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기대평

by 다움

#제목: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김원영 지음


#문학동네 펴냄


온전한 평등은 능력의 측면에서 지극히 차별적인 관계에 놓인 존재들이 상대의 '힘'을 존중하고 신뢰할 때 달성된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독서모임이었다.


어젯밤에 독서 모임이 있었지만 참여하지 못했고 완독도 하지 못했다.


물론 출퇴근 시 읽을 생각으로 챙겨 넣고 다녔었지만 ….

읽은 페이지를 들춰보면 몇 번이나 멈춰 서게 한 문장들을 만났음을 표시로 남겨두었다.


작가의 이력만큼이나 작가의 글은 깊이가 있었다.


독서모임에 참여는 못했지만 완독을 향해 다시 결심을 다지며 기대평을 남긴다.




▶작가 소개



골형성부전증으로 휠체어를 탄다.


열다섯 살까지 병원과 집에서만 생활했다.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의 중학부와 일반 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일했으며, ‘장애문화 예술 연구소 짓’에서 연극배우로 활약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 책 속으로



p9


계단과 언덕으로 가득한 고등학교 생활에서 내 휠체어를 밀어준 친구들의 몸은 내 몸의 한곳에 새겨졌다.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상 우리 몸에는 늘 구체적인 타인이 깃든다.


이 힘이 나를 인간의 평등에 관한 그럴듯한 믿음으로 이끈다.


이때 '힘'은 '능력'과 달리 구체적인 개인의 한계에 닫혀있지 않다.


힘은 보편적이고, 개개인보다 더 크다.


누군가의 능력 앞에서 우리는 종종 좌절하지만,


누군가의 힘을 목격하면 더 큰 세상에 접속하는 경이로운 체험을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작가가 말하는 '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보편적이고, 개개인보다 더 큰 힘!


작가가 경험한 그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되었음은 다행이었다.


작가의 큰 세상에 대한 기대로 책장을 넘기는 마음은 설렌다.



p 26


휠체어를 타고 대학 캠퍼스 한가운데에 혼자 남겨진다면 평소의 열 배쯤 되는 힘으로 언덕을 두 팔로 밀어 오르면서도 꼿꼿한 자세를 유지할 것이다.


일상에서 어찌하기 어려운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의식할 틈도 없이 온몸의 근육과 세포 하나하나가 모조리 동원되어 평소라면 불가능했을 일을 해내기도 한다.


이런 행위의 공통점은 '내가 행동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신을 차리면 두세 시간이 이미 지나있고, 온몸이 쑤시고 피로가 몰려온다.


그럼에도 머리를 흔들어 털며 그 순간을 돌아 볼 때 어느 때보다 선명한 '나' 가 존재했다는 기분이 든다.


내가 내 행동의 원천이 아니라고 생각된 그 시간 동안, 나는 가장 나로서 존재했다는 느낌. 그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평소라면 불가능했을 일을 해내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출산 고통이 밀려올 때가 떠올랐다.


마지막 두세 시간 고통이 최고조에 달하는 그 시간은 도망갈 수도 없고 오롯이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몫이었다.


우리 모두 그런 인내의 순간을 거치고 이 세상에 태어났다.


하나뿐인 나를 사랑해야 할 이유고 타인 역시 소중한 존재임을 알아야 할 이유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있는 몰입의 경험 역시 귀하다.




아직 많이 남아있는 페이지를 보면서 작가가 풀어낼 이야기가 궁금해서 설렌다.


타인에게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요즘이었는데 가끔 이런 글을 만나면 작가를 응원하면서 그가 궁금해진다.


오늘도 이 책은 나와 동행하게 될것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내 마음에 남을 감동을 미리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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