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북 Aug 22. 2024

귀엽고 깔끔하고, 이왕이면 반짝이는 것.

내 취향,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

덜컹거리는 지하철 안에 엄마와 나란히 앉아있었다. 

엄지 손가락의 은색 반지를 만지작거리다가, 하나 둘씩 내 몸에 악세서리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해서 줄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 산 꽃 모양 피어싱이 마음에 들어, 귓볼 옆에 잘 어울릴만한 피어싱을 위해 귀를 하나 더 뚫을까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다. 꾸미는 것이 귀찮고 돈 아깝다고 생각해서 나라에서 똑같은 옷을 사람들에게 지정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내가 참 많이 달라졌다고 느꼈다. 


강아지 풍선 모양의 금색 목걸이, 엄마와 함께 디자인한 은색 반지 등 내 물건에는 애정이 있었다. 귀여우면서도 튀지 않으며, 깔끔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내 취향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학교 1학년 때는 내 취향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 전까지는 맨날 츄리닝 옷만 입고 다녔고, 그마저도 온전히 내가 골라서 산 옷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친구가 무신사도 알려주고, 친구와 여행간 기념으로 피어싱 하나 사보고 하다보니 나의 아이템들이 하나씩 모아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시도해본 것들이 적으니, 성공확률도 크게 높진 않았다. 동아리 사람들과 쇼핑하러 롯데타워몰에 함께 갔다온 후, 분위기에 휩쓸려 샀던 5만원짜리 빈티지 거지옷을 샀다가 집에 와서 굉장히 후회했던 기억도 난다.(결국 매장을 가서 다른 옷으로 교환했는데, 다행히 그 옷들은 아주 잘 입고 있다.) 그 외에도 엄마가 골라준 아주 힙한 치마, 아직 신기엔 조금 이른 듯한 정장풍 신발 등 입을 잠재력을 갖춘 아이템들을 꽤나 모으게 되었다.


그러다 사놓고 안 쓰는 것들이 아깝다는 생각에, 조금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내가 자주 쓰는 것들을 모아 생각해보니, 나름의 공통점이 있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깔끔한데 귀여운 구석이 있는 아이템들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해서 '나 귀여워요.'라면서 티를 내면 안되고 은근히, 하찮게 귀여운 것이 좋다. 물건이라면 투명하고 반짝거리면 더 좋다. 옷도 마찬가지인데, 가장 우선되는 하나의 조건이 더 있어야 한다. 편안한게 최고다. 그래서 이번 여름은 나시에 맛들려서 미국에 갔을 때 줄무늬로 한 벌을 더 샀다. 


나의 스타일, 좋아하는 물건, 취향을 알려면 놀아야 한다. 특히 나는 여행 갔을 때나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고르는 것이 추억을 담아주는 것 같아서 더 좋아한다. 꼭 뭘 사지 않더라도, 그냥 친구들과 소품샵 같은 곳을 구경하면서 나의 취향이 하나씩 만들어지는 것 같다. 


아직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른다. 요즘 맛들린 치즈도 알고보니 종류가 굉장히 많다. 게다가 국경을 넘어 새로운 것들을 알고 접할 수 있는 세상이라니, 다양한 것에서 내 취향을 찾아가는 것이 꽤나 재미있을 것 같다. 물론 과소비는 좋지 않지만, 이렇게 재밌게 세상을 즐기려면 자연스럽게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친구들과 농담으로 말하는 '돈을 벌 수 있는 진짜 으른(어른)'이 되기 위해선 열심히 살아야겠고, 그럼 지금 하는 자격증 시험공부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돌아온다. 


자, 그러니까 이제 공부하러 가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도파민 중독자가 여행 브이로그를 보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