고 이렇게 다시 브런치에 로그인을 했다. 앞으로 정신건강간호사 수련에 종지부를 찍고 나는 다시 나의 취미생활을 되찾을 것이다.
다시, 내 마음속에 깊이 꽁꽁 숨겨두었던 복잡한 심경을 앞으로 글을 써서 끌어내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