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욕망을 억제하고 남들에게 인정받으려고 애를 쓰다가 결국은 번아웃에 빠지는 현상인데 기질상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돌아보면 고집을 부려서라도 대부분 욕심대로 살았다.
어릴 때 사진은 울거나 찡그린 모습들이 대부분이다.
기억은 희미하지만 뭔가 못마땅하거나 억울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아직도 궁금한 건 달래주지는 않고 왜 사진만 찍었냐는 거다.
추측건대 한번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쉽게 굽히지 않는 성격이라 몇 번을 달래다 포기했을 것이다.
울음 끝도 길어서 나중에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으리라
그때만 해도 카메라가 귀한 시절이라 부모님 입장에선 사진 찍을 기회가 왔을 때 아이 상태랑 상관없이 찍었을 수도 있었겠다.
내 마음에 거슬리는 애들은 손톱으로 할퀴면서 나를 방어했다.
얼굴에 생채기가 난 남자 친구들의 손을 잡고 엄마들이 우리 집에 와서 따져도 엄마는 죄송하다는 말만 하셨을 뿐 나를 혼내지 않으셨다. 아마도 작고 마른 막내딸이 스스로를 지키는 것으로 여기셨으리라.
그런 나에 비해 남편은 순둥이었다. 소꿉놀이를 사줬는데 윗집 여자친구한테 빼앗기고 울면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눈꼬리가 약간 처진 선한 눈망울로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사람을 좋아했고, 술과 밥값은 당연히 자기 몫이었다. 신혼 초에는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동안 많이 고쳐지긴 했지만 여전히 남들이 우선인 사람이다.
딸은 아빠를 닮는 법이란 말이 있다. 딸아이 역시 사람을 좋아하고, 친구들을 우선으로 여겼다.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아이였기에 주변엔 항상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아무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