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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Apr 13. 2024

사람구경

내가 만난 사람들

출근길 지하철이다

풍경하나

교복을 입은 여고생 한 명과 그녀의 엄마로 보이는 중년여성 한 명이 출입구 쪽으로 서있다.

. 노란 케이스가 꽤 큰 걸 보면 그 속에 담긴 악기는? 글쎄다.

악기에 대해 아는 것이 몇 가지가 안되고 물어볼 처지도 아니니 그냥 큰 악기라고 해두자.

아무튼 엄마로 보이는 여자는 악기를  거의 지팡이처럼 기대고 고개를 숙이고 있고,

딸도 피곤이 잔뜩 묻어난 표정이다. 둘은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문득 재수학원에 다니고 있는 딸아이가 떠올라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20여분이 지났을 때 자리가 나니까 딸이 냉큼 앉았다. 빈말이라도 엄마에게 자리를 권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여전히 침묵만 ~

두 가지 생각이 들어 나의 메모가 시작되었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하는 생각과 비슷한 고단함을 느끼는 엄마는 안중에도 없나? 하는 불편한 마음이다. 괜한 오리랖이란 생각이 들어서 서있는 방향을 바꿨다. (차라리 안 보련다…)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옆자리가 생겨 그 엄마도  자리에 앉는 모습이 보였다. 자연스레 자꾸만 눈길이 갔다.

생각해 보니 나라도  그 엄마처럼 했을 것 같다. 다만 비슷한 상황이었을 때 딸아이는 끝까지 내게 자리를 양보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딸아이와 나는 근본적으로 다른 몇 가지가 있는데 남에 대한 배려가 기질적으로 갖춰졌다. 남편을 많이 닮았다. 아들은 나랑 닮은 점이 많은데 남에게 무심한 편이다. 잔소리는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싫어한다. 지하철 풍경을 담으려고 시작했던 글이 갑자기 고백이 돼버렸다. 쩝!


풍경 둘!

아무튼 모녀를 안 보려고 돌아선 눈앞에 정성스럽게 화장 삼매경인 처자가 보였다.

그녀는 안방이나 화장실인 줄 착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콤팩트로 얼굴 두드리는 것 정도는 가볍게 넘길 수 있겠다. 하지만 뷰러로 눈을 허옇게 까뒤집는 건.. 휴!

한참 그 짓에 열중하더니 엉덩이에 불이 붙은 듯 부리나케 내린다. 문이 거의 닫힐즈음이라 정말로 지켜보는 나도 아슬아슬했다. ㅎ

조금만 일찍 일어나면 될 것을 … 그녀가 내렸는데 어쩐 일인지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은 내 몫으로 남았다.  아! 이제 그만!!

자리가 생겨서 옳거니 하고 앉았더니 모녀도 어느샌가 내렸는지 안 보인다. 가방 속 책을 읽으려던 계획이 오늘도 수포로 돌아갔다. 그녀들을 기록하느라 어느새 내릴 역이다.



휴일이라 도서관에 왔다. 사실은 반납 안내문자 때문에 억지로 열람실에 앉았다. 오늘 중으로 반납해야 할 책이 두 권이다. 늘 가방 속에 넣고만 다녔다. ㅠㅠ반납시간까지는 세 시간도 안 남았는데 바로 앞에 앉은 모자가 보인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들과 중년여성이다. 한눈에 봐도 아들은 엄마한테 끌려온 모양새다.  딱 옆에 지키고 앉아서 핸드폰을 열심히 하고 있고  아들은 꼼짝없이 문제집 앞에 놓였다. 창밖은 봄풍경으로 눈이 부신데 열람실에 엉덩이를 붙이고 책을 들고 있는 내 처지랑 저 녀석을 비교해 보면 … 그래도 내가 좀 낫다. 최소한 남한테 감시당하지는 않고 있으니 ~

슬쩍 훔쳐보니 아들 입속에  초코바를 넣어주고 아들은 제비처럼 입을 쫙 벌리고 있다. ㅎ 기운 내라 아들아!


원래 사람 많은 것을 피곤해하는 성향이라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글을 쓰면서 생긴 버릇인지 원래 기질이  발현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제부턴가 사람구경을 즐기는 나를 발견한다. 음.. 좋은 징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 구경도 참 재미나다. 혹시 누군가도 이런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까? 에이 설마! 거울을 보다가 특별할 것도 없는 내 모습에 미리 안심한다. 응? 쪼금 서운해지려고 하네 …


내 코가 석자인데 남들 구경하고 기록하느라 또 삼천포행이다. 얼른 책을 꺼내 들었다.

가만있자 …그래서 내게 하고 싶은 말은 뭔데요?

이제 자세를 고쳐 앉고 진짜로 집중해야지

이야기 속으로 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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