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움 Apr 10. 2024

봄 일기

일상에서


#봄 #일기 #감정 #경험


눈을 떴다.

휴일인데도 어김없이 6시 전후에 눈을 뜬다.

습관의 힘이다.

아침형 인간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맑아진 몸과 마음으로

반납해야 할 책 한 권을 들고 식탁에 앉았다.

책을 펴면 어디든 서재다.( 사실은 거실 벽면에 책장이 있을 뿐 아이들에게 방을 내주 고나니 서재라고 할 만한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식사시간을 피해서 식탁에서 주로 읽고 쓰기를 하거나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이어간다.

이사를 가게 된다면 방하나를 차지하고 말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어제 도서관에서 반납 문자를 받았으니 오늘은 이별을 해야 한다.

그래서 책이 내게 하고 싶은 말을 채근하듯 책장을 넘긴다.

사람도 책도 이별 앞에서 머뭇거리고 허둥 대는 걸 보면   끈적 대는 집착은  고질병이다.



마음에 담기는 글들을 필사하다 보니 벌써 아침이다.

늘 독서가 더디게 이어지는 이유다.

 시험을 치러야 하는 공부가 아닌 바에야  마음을 흔드는 글귀에 멈춰서 음미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은 꼭 필요한 과정이고,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 앞으로도 쭈욱 하겠다는 말이다.ㅎ

필사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남편이 잠에서 깨어나는 걸 보고  얼른 일어섰다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노릇이니 민생고를 해결하는 일도 소홀할 수는 없었다.

책을 들고 앉기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쌀을 담가 두었지만 냉동실에 있는 굴이 번뜩 생각나서 떡국을 끓이기로  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생각만큼 무엇을 먹을까도 삶의 질에서는 중요하다.

요리를 썩 즐기지는  않지만 빠르고 편리한 외식보다 집밥을 중요시하는 이유다.

허기를 채우는 식사가 단순히 몸의 허기를 넘어서 정신적인 만족감으로 이어진다고 믿고 있다.

부엌에서 들리는 뽀글뽀글 된장찌개 끓는 소리. 싹둑싹둑 야채를 쓰는 도마소리. 식탁을 준비하는 주부의 분주한 발걸음 소리는 분명 가족들에게 따스한 온기가 될 것이다.

마치 오늘도 힘내라는 기도처럼...

창밖은 봄 햇살로  엉덩이가 들썩 거리지만 빌려온 책들이 쌓여있어 조바심이 인다.

휴일이 평일보다 더 분주해지는 걸 보면  역량보다 욕심이 과한 탓일 게다.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며 궁리하다가

어차피  책 반납을  위해서 도서관을 다녀와야 하니 그때 봄을 만나리라 마음을 정했다.

누가 보면 엄청 대단한  독서와 글쓰기를 하는 줄 알겠지만 그저 맘 가는 대로 즐기는 중이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 아파트 공원에서 만난  꽃봉오리


요즘은 눈길 닿는 곳곳이 연두 빛으로 물들어가는 풍경이 좋아 발걸음에 설렘이 묻어난다.

걸어서 10분이 채 안 되는 거리를  봄풍경에 마음이 뺏겨 핸드폰에 담고 , 자세히 들여다보느라  30분이 훌쩍 지났다.

도서관을 다녀와서  

환기를 시키느라 문을 열어두었더니 봄 볕이 와락 달려든다.


아!  아름다운 봄날 한가운데를 지나는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치과는 여전히 두렵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