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에 씨앗은 마음에서 비롯되더라.
2026년 1월 중 16일이 지나고 있다. 하나, 둘, 셋, 넷 … 16일 중 7일을 아내와 냉전으로 보냈다. 아내와의 다툼을 기록한다. 평소 화가 난다고 술을 마시지도, 친구와 만나 푸념을 풀어놓지도 않는다. 어차피 부부 싸움은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혼자 마음속에 담아두기엔 다툼이 나를 향한 비난이 되고, 상대에 대한 분노로 바뀐다. 그러다 안쓰러운 내가, 안쓰러운 네가 보인다. 서로 안쓰럽기만 한 관계가 제대로 된 관계일까? 온갖 꼬리에 꼬리를 문다. 결국 찾은 해결책은 글을 쓰는 일이다. 다투고 난 뒤 쓴 글을 보면 독이 가득 차 있다. 보통 다툼의 주제는 작고, 사소한 일이다. 육아와 일, 집안일 등 저울이 한 쪽으로 너무 기울었을 때 기분이 상하기 시작한다.
연말에 친구들과 항상 비전 선포를 한다. 꼭 적는 목표 중 하나가 ‘가족의 행복’이다. 가족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적어놓고, 16일 중 7번이 냉전이라니. 사실 싸웠다기 보다 기분이 상했다고 표현해야 할까? 내가, 네가 기분이 상했다. 결국 부부간의 다툼은 서로에게 바라는 점이 이뤄지지 않을 때 다툼이 시작된다. 세상 모든 부부의 다툼 중 똑같은 이유가 있을까? 아마도 없을 거다. 내가 아내에게 바라는 점은 ‘내가 안 하면 배우자가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집안일을 했으면 했다. 하지만 내 기준에 마무리가 되지 않은 채 한 번 더 품이 드는 집안일 상황을 보면 기분이 상했다. 하나라도 정확하게 끝내고 난 뒤, 다음 일을 하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글을 쓰면서 숙련도에 따라 시간과 에너지가 달리 쓰임을 깨달았다. 깨달음과 현실은 조금 달랐지만 말이다.
엄마가 자주 말하던 말이 있었다. “엄마 없으면 뭐가 해결이 되니…”라는 말. 엄마를 닮았나? 무엇이든 내가 다 하려고 한다. 서툰 집안일도 그저 바라보며, 기다릴 수 있는 일이다. 아내가 숙련될 수 있도록 기다리면 될 것을 참지 못한다. 텅텅 빈 냉장고를 보며 “내일 아침, 점심, 저녁은 무얼 하지?”라는 고민으로 하루를 보낸다. 그러다 마트 배송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담는다. 그리고 주문. 아내와 매주 월요일마다 장을 보기로 정했다. 하지만 고걸 못 참고 혼자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담았다. 내일 아침, 점심, 저녁 … 모레 아침, 점심, 저녁을 고민하면서 말이다. 먼저 장 보자는 말을 꺼내지 않은 아내에게 뾰족한 가시 하나가 향한다. 먼저 말하면 될 것을 혼자 해결하고, 혼자 기분이 상한다. 나보다 느린 아내를 보며 무심하다 생각이 든다.
결국 모든 걸 내가 해결하려 하니 몸이 힘들다. 학원 업무, 집안일, 육아까지 하려니 몸이 남아나질 않는다. 바쁜 와중에 자아실현까지 해야 하는데 항상 뒷전이다. 눈앞에 놓인 일들만 급급하다. 오늘 꼭 해야 할 일은 가장 맨 뒤 후순위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모든 갈등의 원인은 이 때문이다. 자아실현. 자아실현을 해야 하는데, 다른 곳에 에너지를 다 써버렸다. 아내가 조금 더 도와줬으면 하지만, 마음처럼 해결돼있지 않다. 결국 내가 다 하고 나니, 피곤이 밀려온다.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하다가 잠이 든다. 결국 불쾌한 아침을 맞이한다. 하지만 꾹 참고 내일을 해나가면 힘든 일도 조금 버틸만하다.
우선순위를 바꿀 수 있는 힘은 결국 나에게 있다. 육아, 집안일, 학원 일은 결국 내가 조금 더 해야만 하는 일이다. 하지만 자아실현 또한 내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내가 스스로 바꿀 수 있는 일만 신경 쓰는 게 필요하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일상의 균형이 필요하다. 혼자 아등바등 할 필요가 있을까?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 혜원(김태리)은 말했다. “가장 중요한 일을 외면하고 그때그때 열심히 사는 척, 고민을 얼버무리고 있는 것 말이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건 글을 쓰는 일이다. 그렇다면 글을 쓰는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집안일을 하느라, 학원 업무를 하느라, 육아를 하느라 글을 못 썼다며 불쾌감을 상대에게 쏟아낼 필요는 없는 일이다. 결국 모든 문제의 해결 키는 나에게 있다. 다툼의 이유는 마음의 불안함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